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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수제맥주 협동조합’은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살며 정치부터 육아, 미래까지 함께 논하는 남자 5명의 모임 ‘아빠들의 수다’에서 시작됐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지역에서 함께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맥주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5년간의 준비 끝에 협동조합이 탄생했다.

우선 지역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을 다양한 콘텐츠로 채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합원의 행복과 주민들의 즐거움, 나아가 지역과의 상생과 발전을 꿈꾸는 수유 수제맥주 협동조합의 황성현 이사장을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유 수제맥주 협동조합 황성현 이사장./사진=전수미 청년기자
수유 수제맥주 협동조합 황성현 이사장./사진=전수빈 청년기자

Q. 수유 수제맥주 협동조합을 설립한 계기는요?

아빠들의 수다라는 모임을 통해 지역 내 먹고사는 문제, 정치, 육아,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수유 빨래골은 노령인구가 많습니다. 북한산 인근이라 재개발도 어려워 계속해서 젊은층이 다른 지역으로 계속 떠나는데, 그렇게 되면 도시 유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지역 안에서 어떻게 잘 먹고 살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우리가 사는 삶의 터전에서 계속 살 수 있다면 또 하나의 도시재생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5명이 모여 도시재생 공모 사업으로 2017년부터 수제맥주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아빠들이 만든 다양한 제품이 있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을 해야 오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수제맥주라는 아이템을 선정했습니다. 수유에는 수제맥주 펍(pub)이 없는데, 구청에서 도시재생 공모사업을 통해 지원받는 것이기에 지역 내 기존 소상공인들과 충돌이 생기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조합원들이 수제맥주를 배우고 생산하며 만든 결과물을 주민들과 나눴습니다. 여러 지역 단체와 관공서, 도새재생지원센터, 한신대 캠퍼스타운, 국토교통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었습니다. 건물의 설계부터 참여해, 올해 1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맥주 전경./사진=전수미 청년기자
서울 강북구 수유동에 위치한 수유맥주 전경./사진=전수빈 청년기자

Q. 중점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는 무엇인가요?

주말마다 모여 맥주를 만들고 나눴던 일들의 가치를 제대로 담을 수 있는 건 협동조합이라고 생각해 결성했습니다. 협동조합에서도 공동의 노력과 분배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동의 가치를 수행하기 위해 더 나아가 사회적기업으로 거듭나야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지금은 모든 조합원이 열정페이로 일하며 수익은 매장 유지와 공과금 납부 등으로만 사용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꿈꾸며 조합원 한 명이 온전히 생업활동으로 조합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원사업 덕분에 구청 건물 안에 있어 2년간 임대료가 발생하지 않는데, 이 부분의 혜택을 오시는 손님들께 충분히 돌려 드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가장 대표 메뉴인 ‘수유 페일에일’의 가격을 3900원(다른 매장의 경우 약 7000원)으로 책정했습니다. 수유맥주라는 아이템이 아직 어색한 동네 주민들에게 먼저 알리기 위해 가격 문턱을 낮추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협동조합의 이익은 적지만, 그래도 이렇게 가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Q. 수유 수제 맥주 협동조합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면요?

주민들 약 60명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2000만원 이상을 후원해 주셨습니다. 지역의 관심과 지원을 많이 받았습니다. 비록 수익은 얼마 없지만, 다시 환원하고자 적은 금액이라도 지역 내 다른 단체에 후원을 하고 있습니다. 

수유맥주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 적어둔 칠판./사진=전수미 청년기자
수유맥주가 걸어온 길을 정리해 적어둔 칠판./사진=전수빈 청년기자

Q. 대표로서 고충도 많을 것 같은데요.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고충은 자금 문제입니다. 당장은 수익을 볼 수 없기에 조합원들에게 많은 출자금을 얻을 수 없었습니다. 조합원들의 출자금 1000만원과 가족을 포함한 지역주민들의 후원금 2000만원으로 매장 내 필요한 기자재들을 준비해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후원해주신 분들의 관심과 지원은 꼭 갚아 나가야 할 빚이라고 생각합니다.

조합원들 모두 각자 생계를 위해 본업 퇴근 후 평일 저녁, 주말에 나와 운영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열정이 계속 지속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협동조합을 만든 가장 큰 목적은 조합원의 행복입니다. 일하는 조합원 5명이 모두 행복하고,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비전을 찾고 즐겨야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에 대한 보상은 없지만, 계속 지속될 수 있게끔 만들어가는 것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Q.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 보람찼던 경험은요?

코로나19가 심한 겨울철 시기에 오픈해 손님이 1명도 없어 ‘이게 뭐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던 날도 있었습니다. 상황이 좋아져 현재는 자주 오시는 손님들, 멀리서 맥주가 맛있다고 오시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인간관계가 이곳을 거점으로 퍼져 나간다는 느낌을 받을 때, 오래오래 있어 달라고 말해주시는 주민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낍니다.

​수유맥주 대표 메뉴인 수유 페일에일(왼쪽)과 수유 IPA./사진=전수빈 청년기자​
​수유맥주 대표 메뉴인 수유 페일에일(왼쪽)과 수유 IPA./사진=전수빈 청년기자​

Q. 대표 메뉴는 무엇인가요?

저희 레시피로 만든 ‘수유 페일에일’과 ‘수유 IPA’입니다. 안주로는 안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두부 찹스테이크입니다. 수제맥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방문해 즐겨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Q. 조합에서 운영하는 펍과 공방을 소개해주세요.

펍은 지역주민들이 찾아오실 수 있는 공간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채우기 위해 월 2회 지역 밴드의 공연을 진행합니다. 공방은 맥주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올 수 있는 공간으로, 수제맥주의 저변이 넓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원데이클래스를 통해 젊은층을 우리 지역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홈브루잉으로 만든 맥주를 주변 가족과 지인들과 나누고, 좋은 시간을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제맥주 공방 안내문./사진=전수미 청년기자​
수제맥주 공방 안내문./사진=전수빈 청년기자​

Q. ‘수유 수제 맥주 안주 레시피 공모전’을 연 배경은요?

처음에는 맥주 5종과 안주 6종으로 시작을 했습니다. 콘텐츠의 새로움 뿐만 아니라, 맥주와 안주를 계절에 맞게 다양하게 제공해야 손님들이 이 공간에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담고자 ‘주민들이 제안하는 안주 레시피 공모전’을 개최하게 됐습니다. 여기서 선정된 레시피가 두부찹스테이크로, 현재 가장 인기 있는 메뉴입니다. 앞으로 주민들과 함께 하는 이벤트를 1년에 2회 이상 꾸준하게 열어 보려고 계획 중입니다.

Q. 앞으로의 비전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내년에 사회적기업으로 전환을 꿈꾸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 예비 사회적기업으로 지정을 받고자 노력 중이며,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고 싶습니다. 또한 지역 브랜드 만들기라는 목표의 첫 번째 길이 유통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지역 내 작게나마 수유맥주라는 브랜드를 유통시키려고 합니다. 서울 어디에선가 수유맥주 브랜드를 보게 된다면 맛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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