흡연과 구강건강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일반적으로 치아에 생기는 검은 착색입니다. 하지만 심미적 관점에서 스스로 그것에 대해 불만이 없다면, 착색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착색된 것이 보기 싫을 정도라면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하고 연마제로 닦아주면 완벽하지는 않지만 꽤 지울 수 있습니다. 적절한 강도의 모를 가진 칫솔로 프라그를 제거하는 잇솔질을 실천한다면 착색이 생기는 정도도 줄일 수 있습니다. 

흡연과 관련된 더 큰 문제는, 흡연은 당뇨병과 함께 잇몸병의 가장 큰 위험 인자 중 하나라는 사실입니다. 계속 강조했듯이 잇몸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은 프라그와 프라그 속 세균들입니다. 그리고  흡연은 임플란트 실패의 주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담배 속 유해 물질들은 잇몸세포에 직접 작용해 감염에 취약해지게 만들고, 잇몸의 혈액순환을 방해해 상처 치유를 느리게 만듭니다. 염증이 잘 생기게 하는데, 잘 낫지도 않게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흡연자들의 치주염은 비흡연자에 비해 조용히 시작되고 요란하게 끝납니다. 일반적으로는, 잇몸병이 생기면 잇몸이 붓고 피나고 욱씬거리는 신호를 보내줍니다. 그대로 두면 잇몸뼈가 많이 녹을 테니, 개입이 필요하다는 알람이지요.

그러나 흡연자의 경우, 잇몸세포들은 이런 알람을 보내는 능력도 떨어지게 됩니다. 치주염이 있어도 불편함이 없으니 그대로 방치되고, 미약한 신호가 느껴져 치과를 찾았을 때는 이미 잇몸뼈의 파괴가 상당히 일어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금 불편해서 치과에 갔는데 “발치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충격도 클 것 같습니다.

흡연자는 특징적으로 윗니들의 입천장쪽 잇몸뼈가 광범위하게 파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잇몸뼈를 덮고 있는 잇몸살이 너무 멀쩡해 보여서 “잘 관리하고 계시네요. 스케일링하시고 일 년 후에 만납시다!” 라고 말씀드린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위생사 선생님이 스케일링 하시다가 “입천장쪽으로 기구가 너무 깊이 들어간다” 라고 알려주셔서 그때서야 엑스레이(x-ray)를 찍게 되었습니다. 볼쪽 잇몸뼈는 충분히 있어 2차원의 엑스레이에도 마치 잇몸뼈가 충분히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는 기본 차트에 ‘흡연’이라고 써 있으면, 그 잇몸이 내 눈에 보여주는 것을 믿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유해성분들이 상처 치유를 느리게 만드니, 흡연자의 경우 잇몸치료를 하더라도 잘 낫지 않습니다. 잇몸뼈가 많이 녹아 발치하면, 그 자리가 느리게 치유되기도 합니다. 느린 상처 치유와 관련하여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것은, 흡연자의 임플란트 실패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임플란트는 치아 뿌리를 대신해서 뼈에 타이타늄 재질의 나사를 박는 것입니다. 이 나사와 뼈가 잘 붙으면, 성공이고 안 붙으면 실패입니다. 나사를 박기 위해 뼈에 구멍을 내게 되는데 이 또한 일종의 상처입니다. 흡연은 여기서의 상처 치유를 방해하는 것이지요. 임플란트 수술에 성공하여 잘 쓰다가도 흡연이 후기 실패율을 높인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특히 뼈이식이 동반되어 치유력이 더 많이 필요한 케이스의 경우, 저는 금연 의지가 있는 경우에 한해 수술을 하고 있습니다.  

듣고 보니 좀 무시무시하지요? 그렇지만 당장의 금연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지고 있는 일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 금연을 시도할 틈도 없다는 것도 이제는 잘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다른 건강생활을 실천할 틈이 없는 것처럼요.

아직 금연이 힘드시다면, 소리 없이 찾아오는 잇몸병을 예방하기 위한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스케일링이 필수입니다. 그리고 철저한 잇몸관리를 위해 잇솔질 교육을 받으실 것을 권해드립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혹시라도 잇몸병이 심하면 무조건 금연하시는 겁니다. 그래야 잇몸치료에 조금이라도 반응이 있고, 어쩔 수 없이 발치해야 하는 치아가 있다면 발치 후 임플란트의 성공률이 높아집니다. 

 

<참고문헌>
1) Lindhe J, Lang NP, Karring T. Clinical Periodontology and Implant Dentistry.  Oxford: Blackwell Publishing.2008.

2) Lambert PM, Morris HF, Ochi S. The influence of smoking on 3-year clinical success of osseointegrated dental implants. Ann Periodontol. 2000 Dec;5(1):79-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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