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0일은 세계인의 날이다. 다양한 민족·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7년 제정한 법정기념일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 수는 2019년 기준 177만 8000여 명이다. 늘어나는 다문화 인구에 걸맞게 다문화에 대한 정부 정책과 사회적 인식도 차츰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이주민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은 많지 않다. 세계인의 날을 맞아 <이로운넷>은 사회적경제기업을 통해 국내 정착에 성공한 외국인들의 한국정착 이야기와 그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한다.

'세계인의 날'을 기념해 다다르고를 통해 다문화 강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황세연님(왼쪽)과 더그라운드웍스를 통해 통번역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송청화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다르고를 통해 다문화 강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황세연님(왼쪽)과 더그라운드웍스를 통해 통번역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송청화님의 인터뷰를 화상으로 진행했다.

통번역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송청화님

더그라운드웍스(대표 안현정)는 국내 이주여성들에게 통번역사 양성 교육과 일자리를 제공해 이들이 경제적 안정을 이루고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국내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서비스와 국내 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통번역사 양성과정 교육 서비스 등을 진행하고 있다.

더그라운드웍스의 통번역사 양성과정 교육을 수료한 결혼이주여성 통번역사 송청화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송청화님은 2002년 8월, 한국으로 귀화한 이후 19년 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결혼이주여성이다. 2019년 5월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다문화강사보조교육에서 더그라운드웍스의 통번역사 교육 모집 공고를 접하고 기회를 잡았다. 현재 인천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중국어 통번역사로 근무하고 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통번역사 송청화님/ 출처=본인제공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통번역사 송청화님/ 출처=본인제공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서류번역, 상담통역, 사례통역 등을 진행하는 그는 다문화 가정 여성들의 가족 문제 상담부터 아이들 입학 문제, 중도입국 자녀의 입학 문제, 중도입국 자녀 상담까지 일상 속에서 다양한 이유로 통번역이 필요한 다문화 가정 여성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선생님 저 이거 신청해야 되는데 인터넷 잘 몰라요”, “회원가입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요”, “비밀번호 잃어버렸어요”, “아이들 입학 때문에 교육청에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담자의 도움 요청에 그는 “담당자를 바꿔주면 제가 이야기해볼게요”라는 든든한 말을 건네며 차근차근 그들의 어려움을 해결해준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한국어 인사말 정도밖에 할 줄 몰랐던 송청화님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다문화 센터가 없어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오자마자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도움을 요청할 곳이 없어 힘들었다”며 “그때의 나와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을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좋다”고 전했다. 그는 “‘선생님 상담해줘서 너무 감사해요’라는 이야기를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며 “내담자가 ‘이 상담사가 나한테 정말 도움을 주려고 애쓰고 있구나’하는 진심을 느낄 수 있도록, 어떤 경우에서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상담사이려 한다”고 말했다.

그는 결혼이주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은 상황 속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통번역 강의와 한국어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해주고 있는 더그라운드웍스에 대한 고마움도 함께 전했다. 더그라운드웍스는 교육 참가자들에게 “선생님 어떤 강의 원하세요? 우리가 이런 강의 만들게요.”, “저희가 괜찮은 강사진 꾸릴 테니까 같이 배워요” 등 교육 참가자들에게 맞춤형 강의를 제공하려 노력한다. 송청화님은 “지금까지 여러 통번역사 양성 교육 과정을 접해봤지만 강사진, 프로그램 구성 등 모든 측면에서 더그라운드웍스의 과정이 가장 좋았다”며 “이주여성들을 위한 교육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참가자들이 어떤 일자리를 가지면 적합할지까지 같이 고민해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자신의 생각도 들려주었다. 그는 더그라운드웍스 같은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더 많아져야 이주 여성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금전적으로 누군가를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에도 자기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활용한다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혼자만 잘 사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같이 잘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데, 그 길에 사회적경제기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다문화 강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황세연님

