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 된다’고 했던 위안부 영화,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요”
“모두 ‘안 된다’고 했던 위안부 영화,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해요”
  • 양승희 기자
  • 승인 2018.08.15 1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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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예술콘서트 ‘오늘’ 8월 14일 ‘세계 위안부 기림일’ 기념해 강연
영화 ‘귀향’ 조정래 감독, ‘아직 돌아오지 못한 기억들’ 주제로 이야기

 

'세계 위안부 기림의 날’인 8월 14일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에서 영화 '귀향'의 조정래 감독(오른쪽)이 강연했다.

‘누가 그렇게 아픈 것을 보려 하겠느냐.’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이야기로 영화를 만든다고 했을 때, 영화계 선배들은 전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무도 제작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보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단언이었다. 제작비가 없어 시작조차 못 할 뻔했던 영화는 시민들의 지지 덕분에 기적적으로 세상에 나온다. 2016년 개봉한 조정래 감독의 영화 ‘귀향’이다.

지난 14일 서울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열린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에는 ‘귀향’의 조정래 감독이 연단에 섰다. 모두가 ‘안 된다’고 했지만 ‘귀향’은 개봉 당시 17일간 박스오피스 1위, 358만 관객 동원하는 등 흥행했으며, 국내 상영 후에도 전 세계 10개국, 61개 도시에서 10만 회 이상 상영되며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는 역할을 했다.

조 감독은 “할머니들이 겪은 일에 100분의 1도 표현하지 못했지만, 타지에서 돌아가신 20만 넘는 위안부 피해자의 영령이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았다”고 말했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기억들’을 주제로 한 이번 강연에서는 ‘귀향’의 일부 장면과 제작 과정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이를 본 청중은 눈물을 흘리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고통을 먹먹하게 나눴다.
 

위안부 피해자인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 영화 '귀향'의 모티브가 됐다.

강연이 열린 8월 14일은 제6차 ‘세계 위안부 기림의 날’로 의미를 더했다. 1991년 8월 14일은 위안부 피해자인 故김학순 할머니가 생존자 중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모으는 계기가 됐다. 2012년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이날을 ‘세계 위안부 기림일’로 지정해 이듬해부터 관련 행사를 열었고, 올해는 국가 기념일로 제정돼 피해자에 대한 보호, 지원 및 기념사업 등에 관한 법령이 시행되고 있다.

조 감독은 지난 2002년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모여 있는 ‘나눔의 집’ 봉사활동을 계기로, ‘귀향’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특히 강일출 할머니의 그림 ‘태워지는 처녀들’에 일본군이 소녀들을 불에 태우는 것을 보고, 영화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그는 “이 그림을 보고난 뒤 며칠 동안 몸이 아프고 악몽에 시달릴 만큼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귀향’을 제작해 스크린에 걸기까지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작품의 소재, 스타 배우의 부재 등 이유로 투자 유치 단계부터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조 감독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온라인에 ‘귀향’을 소개하는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고, 그 결과 국내외에서 7만 5000명 넘는 시민들이 십시일반 동참해 후원금 12억원을 모았다. 순 제작비 50%가 넘는 후원금과 기부금 덕분에 ‘귀향’은 시나리오 작업 이후 무려 14년 만에 개봉했다.
 

영화 '귀향' 스틸 컷. 일본군이 위안부로 끌려온 소녀들을 학살하는 장면.

‘귀향’ 이후 위안부 피해자 대한 인식이 퍼졌고, 이후 충무로에서는 ‘눈길’ ‘아이 캔 스피크’ ‘허 스토리’ 등 여러 상업영화가 제작돼 개봉했다. 조 감독은 “‘홀로코스트(독일 나치의 유대인 대학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전 세계 685편에 이르는데, 위안부를 다룬 작품은 아직 36편 정도”라며 “앞으로 더 많은 영화가 나오고 연극, 뮤지컬,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로도 제작되기를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조 감독은 “일본이 진심 어린 사죄와 배상을 할 때까지 앞으로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알리는 일에 계속 힘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귀향’은 최근에도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에서 상영되고 있는데, 관람 후 외국 관객들에게 ‘실제 이야기냐(Is this a true story)?’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고. 그는 “영화가 1번 상영될 때마다 피해자 한 분의 영령이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무료로 진행되는 인문예술콘서트 ‘오늘’은 행사일 2주 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운영하는 홈페이지 ‘인문360°’(inmun360.culture.go.kr)에서 관람 신청을 받는다. 모든 강연은 ‘인문360°’를 비롯해 유튜브, 네이버 TV캐스트에서 영상으로 다시 볼 수 있다. 오는 9월에는 언니네텃밭과 소녀방앗간에서 ‘여성들의 연대와 자립을 주제’로 강연을 진행한다.

글. 양승희 이로운넷 기자
사진제공.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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