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하는 삶은 왠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울 것 같고, 그래서 협동조합은 피로감이 높은 기업이 아닐까 염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니올시다. 우리의 삶 자체는 협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협동에 균열이 생기면 불건강해집니다. 물론 협동에는 다소 훈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체를 생각해보세요. 각 기관은 매우 긴밀하게 협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기관이 과도하게 사용, 즉 ‘오버’하면 병이 납니다. 모두 적절한 수준에서 협력하고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자율신경계처럼 그 자체로의 협동도 있습니다만 대다수의 몸치들처럼 일정한 훈련을 해야 손발이 자연스럽게 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저와 함께 몸치 탈출을 시작해봅시다. 온 몸이 협동하는 자유를 만끽해봅시다. 슬기롭게~
 
에리히 프롬은 ‘사랑은 우연히 찾아오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사랑은 빠져드는 것이 아니라 의지와 결단으로 참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잘 사랑하려면 노력과 훈련으로 획득된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하였습니다.
 
협동하는 삶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필요와 열망을 지닌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고 해서 협동이 절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사랑에 기술이 필요하듯 협동하는 삶도 일정한 기술이 요구됩니다. 특히 여럿이 모여 조직을 이루고 공동의 목표 실현을 위해 꾸준히 협력해야 한다면 ‘협동의 기술’은 더욱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협동조합이나 시민단체, 상인회나 상조회에 이르기까지 모든 협동조직의 성공적인 협력을 좌우하는 세 가지 기술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커뮤니케이션 기술 즉 대화능력입니다. 사실 가라타니 고진의 말처럼 자주 모여 이야기 나누고 회의도 정기적으로 하지만 우리는 대화(Dialogue)가 아니라 독백(Monologue)에 빠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전 일인데요. A 협동조합의 임원들이 전원 남성이라 의사결정의 다양성을 위해 여성 이사 선출을 권유 드린 적이 있습니다. 답변인즉 임원 중에 여성이 있으면 안건마다 따져 물어 이사회 시간이 길어지고 불편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안건 설명과 동시에 일사천리로 동의와 재청이 뒤따르는 회의, 생각과 지향이 같은 분들끼리 모여 그저 서로 같음을 확인하는 그런 자리에서 오가는 이야기는 대화가 아니라 독백입니다. 이런 조직 문화에서 ‘1+1’은 최소한 2도 아니고 1에 머물고 맙니다. 협동은 무기력한 것이 되고 말지요.

각각의 입장이 지닌 차이를 발견하고, 서로의 다른 점에서 강점들을 결합시켜내며, 새롭게 공감과 합의를 찾아가는 과정이 곧 대화이고 우리를 협동과 혁신으로 안내하는 힘입니다. 여기서 ‘1+1’은 3이나 4가 될 수도 있으며 그것이 바로 협동의 이유인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커뮤니케이션 기술은 차이를 드러내주고, 각각의 강점을 결합시켜 우리를 보다 적극적으로 협력하게 하는 진정한 대화의 능력입니다. 반드시 배우고 훈련하여 숙련시켜 나가야 할 협동의 기술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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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세계 협동조합의 해 포스터

협동의 두 번째 기술은 재무제표 분석 능력입니다. 안타깝지만 대한민국에는 숫자들이 나열된 것만 보아도 구토와 어지럼증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과거 입시 위주의 재미없는 학교 교육으로 조기 수포자(수학포기자)가 많아진 탓입니다.

이제 괜한 불안감은 내려놓고, 울렁증에서 탈출해 봅시다. 각종 회계자료들이 숫자로 되어 있어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지지만 예산서라는 것은 우리가 하려는 일들을 돈으로 표기한 것에 불과합니다. 결산자료들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생각한대로 돈을 잘 써왔는지 숫자로 보여줄 뿐입니다. 더 간단하게는 재무제표 분석이라는 것도 오늘 저녁 식사로 자장면을 먹을지, 한우를 먹을지 결정함에 있어 내 지갑에 얼마가 있는지 확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이틀 정도의 시간만 투자하면 누구나 일정한 능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능력이 주는 편익은 상당하여 무시하기 어렵습니다. 만일 임원과 주요 활동가들이 초보적인 수준이라도 일정한 재무제표 분석능력을 갖추게 되면 협동조직 내부의 신뢰 수준은 매우 높아집니다. B 협동조합의 경우 값비싼 기계장치의 감가상각으로 인해 실제 현금 흐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회계 상으로는 손실이 발생한 적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퍼져 조직 전체가 크게 흔들린 경우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경영을 맡고 있는 임원들이 이 문제를 제대로 설명하고 이해시키지 못한 것도 원인이었습니다.
 
이처럼 기본적인 재무제표 분석능력은 신뢰를 뒤 흔드는 소모적인 갈등과 오해도 줄여주며, 나아가 미래에 대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설계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자 이제 더도 말고 둘도 말고 이틀의 시간을 과감하게 투자해 봅시다. 숫자를 사랑해 보세요. 사랑은 의지라 하였습니다.
 
협동의 기술 세 번째는 민주적 리더십 역량입니다. 일반적으로 리더십이 ‘대장되기’라면, 민주적 리더십은 ‘서로 같이 대장되기’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협동조직은 참여하는 모두가 주인이며, 1인 1표의 원리에 의해 운영됩니다. 그런데 모두가 주인이라는 것이 말은 그럴 듯하지만 자칫 누구도 적극적으로 책임지지 않는 주인 없는 조직이 되기도 쉽습니다.
 
문제의 해법은 저마다 자기가 주인이라는 대장이 많은 조직이 되는 것입니다. 대장은 타고 태어나는 능력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기에 ‘대장 많은 조직되기’가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과거 군주제나 귀족제 시절에는 아버지의 신분과 지위에 따라 대장 여부가 판가름 났지만 민주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서로서로 밀어주면 누구나 대장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단 대장으로서의 기술은 학습돼야 하는 것이니 이에 대한 방안은 별도로 준비되어야 합니다. 바로 민주적 리더십 훈련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협동조직들은 인적 결사체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사람의 힘이 경쟁력이 되는 조직입니다. 민주적 리더십 역량은 협동조직의 이러한 강점을 극대화해줍니다. 대장이 많아지면 배가 산으로 가고, 되는 일도 없이 소란스럽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배가 산으로 가는 것’은 말은 무성하나 실천하는 사람이 없는 주인 없는 조직의 특징입니다. 주인이 많아 힘이 넘치고 시끌벅적한 곳에는 돈도 모입니다. 민주적 리더십 역량을 갖춘 대장이 많아지면 필경 매출도 늘고 출자금도 마구마구 증가합니다.
 
‘대화능력’, ‘재무제표 분석력’, ‘민주적 리더십 역량’ 이 세 가지 협동의 기술은 협동조직을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면서도 짜임새 있고 체계적으로 운영되도록 만들어 주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입니다. 잊지 마세요. 협동의 기술은 저절로 찾아오는 신의 선물이 아니라 여러분의 의지와 결단의 산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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