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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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산직 노동자로 근무하는 A씨는 최근 한 언론사 기자가 '평택항 이선호씨 사망사고'와 산업재해를 주제로 취재하는 인터뷰에 응했다. 비교적 간단한 질문·답변 위주 대화였으나 소요된 시간은 예상을 훌쩍 넘겼다고 한다. 그는 "산업현장에 대한 설명부터 차근차근 이야기를 시작하다보니, 시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역시 일터와 산업현장은 생소했다. 사전지식이 없는 나 역시 오랜 시간 설명을 들었다. 

#2. 동남권(부산·울산·경남)지역 산업을 연구하고 지역 청년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는 양승훈 경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사회 노동 담론이 ‘수도권, 정규직, 노동조합’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지난달, ‘교차로와 알바천국 사이에서’라는 강연에서 지역 청년들은 주로 ‘아는 형 네트워크’와 ‘알바천국’을 통해 취업의 경로와 정보교류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수도권의 일경험 경로와는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사실 대기업 공채와 국가고시 등 ‘표준취업 경로’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인구는 10~15%에 불과하다”면서 “특히 지역 관점에서는 비수도권 노동에 대한 언급이 부재하다. 지방 청년의 노동서사는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은 각자 인생을 통해 다양한 환경을 경험하고, 많은 사람과 교류한다. 주로 같은 나이 또래이거나 같은 지역에 살거나, 비슷한 삶의 경로를 걸어온 이들과 소통하는 경우가 많다. 각자의 생활방식을 존중하는 사회 흐름 속에 더욱 짙어졌다.

하지만 이는 공론장에서 특정 소수의 목소리가 지워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같은 환경에 놓인 다수이자 주류의 '합창'이 더욱 크게 들리기 때문이다. ‘다채로운 다수의 시대’이지만, ‘다수’에 모든 사회구성원이 포함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주류·소수의 문제의식은 잘 주목받지 못한다. 비정규 생산직 노동자 산업재해 문제는 누가 죽고나서야 관심을 끌고, 지방소멸 문제는 수도권 주민들의 주관심사가 아니다. 젠더·세대·계층·지역갈등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각자 삶 속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생소한 이야기는 못 알아 듣겠고, 따분하다고 느낀다. 상호이해까지 이어질리 만무하다. 

'열린 소통'이라면 갈등을 해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자세말이다. 나 역시 최근 생소했던 현장직 노동자 A씨의 이야기와 양승훈 교수가 소개한 지방청년 이야기를 곱씹어보며, 산업재해와 지방소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물론 모든 사안과 삶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일 수는 없다. 흥미와 관심사는 각자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치관에 따라 ‘관심이 가는’이 아닌,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고 보는’ 이슈들이 있을 것이다. 열린 자세로 타인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서로 접점을 찾아보는 건 어떨까?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도 여기에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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