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미디어 이로운넷과 지방분권전국회의는 올 한 해 동안 '지방분권'에 관한 담론들을 이슈화하는 데 서로의 역량을 모으기로 하고 공동기획으로 <지방분권으로 지역소멸과 인구절벽을 막자>라는 기획 특집 기사를 연재합니다. 편집자

이로운넷 =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
지방분권전국회의 이창용 공동대표

주민간의 소통이 활성화되면 마을공동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을공동체성 회복이 공적 결정을 하고 공적 책임을 질 수 있는 자치를 의미하지 않는다. 마을공동체성 회복은 마을과 주민의 자조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주민의 자조역량을 강화한다고 주민자치가 실현되지 않는다. 주민자치를 통해 주민간의 공적소통을 활성화하려면 지방자치법 재개정 등 동읍면 자치단체 등의 분권자치제도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어야 가능하다. 

   그동안 우리는 강력한 중앙집권제도를 토대로 정부주도의 산업화를 추진했고 관료주도 행정체제를 통해 경제와 사회 발전을 도모해왔다. 이러하다 보니 중단되고 빈약한 주민자치제도로 인해 지역사회의 역할과 중요성이 제대로 부각되지 못했다. 마을과 동네에서 주권자가 생활하는 지역사회의 자율성 확대의 필요성에 대해 주목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도 대부분의 주민은 지방분권과 지방자치가 지방정부와 지방의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주민 자신의 주권을 회복하는 것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관료주도, 정부주도 제도와 문화로 인해 자치제도가 주권자 주민에 의한 민주주의 핵심제도임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민자치 없는 민주주의', '마을자치 없는 지역사회'는 우리나라와 같은 중앙집권국가가 아닌 풀뿌리자치를 기반으로 지역사회를 발전시켜온 지방자치 선진국에서는 상상하기 어렵다. 주민자치 없는 민주주의는 무늬만 민주주의일 뿐이다. 마을자치 없는 지역사회, 지역 없는 시민사회 발전이 우리 민주주의의 수준이자 실상이다.

풀뿌리자치 없는 지역사회는 주권자 주민이 일상에서 통치주체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주민이 주권자임을 망각하고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고 있음을 알지 못한다. 그 결과 지역사회는 정부와 시장을 통제할 힘을 갖지 못하여 정부와 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상실해버렸다. 지역사회 발전은커녕 정부와 시장에 종속되는 이른바‘식민화’상태가 되고 말았다. 민주주의는 풀뿌리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심화 발전할 수 있는데 주민자치 없는 지역사회로는 더 이상의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87년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반쪽 민주주의에 불과하다. 주권자 주민의 역할이 부정되고 있고 주민에 의해 선출된, 주권을 위임받은 대리인집단의 역할만이 인정되고 있다. 주권자 주민의 역할이 강조되는 민주적 정치체제는 요원하다. 민주화 이후에도 주권자가 사는 마을, 동네, 동읍면 지역사회가 행정의 말단으로 이해되고 동원체제의 기초단위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군구의 행정서비스를 받는 행정영역일 뿐이지, 주권자가 자신의 위상과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치영역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지역사회가 주권자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장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주민자치가 없는 지역사회에서 주권자 주민이 설 자리는 없다. 선거기간 주권대리인을 선출하는 유권자로 잠시 등장할 뿐 통치의 대상으로, 결정권 없는 참여의 대상으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결정권의 대부분을 주권대리인인 정치집단, 관료집단에 위임해놓고 있어 정작 주권자 주민은 지역과 국가에 대해 어떠한 결정도 할 수 없는 처지에 있다. 주권대리인에 의한 대의제가 전부인 양 이해되고 있는 현 지역사회에서 주민에 의한 지방자치가 중심에 설 입지가 없다. 지방자치는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분권자치제도에 기반해야 한다. 주민자치는 지역사회의 기본운영 인프라이다. 

