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과의 이분법적 구분에 익숙한 우리에게 ‘글쓰는 과학자’는 마치 ‘소리없는 아우성’처럼 역설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글쓰기는 문과, 과학은 이과로 마치 서로 다른 영역의 것으로 여겨질 때가 많기 때문이다. “과학자는 글을 잘 못 써도 돼”라는 말은 틀렸다고 봐도 된다. 글쓰기의 중요성은 시간이 지날수록, 학문이 점점 더 세분화할수록, 융합연구가 중요해질수록 더욱더 필요해지고 있다. 글쓰기는 과학자들에게도 필수이자 잘할수록 경력에 전반적으로 도움이 된다.과학 커뮤니케이터에게는 당연히 글쓰기가 중요하지만, 학계에서 연구하는 과학자
“백신 개발에 대해 이야기를 해 주겠어요?”스크린에 비친 키즈메키아 코벳(Kizzmekia Corbett) 박사는 미국국립보건원(NIH) 원장인 프랜시스 콜린스(Francis Collins) 박사의 물음에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이야기했다.“중국에서 1월 10일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을 발표한 후 우리는 실험실이 아닌 컴퓨터 모니터 앞에 앉았어요!”코벳 박사는 NIH 산하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백신 센터의 면역학자로서 모더나사와 함께 코로나19를 예방할 수 있는 mRNA 백신 개발을 이끌었다. 지난 5월 27일 페이스북 라이브로
202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가 바이러스를 본격 학습했다. 사람들은 손을 씻고 마스크를 끼는 게 감염 방지에 '정말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체험했다. 바이러스를 다룬 재난 영화가 역주행하고 관련 책 판매량도 늘었다.코로나19로 생긴 ‘바이러스 붐’과 상관없이, 20년 가까이 바이러스만 파온 과학자에게 요즘 같은 시대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지난 22일, 바다 건너 미국 애틀랜타에서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문성실 박사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지난 4월 말, 첫 단행본인 ‘사이언스 고즈 온’을 출간했다. 바이러스를 연구하는 여성,
수학, 지구환경과학, 생명과학, 화학 분야 젊은 과학자 4인이 ‘불확실한 세계, 그래서 과학’을 주제로 강연을 펼친다.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과 카오스재단이 주최하고 인터파크가 후원하는 공개 강연 ‘과학자의 꿈과 도전: 불확실한 세계, 그래서 과학’이 오는 6일 오후 6시부터 유튜브로 온라인 생중계된다.이번 제28회 공개 강연은 ‘불확실한 세계, 그래서 과학’을 주제로 수학, 지구환경과학, 생명과학, 화학 분야 젊은 과학자 4인의 강연이 각 40분씩 이어진다. 코로나19가 세상에 전파 된 지 1년 이상이 된 시기에 통찰을 전한다. △
2020년 9월 어느 날, 휴가를 내고 집에 있던 나는 컴퓨터를 켰다. 연구소에 붙은 포스터를 보고 꼭 듣겠노라고 생각했던 세미나가 곧 열릴 예정이었다. 미국에서 연구실을 운영하는 한 중년 생물학자가 온라인으로 자신의 랩에서 발견한 연구 내용을 발표했다. 세포 크기의 증가가 세포의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연구자의 설명과 표정이 생생하고 연구 내용을 스스로도 재미있어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세미나는 성공적이었다. 많은 사람이 그가 발표한 연구 내용을 신기해했고, 온라인 강연임에도 많은 질문이
‘멘토(mentor’)-‘멘티(mentee)’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오랫동안 익숙한 단어가 아니다.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더욱 막연하다. 모두 ‘좋은 멘토를 만나라’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청년 멘토’라 자칭한다. 누구를 멘토라 칭할 수 있고, 멘토는 어떻게 찾아야 할까?필자는 단 하나의 인생 멘토보다 ‘세분화된 멘토’를 찾을 것을 추천한다. 기본 전제 중 하나는 멘토링 하는 분야에 대한 경험이다. 그래서 한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한 멘토가 될 순 없다. 최근 논란이 되는 혜민 스님의 발언 중, 워킹맘에게 아침에 일찍 일어나
노벨상을 제정한 노벨은 ‘인류에 지대한 공헌을 한’ 이들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라는 유서를 남겼다. 그리고 그 분야는 물리, 화학, 생리의학, 경제학, 평화 등 5가지로 정했다.노벨상을 과학자의 최고 명예로 여기는 풍토 속에서, 내가 속한 식물학 분야에 노벨상 수상자가 몇 명인지 궁금했다. 2020년까지 노벨상 수상자 962명 가운데 지금까지 식물과 관련된 분야로, 혹은 식물학자로서 노벨상을 받은 사람은 10명 정도다.난쟁이 밀을 육종한 육종학자 노먼 볼로그는 과학상이 아닌 1970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그가 개발한 난쟁이 밀은
최근 주변에 우울감을 토로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대부분 박사후연구원 친구들이다. 박사후연구원은 보다 안정적이고 높은 수준의 직업군에 들기 전 단계로 여겨진다. 직종 특성상 짧은 기간에 연구 경력을 많이 쌓아야 한다. 보통 1년, 길게는 3년 정도의 고용 기간을 두고, 이후 필요와 능력에 따라 기간을 연장한다. 그동안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과 불안감에 항상 시달리는데, 지금은 코로나19 탓에 연구가 밀려 정신적으로 더 힘든 나날을 겪고 있다.지난주 네이처 지에 실린 전 세계 7,670명의 박사후연구원을 대상으로 6월