다다르고(대표 권보근)는 다문화 가족을 위한 다양한 교육콘텐츠를 개발하고 맞춤형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다문화가족의 국내 정착을 돕는 여성가족부 지정 예비사회적기업이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자기이해 및 자기계발교육’, ‘이주여성을 위한 취업패키지’, ‘결혼이민자 정착패키지’, ‘언어교육지도사 양성과정’ 등 다양한 자기계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다다르고를 통해 다문화 강사가 된 결혼이주여성 황세연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세연님은 중국 주재원이었던 남편과 2004년 결혼 이후 중국에서 계속 살다가 지난 2018년 8월 아이들과 함께 한국에 들어와 국내에 정착했다. 그는 2019년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이중언어 강사 양성 교육과정을 접하고 다다르고의 학습자로 오게 됐다. 이후 한국사회가 안전한 다문화 사회로 정착할 수 있도록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줄여나가고 싶다는 다다르고의 취지에 공감해 교육을 거쳐 다문화 강사가 됐다.

2020 다다르고 1기 강사 워크숍에 참석한 황세연님(왼쪽에서 두 번째) 출처=본인제공
2020 다다르고 1기 강사 워크숍에 참석한 황세연님(왼쪽에서 두 번째) 출처=본인제공

그는 다다르고에서 ‘나의 강점 찾기’, ‘힐링 교육’, ‘다문화 강사 역량 강화 교육’ 등 다양한 교육을 받고 다문화 심리 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사회에 정착하는데 자신감이 높아졌다. 동시에 좀 더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대학 진학을 고민했고 현재 고려사이버대학에서 한국어교육과와 다문화국제협력과를 복수전공하고 있다. 그는 “교육과정을 전부 수료하면 다문화 사회 전문가 수료증, 한국어 교원 자격증, 국제 협력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며 “한국어를 조금 더 체계적으로 배워나가면서 강사로 일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황세연님은 다문화 강사로 일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일에 대해 들려주었다.

“예전에 양평에서 다문화 이중언어 조성 사업이 있었어요. 거기서 많은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만났는데, 아이들이 엄마 나라 언어도 잘하고 한국어도 잘하더라구요. 예전에는 특히 베트남어나 캄보디아어 같은 경우에 가정에서 사용을 못 하게 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해당 국가들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았던 때라 엄마의 언어인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에게 굳이 그 언어를 가르쳐야 돼?’라는 인식이 컸어요. 그런데 그날 본 아이들은 서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베트남어와 캄보디아어를 사용하더라구요. 그게 너무 보기 좋았어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어뿐만 아니라 엄마의 언어를 자연스럽게 학습하고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는 게. 아이들 사이에서 다양한 언어가 편견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면서 조금씩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느꼈고 이런 흐름들이 이어지면 지금보다 나은 다문화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황세연님은 ‘우리는 한 민족’이라는 한국인들의 강한 집단 정체성이 지금의 한국의 성장과 발전을 가져오는데 커다란 원동력으로 작용한 것 같다며,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함께 힘을 합쳐 어려움을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민족성에서 배울 점이 많다고 전했다. 하지만 때로 이런 태도가 과해지면 지나친 민족주의로 나아가 다른 집단에 대한 배타와 혐오를 낳게 되기도 한다. 일부 한국인들은 특정 국가나 외국인들에게 배타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때로는 거리낌 없이 혐오 표현을 내뱉는다.

이에 대해 황세연님은 “혐오라는 것이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거쳐 만들어지는 일"이라며 "한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국가들에 의해 힘든 과정을 거친 시간이 많았기에 이러한 배타적 태도에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며 “혐오 문제는 국가를 떠나 인간 대 인간으로 풀어가야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강사로서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어요. 나와 타인의 다름에 집중하기보다는 더불어 함께 잘 살아가기 위해 서로를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편견 없이 모두가 안전한 다문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공존과 상생을 추구하며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사회적경제기업에 대한 생각도 전했다. 그는 “불평등, 빈부격차 등의 문제는 사회공동체 모두가 같이 고민하며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데, 이런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에 이로운 조직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사회 혁신을 추구하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적경제기업이 앞으로의 사회에서 점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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