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될까...“정상 기능 못해” 文대통령 발언 여파 주목
‘위안부 화해‧치유재단’ 해산될까...“정상 기능 못해” 文대통령 발언 여파 주목
  • 양승희 기자
  • 승인 2018.10.01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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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 9월 3일 재단 즉각 해산 1인 시위 및 국민청원 중
‘2015 한일합의’로 일방적 설립…文 “재단 매듭짓자” 발언에 한일관계 주시
정의기억연대 “10억엔 日정부로 즉각 반환, 피해자 명예‧인권 회복 위해 힘써야”
#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2) 할머니는 지난 9월 3일 서울 종로 외교부 청사 앞에서 피켓을 들었다. 화해‧치유재단의 즉각 해산을 요구하는 1인 시위였다. 이날 시위를 시작으로 9월 한 달간 외교부와 중구 화해‧치유재단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학계, 종교계를 비롯해 다양한 시민들이 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92) 할머니가 지난 3일 외교부 앞에서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화해‧치유재단 해산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는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92) 할머니.

해산이냐 유지냐. ‘위안부 화해‧치유재단’의 운명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는 단체에서 주도한 1인 릴레이 시위가 시작된 이달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 청원도 함께 올렸다.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를 더 이상 힘들게 하지 말고, 하루빨리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에는 28일 현재 약 2700명의 시민이 동의를 표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한일정상회담’을 통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나 “일본군 피해자 할머니 지원을 위해 설립된 화해‧치유재단의 종결”을 거론하면서 실제 재단 해산으로 이어질지 기대감이 모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위안부 피해 할머니와 국민의 반대로 화해‧치유재단이 정상적 기능을 못하고 고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혜롭게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발언 이후 국내외 언론은 사실상 화해‧치유재단을 해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화해‧치유재단’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라 이듬해 7월 여성가족부 소관으로 설립됐다. 위안부 문제를 종결한다는 약속과 함께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약 99억원)으로 피해자와 유족에 대한 치유금 지급 사업을 했고 생존 피해자 34명(2015년 12월 합의 시점 기준), 사망자 58명에게 총 44억원이 지급됐다. 

그러나 ‘한일 위안부 합의’는 위안부 피해 당사자들의 반대에도 정부가 일방적으로 일본과 합의한 것으로, 국민들로부터 즉각 반발을 샀다.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화해가 없는 ‘알맹이 없는 합의’라는 점 때문이다.

위안부 피해자 상당수는 지급된 치유금 수령을 거부하고, 10억엔의 일본 반환과 재단 해산 요구를 이어왔다. 지난해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정부가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재검토를 진행했고, 일본이 출연한 10억엔을 전액 정부 예산으로 충당하면서 재단은 유명무실해졌다.

문 대통령의 이번 언급에 대해 국내 주요 언론은 “화해‧치유재단이 기능을 하지 못하고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 유지 비용만 매달 3000만원 가량이 드는 상황에서 더 이상 방치하기보다는 해산 절차를 밟겠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한일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를 만나 화해‧치유재단 해산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한일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직후인 지난 26일 정의연은 논평을 통해 “한국 정부는 화해‧치유재단 즉각 해산하고,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하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미향 정의연 이사장은 “화해‧치유재단은 피해자들을 배제하고 절차적‧내용적으로 중대한 흠결이 있는 진실과 정의의 원칙에 위배되는 합의로, 화해‧치유재단 해산은 ‘2015 한일 합의’ 폐기를 통해 정의로운 해결로 가는 기본 조치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그 자체로 ‘2015 한일 합의’의 정당성이 없음을 선언한 것이다”라고 밝혔다.

남은 문제는 화해‧치유재단 해산이 앞으로 한일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문 대통령은 한일 정부 간 신의를 고려해 “위안부 합의의 파기나 재협상을 요구하지는 않겠다”고 밝히며, 당장 10억엔을 일본 정부에 반환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지혜롭게 매듭을 짓는’ 구체적 방법에 대해 청와대는 “외교부에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는 한일 정부 간 합의로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며 “한국 정부가 합의의 정신을 지켜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의 일부 언론들 역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재단 해체는 향후 한일관계 악화의 불씨를 안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정의연 측은 “이제 문재인 정부가 할 일은 화해‧치유재단 해산과 일본 정부의 위로금 10억엔 반환을 위해 정부 예산으로 편성한 일본 정부로의 위로금 반환을 위한 즉각적 정책 마련과 집행, 피해자 중심주의적 접근 원칙에 근거한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들의 명예와 인권 회복을 위한 모든 조치의 이행이다”라고 주장했다.

사진제공. 청와대, 정의기억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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