   정부와 시장이 잘 작동되려면 풀뿌리 주민자치제도가 필요하다. 주민자치제도에 의해 주민 개개인이 정치과정을 통해 생산해내는 정보가 왜곡 없이 잘 소통되어야 정부는 주권자 주민을 위한 정부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시장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공동체를 고려한 방식으로, 양극화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잘 작동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사회는 지역 내,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사회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공적소통과정을 통해 지역사회 내에 왜곡 없는 정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높은 수준의 정보의 질을 확보할 수 있게 한다. 주민자치는 주권자 주민이 일상에서 사회적 합의를 기반으로 정보를 생산해낼 수 있기 때문에 지식정보량과 함께 결정의 양이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 될 것이다. 

   주민자치를 기반으로 공적소통을 시작하면 결정 단위가 지금의 대의정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결정의 양이 획기적으로 늘어나 투명하고 왜곡 없이 고급 지식정보와 데이터의 생산과 유통을 할 수 있고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정보량을 수용할 수 있게 된다. 공적소통을 일상적으로 하는 주민자치시스템은 결정의 양 버퍼가 커 폭증하는 지식정보량의 활용, 관리에 따른 부하를 줄일 수 있다. 자치를 기반으로 하므로 지식정보의 생산, 유통, 소비가 왜곡 없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게 됨으로써 탈산업화 지식경제 발전을 촉진시키고 사회갈등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지식정보화시대에 잘 부합되는 것이 풀뿌리자치제도라 할 수 있다.

   대리인에 의한 자치는 주민이 의사결정과정에의 참여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주민의 의중이 왜곡되고 부정확하게 반영될 가능성이 높고 결정단위가 대의기구에 국한되어 있어 정보가 폭증하는 시대 시장과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정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거나 활용하기가 어려운 제도이다. 대의제도는 결정단위가 많지 않아 결정의 양 또한 제한적이어서 폭증하는 지식정보량을 생산, 유통, 소비과정에서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주민간 공적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주민총회형 동읍면자치제와 주민직접발안제의 도입, 주민투표제의 전면적 개혁이 필요하다. 주민이 마을과 동네에서 주민발안, 주민투표, 주민총회를 통해 국가와 지역에 대한 중요의사 결정을 할 수 있는 주민자치가 작동되어야 한다. 이처럼 주민에 의한 자치, 주민자치는 주민이 일상에서, 마을에서 자신이 가진 뜻과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이기 때문에 주민자치는 경제와 사회를 변화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전면적인 풀뿌리 주민자치제도 도입을 통해 경제와 사회의 새로운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 주민이 자치를 통해 공적소통을 할 때만이 양극화 등의 경제문제와 저출산 고령화, 사회갈등 등의 사회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주민자치를 통해 통치대상에서 벗어나 통치주체가 되어야 국가를 바로 세우고 지역을 바로 세울 수 있다. 주민이 자치를 해야 국가를 혁신하고 지역을 혁신할 수 있다. 주민자치는 시간적으로는 일상자치이면서 공간적으로는 마을자치일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가 지방자치의 출발이고 지방분권의 동력이고 지역혁신 그 자체이다. 주민자치는 회합형 직접민주제인 주민총회, 표결형 직접민주제인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를 기반으로 한다. 주민자치는 동읍면자치제,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를 통해 작동된다. 

   그동안 지역사회는 주민자치위원회를 개선한 주민자치회, 주민참여예산제, 주민투표제, 주민조례발안제의 도입과 운영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졌지만, 그 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약하다. 주민자치회는 주민자치위원회보다 개선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하지만 독립사무와 독립세원, 주민대표성 측면에서  주민 자조 조직에 불과하다. 주민이 일상에서 독립사무와 독립세원, 주민대표성을 기반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자치활동을 할 수 있는 동읍면자치단체의 도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주민의 결정권한과 책임성을 요구하고 주민 참여를 획기적으로 증진하는 주민투표제와 주민발안제의 도입보다는 주민의 참여 동기가 약한 주민참여예산제, 주민간접발안제, 주민투표제를 도입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마을 공동체성을 회복하는 共적 소통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민에 의한 마을자치가 가능한 제도화된 公적 소통의 필요성이 강조되어야 한다. 동읍면자치단체, 주민발안제, 주민투표제를 도입하여 마을과 동네에서 共적 소통을 넘어 公적 소통을 시작하자. 

이창용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