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진이형의 슬기로운 협동생활] 1. 협동으로 안내하는 슬기로운 마음가짐
[혁진이형의 슬기로운 협동생활] 1. 협동으로 안내하는 슬기로운 마음가짐
  • 이로운넷=최혁진 전 청와대 사회적경제비서관
  • 승인 2020.05.24 08: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협동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면, 나는 학생, 의사, 선생입니다."
협동하는 삶은 왠지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울 것 같고, 그래서 협동조합은 피로감이 높은 기업이 아닐까 염려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니올시다. 우리의 삶 자체는 협동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협동에 균열이 생기면 불건강해집니다. 물론 협동에는 다소 훈련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체를 생각해보세요. 각 기관은 매우 긴밀하게 협동하고 있습니다. 어느 하나의 기관이 과도하게 사용, 즉 ‘오버’하면 병이 납니다. 모두 적절한 수준에서 협력하고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만 자율신경계처럼 그 자체로의 협동도 있습니다만 대다수의 몸치들처럼 일정한 훈련을 해야 손발이 자연스럽게 협동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자 이제부터 저와 함께 몸치 탈출을 시작해봅시다. 온 몸이 협동하는 자유를 만끽해봅시다. 슬기롭게~
 

협동은 조화로운 관계입니다. 줄넘기나 수영하기를 상상해 보세요. 머리와 손발의 조화로운 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가요. 마음만 앞선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손발을 부지런히 움직인다고 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마음과 손발, 호흡과 속도 이 모든 것들이 조화를 이루고 각각의 신체기능이 긴밀하게 협력할 때 줄넘기든 수영이든 잘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배우고 싶은 절실한 마음과 동기가 있어야 합니다. 의지가 있어야 다른 사람들이 하는 것을 자세히 보면서 원리를 익히고 마음으로 상상하며 배우게 됩니다. 하지만 머리로 완벽하게 이해한다고 해서 곧바로 손발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은 아닙니다. 꾸준히 반복해서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불연 듯 잘 하게 되는 찰나의 경험을 하게 되는데요. 몸과 마음이 제대로 배우고 익혀 하나가 되는 그야말로 협동의 순간입니다.

여럿이 모여 공동의 문제와 욕구를 해결하려 할 때도 보다 잘 협동하려면 그에 적합한 마음가짐이 우선입니다.

여럿이 모여 공동의 문제와 욕구를 해결하려 할 때도 보다 잘 협동하려면 그에 적합한 마음가짐이 우선입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고 배운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저 ‘협동하면 좋다’고 외친다고 해서 절로 조화로운 협력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우리를 자연스럽게 협동으로 이끌어 주는 세 가지 마음가짐과 삶의 태도가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그 첫 번째가 ‘나는 학생입니다’라는 생각입니다.

학생 즉 배우는 자의 위치에 선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항상 새로움으로 채워 줍니다. 학교를 졸업하는 것으로 배움이 멈춰버린 분들은 대체로 내 맘대로 바뀌지 않는 세상과 내 뜻대로 따라 주지 않는 주변인들로 인해 분노로 가득 차게 되거나 무기력감을 느끼곤 합니다. 이 분들에게 협동이란 매우 고달프고 피곤한 그야말로 ‘일’이 되며, 관계의 장이 확장될수록 에너지는 소진되고 불만이 많아져 때로 아주 권위적인 사람으로 급변하기도 합니다.

반면 학생으로서의 삶을 사는 분들은 다른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서 항상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기에 보다 적극적인 관계 맺기에 나서게 됩니다. 구운 계란을 잘 만드는 법, 아이들이 울 때 화내지 않고 달래는 법, 와이셔츠 잘 다리는 법 등 세상은 온통 배울 것들로 넘치고 그 모든 배움은 다른 사람을 경유해 자신에게 온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내가 학생이라는 생각과 태도는 매순간 상대방이 자신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보다 협조적인 관계에 나서도록 동기부여합니다. 협동의 시작입니다.

다음은 ‘나는 의사입니다’라는 생각입니다.

천식으로 고통받던 거동불편의 독거노인이 있었습니다. 소식을 전해들은 의료진들이 정기적으로 방문해 의료적인 조치를 하였지만 증상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집에 있었습니다. 비가 새고 온 집안에 곰팡이가 피어 약을 드셔도 그 때뿐이고, 도저히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어려운 환경이었습니다.

결국 집수리 사회적기업이 나서서 집을 고치고 이웃의 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산책도 시켜드리자 건강도 많이 개선되었는데요. 사람을 살리고 건강을 지키게 돕는 것이 의사라고 한다면 집을 수리한 분들도, 봉사에 나선 이웃들도 모두 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사람의 건강도 사실은 다양한 사람들의 협력과 협동의 기반 위에 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건강은 결코 전문가로서의 의사만의 힘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좋은 음식을, 누군가는 맑은 공기를 또 누군가는 안전한 마을을, 누군가는 곤경에 처한 이웃을 보살피려 할 때 우리의 건강한 삶은 유지됩니다. 그러니 우리 모두는 마음먹기에 따라 그리고 작은 실천 하나로도 다른 어떤 이들의 의사가 될 수 있습니다. 협동은 곧 ‘의사되기’입니다.

마지막으로 ‘나는 선생입니다’라는 생각입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들 가운데 평소 학습에 어려움을 겪는 친구들을 잘 도와주는 학생이 학문적인 면에서 더 깊고 넓게 성장한다고 합니다. 사람마다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 정작 친구들을 도우려면 더 다양하게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다른 한편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이 깊은 사람이 훌륭한 선생이 될 가능성도 높다고 합니다. 자신이 아는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듣는 사람들의 반응을 살펴서 그 눈높이를 맞추려 하기에 교육적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는 것이 아닐까요. 그렇게 보면 훌륭한 선생은 이웃들을 배려하고 사랑하며, 나누고 도와줌으로서 더욱 성장하는 바로 협동하는 사람인 것이며,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있는 그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의 선생이 될 수 있습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가까운 이웃들을 대화의 장으로 초대하는 사람, 코로나로 어려움을 겪는 결식아동들에게 맛난 친환경 도시락을 전하는 사람, 공정무역을 친구들에게 소개해 보다 좋은 삶의 기회를 만들어 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 바로 ‘학생되기’ ‘의사되기’ ‘선생되기’의 삶을 향한 유쾌한 의지가 우리를 자연스레 협동으로 안내할 것입니다.

협동하는 삶을 꿈꾸고 있다면 이제부터 아침에 눈을 뜨며 나지막이 외쳐보세요.

"나는 학생입니다. 나는 의사입니다. 나는 선생입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문성환 2020-05-26 09:58:13
친절한 해석이네요.
제대로된 협동조합 만들기 만만히 않지만
학생.의사.선생 역할을 하는 조합원이 많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