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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와 을지로 사이 골목에는 알려지지 않은 ‘섬’과 같은 곳이 있습니다. 스위스의 ‘시계 장인’, 베네치아의 ‘유리공예 장인’ 같은 분들이 있어요. 우리나라의 ‘발명왕, 오디오 장인, 금속 가공술인 시보리 장인’을 만나볼 수 있는 곳입니다. 고객들이 ‘처음 경험하는 서울여행’이라고 이야기해주시면 뿌듯하죠.” 

영등포구 가이드쿱 사무실에서 만난 호기헌 이사장은 ‘골목 투어’ 고객 반응을 묻는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가이드쿱은 2018년 관광통역안내사들이 모여 만든 여행기획사다. 설립 이듬해 코로나19가 창궐해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 생존을 위해 내국인을 위한 이색 가이드 상품을 만들고, 다양한 판로 개척에 도전했다.

호기헌 가이드쿱 이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청년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사진=금진영 청년기자
호기헌 가이드쿱 이사장이 서울 영등포구 사무실에서 청년기자단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모습./사진=금진영 청년기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선보인 ‘산티아고 in 연천’ 트래킹 코스는 펀딩 목표금액의 213%를 달성했다. 지난 4월 카카오메이커스에서 판매한 궁궐 인물 투어 상품은 일주일 만에 2500여 개가 판매됐다.

호기헌 이사장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들이 여행상품 기획부터 참여하는 방식이 고객 만족도를 높인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Q. 가이드쿱의 여행상품 기획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

여행사에서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서나 담당자가 상품을 기획해서 가이드들에게 전달합니다. 가이드쿱은 고객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가이드들이 직접 여행을 기획합니다. 본인이 만든 상품이니까 상품의 의도, 고객의 만족 지점을 정확하게 알고 소개할 수 있죠.

Q. 투어 상품을 개발할 때 어려운 점이 있다면?

‘신선한 자극’을 줄 수 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기존에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은 곳을 여행 코스로 개발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다 보니 생각지 못한 변수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레트로(Retro) 테마 골목 투어 상품인 ‘응답하라 을지로’의 경우 한 때 재개발 사업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었습니다. 코스 중 일부 지역에서 재개발 공사가 진행됐거든요. 지금은 가이드할 때 당시의 위기를 에피소드로 소개하고, 도시 재생과 재개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합니다.

을지로 골목 투어 참여자들이 청계천 세운상가에 대한 가이드의 해설을 듣는 모습./사진제공=가이드쿱
을지로 골목 투어 참여자들이 청계천 세운상가에 대한 가이드의 해설을 듣는 모습./사진제공=가이드쿱

Q. 코로나19 사태 이후 여행 트렌드를 어떻게 전망하는지?

여행에 대한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기존에 ‘여행’하면 많은 시간과 돈을 들이는 ‘거창한 것’, ‘유명한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일상처럼 가벼운 것’, ‘새로운 자극을 주는 경험을 하는 것’도 여행으로 생각하는 거죠.

예를 들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Z세대)들은 ‘카페투어’를 합니다. 카페에 방문하는 것도 본인에게 새로운 자극을 준다면 일종의 여행처럼 느끼는 겁니다. 가이드쿱의 골목 투어 상품들은 이렇듯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생각하는 경향에 발맞춰 기획했습니다.

Q. 가이드쿱의 궁궐 투어에서 활동 중인 ‘국내 1호 발달장애인 김주희 가이드’가 화제다. ㈜꿈앤컴퍼니, 구립동대문장애인종합복지관이 발달장애인 가이드 양성 사업에 함께 참여했다. 사업의 계기는 무엇인가?

우연한 기회에 ㈜꿈앤컴퍼니 대표님과 발달장애인 직무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개개인이 다양한 역량과 재능을 가진 반면, 주어지는 업무들은 단순 생산직이 주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됐죠. 평소 여행 해설을 하는 일이 가이드 자신을 변화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왔어요. ‘가이드의 힘이 발달장애인에게도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발달장애인 가이드 양성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고, 그 결과 발달장애인 가이드가 탄생했죠. 김주희 가이드는 일을 굉장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게다가 그의 건강도 많이 좋아졌어요. 처음에는 궁궐의 계단을 오르는 일도 힘들어했었는데요, 지금은 현장에서 펄펄 날아다니거든요.(웃음) 주희 가이드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발달장애인 가이드의 현장 투입을 앞두고 있고요. 더 많은 발달장애인 가이드들이 전국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서울 정동에 대한제국 스토리텔링을 더한 골목 투어 상품 ‘정동, 꼬레안과 걷다’ 홍보 이미지./사진제공=가이드쿱
서울 정동에 대한제국 스토리텔링을 더한 골목 투어 상품 ‘정동, 꼬레안과 걷다’ 홍보 이미지./사진제공=가이드쿱

Q. 앞으로의 계획은?

외부와 협업해 다양한 여행 테마와 여행 유형을 개발하려고 합니다. 참신한 여행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실현하기 어려운 개인·팀들이 있습니다. 이들과 함께 여행 상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플랫폼 역할’을 확대하려고 합니다. ‘공간, 치유를 말하다’ 투어의 경우, 외부 팀이 가진 아이디어를 가이드쿱이 함께 개발해 상품화한 첫 번째 사례이고요. 

여행의 다양한 유형을 확대하기 위해 다른 산업군 업체들과 협업할 계획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AR(증강현실)을 여행에 접목해 게임처럼 투어를 한다든지, 배우들과 연극 투어를 할 수도 있겠죠. 현재는 가이드투어와 자유여행으로 양분된 여행상품 형태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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