2019년 영국의 해변 도시 브라이튼에서 대학원생의 정신건강 및 복지에 관한 국제 회의(1st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mental health and wellbeing of postgraduate researchers)가 처음으로 열렸다.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정신건강과 웰빙을 중요하게 여기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이 학회는 콕 집어 ‘대학원생의 정신건강’만을 다뤘다. 그 누구보다 똑똑하며 반짝반짝 빛날 것 같은 미래 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학회라니?2018년 네이처지 연구에 따르면, 대학
과학자, 교수를 떠올리면 키만큼 높이 쌓아둔 두꺼운 전공 서적들과 수식으로 가득한 칠판을 떠올리기 쉽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이들이 학자가 속세와 단절돼 진리를 추구하는 모습을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필자 역시도 처음 물리학을 시작할 때 수식들을 풀어나가다가 그것들이 언어처럼 이해되는 순간에 희열을 느꼈고, 지금도 연구비나 일자리 걱정 없이 과학 공부 또는 연구만 하는 걸 꿈꾸기도 한다.한편으로는, 과학자라는 직업이 사업가와 비슷하다고 느껴지기도 한다. 과제를 따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발표한다. 같은 실험 결과라도 더 잘
“과학 하는데 과학만 잘하면 되지, 그것 말고 또 필요한 게 있을까?”이번 글은 우리가 흔히 과학을 잘하는 사람이라고 할 때, 과학 성적이 좋은 사람으로 한정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함이다. 한동안 필자 역시 스스로 과학자 자질을 의심하던 시기가 있다. 대학원 시절, 과학과 크게 관련 없어 보이는 대외 활동, 영어 공부, 운동 등에 관심과 시간을 많이 투자하고 있었고, 그것이 학자의 자질과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보조적이라 여긴 기량이 사실은 과학자 경력이 길어질수록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학창 시절부터 우리는 성적으로 줄
“학생들은 국대안의 본질을 간파하고 반대 운동에 나섰다. 양심적인 교원과 학생을 학원에서 추방하고 파쇼적 제도를 강제하여 학문을 질식시키려고 하는 것이 이 안의 목적이 아닌가! 학생들은 노도와 같이 궐기했다. 학원 내에서는 총검이 횡행하게 되었다. 교원과 학생들은 일본제국주의자가 만든 형무소에 재차 투옥되었다. 이것이 해방의 실상인가. 도대체 어디다가 과학의 꽃을 피울 것인가!.”-월북한 과학자 리승기 중에서“과학은 결코 일시라도 현상에 만족하여 정지하지 않습니다. 현상 만족은 퇴보를 의미하며, 연구실과
과학기술 신산업 주체이자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생활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탄생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이 주목 받고 있다.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이공계 인력이 주로 조합원으로 참여해 과학기술 관련 서비스 등의 활동을 하는 협동조합이다. 정부가 2013년부터 본격적인 육성에 나서면서 현재 국내에서 활동 중인 협동조합만 350개에 달한다. 최근에는 기존 사회적경제기업에 과학기술의 효율성·경제성을 더해 더 큰 시너지를 내려는 움직임도 시작되고 있다. 이에 본지는 을 통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 지원센터가 주
베레모 너머의 생존투쟁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세계에 흑인 영웅이 탄생한게 겨우 몇 년 전의 일이다. 대부분의 인류에게 알려지지 않은 와칸다의 왕은 '블랙팬더'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블랙팬더는 비브라늄이라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수트와 하트 허브를 섭취해 얻은 강력한 신체적 능력으로 전사로 활동한다. 미국 역사 속엔 실제로 블랙팬더라는 이름을 사용한 정당이 있다.오승은은 블랙팬더당을 “1960년대 말과 1970년대 초 미국에서 가장 대담하고 파급력 있는 조직이자, 흑인 운동을 넘어 전체 급진 운동을 이끈 전위대”라고 표현
사상가 니덤의 정체성은 과학자 시절에 형성됐다. 그는 전쟁과 분열로 점철된 20세기를 살았다. 그 덕에 빨갱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서구사회에서 모멸을 당해야 했지만, 적어도 그가 보여준 사상적 궤적의 중심엔, 과학이 있다. 그에게 과학이란 생화학과 발생학의 통합 문제였고, 가장 환원주의적인 생물학과 전일론적인 생물학의 통합 문제는, 그의 사상적 궤적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 이후 과학사가로 입지를 굳히게 되는 이유도, 바로 그의 정체성이 과학자임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그는 중국사 일반이나 철학적 사유를 향해 나가지 않고, 과학의 경계
‘과학의 대중화’를 이끌고 있는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이 발달장애 청년을 위해 1억 원을 기부한다.푸르메재단은 고액기부자 모임인 ‘더미라클스(The Miracles)’의 20번째 회원으로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이 가입했다고 27일 밝혔다. 이 관장은 지난 26일 서울 신교동 푸르메재단에서 열린 가입식에서 발달장애 청년들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 ‘푸르메스마트팜’ 건립에 기부를 약정했다. 저서의 인세와 강연 수익 등을 모아 1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푸르메스마트팜은 양질의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발달장애 청년들이 최첨단?친환경 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