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는 다문화가정 2세다. 군에 입대하고 당직병 근무를 서던 중 간부가 쓴 메모에 자기 이름이 적힌 것을 발견했다. 이름 옆에는 ‘도움·배려 용사(다문화)’라고 써 있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이유로 '관심병사'가 된거였다. “(우리 사회는) 네가 누구인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다르면’ 당연히 도움이 필요할 거라 전제한다” P가 말했다. 

# 이향규 작가는 스스로 다문화가정을 꾸린 경험을 바탕으로 ‘후아유’를 썼다. 책에는 딸 애린의 일화가 나온다. 사회교과 시간, ‘소수자의 권리 보호’를 다루는 단원이었다. 담임선생님은 “다문화 부분은 애린이가 읽어보자”고 말했다. 애린은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교사의 지시는 ‘애린이와 우리는 달라’를 공식적으로 확인해준 꼴이었다. “장애인에 대한 단원을 휠체어 타고 있는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하면 그 아이는 기분이 어떨 것 같아?” 애린이 말했다.

제도와 정책은 끊임없이 한국인과 이주민의 ‘차이’를 강조한다. 여성가족부는 3년 주기로 ‘다문화가족실태조사’를 발표한다. 2015년 결과를 보면 이민자와 귀화자의 66.6%가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이전보다 수치가 개선됐지만 여전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었다. 같은 해 여성가족부는 ‘2015년 가족 실태 조사’를 진행했다. 똑같은 물음을 전국민에게 던졌다. 51.7%가 배우자와의 관계에 만족한다고 답했다. 

다문화가정 부부가 오히려 ‘한국인’ 부부보다 관계가 좋다고 해석할 여지도 있다. 그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결론은 왜 붙이는가. 그것은 ‘다르기에 도움이 필요하다’는 막연한 전제에서 기인한다. 이향규 작가는 “뭐가 문제라서 이들을 3년마다 찾아내 이런 조사를 할까? 공적 지원이 필요하면 어떤 가정인지와 상관없이 도와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는다.

따지고 보면 다문화가정이 아닌 곳이 없다. 세대 간 생활양식이 판이한 지금 대부분의 가족 구성원이 문화적 갈등을 겪는다. 즉 ‘다문화’는 모든 이들이 대면하는 문제다. 그러나 지금 사용되는 ‘다문화’는 다양성의 문제를 민족 사이의 문제로 제한한다. 한국인과 이주민은 다르다는 구별짓기의 의식을 촉발한다. 

그리고 구별짓기는 종종 ‘거부’로 표현된다. ‘2017 경기도 외국인아동 기본권 실태 모니터링’을 보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외국인 아동의 입소가 거부된 사례가 등장한다. “피부색이 달라서 적응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 보육료를 부담하기 힘들거다” 등이 이유였다. 말하자면 ‘달라서 싫다’는 것이다. 

다르다는 감정이 확대되는 한 학교·직장·대중교통·문화공간 등 곳곳에서 차별이 생길 것이 자명하다. 경기도 유치원의 사례처럼 곳곳에서 이미 인종분리가 자행되고 있다. 

“(제도나 정책은) 다문화라는 용어를 버려야 한다” 김형완 인권정책연구소장의 말이다. 어떤 집단을 범주화하는 용어에서부터 다르다는 인식이 출발하고 다문화가 그 예다. ‘국제결혼’도 그냥 결혼으로, ‘다문화가족’도 그냥 가족으로 간주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지원 역시 ‘다르다’는 특성을 바탕으로, 반드시 집단 단위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있을까. 전향적 논의가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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