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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쓱싹, 위이잉” 귀를 울리는 큰 소리에도 시선은 목공예품을 향해있다. 한 손은 나무판을, 다른 손은 사포를 들고 나무판 둘레를 문지른다. 모난 곳이 부드러워지고, 거친 단면이 매끈해진다. 여기 불타는 열정으로 나무를 만지며 사회에 가치를 더하는 곳이 있다. 나무마음협동조합(이하 나무마음)이다. 나무마음의 첫 시작은 경력단절 여성들이다. 누군가의 아내, 엄마이기 이전의 ‘나’를 찾아 나무마음을 설립했다.

조합원들이 서로 만나게 된 것은 서대문구 여성인력 개발센터에서 진행한 ‘ECO-DIY 인테리어 디자인 전문가 과정‘(이하 ECO-DIY과정)에서다. 이 때의 인연으로 마음 맞는 여성들이 모여 나무마음을 탄생시켰다. 현재 친환경 원목 가구를 제작 및 판매하면서 목공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나무마음의 자세한 이야기를 들으러 강서구에 위치한 협동조합 목공소에서 함소희 이사장과 김선애 조합원을 만났다.

(왼쪽부터)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함소희 이사장과 김선애 조합원./사진=이채미 청년기자
(왼쪽부터)인터뷰에 참여하고 있는 함소희 이사장과 김선애 조합원./사진=이채미 청년기자

Q. 목공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함소희 이사장(이하 함소희): 직장을 그만두고 부모의 삶을 살았을 때, 가슴 속 무언가 치밀어 올랐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었다. 그런데 전공과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것이 답답했다. ‘이대로 나이 들어도 괜찮은가’ 고민했을 때 인테리어 일을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그래서 ‘ECO-DIY 과정‘에 참여했고 목공을 배웠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정신없이 배우면서도 즐거움과 자유로움을 느꼈다.

김선애 조합원(이하 김선애): 직장을 오래 다니다보니 몸과 마음이 지쳐갔다. 무언가 다른 일을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힘들어서 일을 그만두었다. 휴식을 취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았다. 그때 ‘ECO-DIY과정’을 발견했다. 목공을 배우고 싶어서 참여했는데 과정을 수료한 후에도 목공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그래서 나무마음 조합원이 되어 목공 제작에 집중하고 있다.

함소희: 김선애 조합원뿐 만이 아니다. 크몽(프리랜스 아웃소싱 서비스)이나 나무마음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일대일 수업을 오는 분들도 있다. 그분들도 열심히 살았지만 자신이 해보고 싶었던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목공이 떠올랐다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씩 목공을 배우러 오는데, "목공 덕분에 힐링할 수 있다"고 말한다.

Q. 왜 이름이 ‘나무마음’인가?

함소희: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논의하다 ‘목심(木心)’이 떠올랐다. 가구를 제작할 때 나사가 들어간 자리를 막아주는 것이 목심이다. 목심은 나무와 나무를 연결해 하나의 가구를 완성시킨다. 조합원 한 명, 한 명을 연결하자는 의미에서 목심을 한글로 풀어 나무마음이라고 지었다. 나는 교육에 치중하고 김선애 조합원은 제작에 관심이 많다. 이렇게 각자 열의가 다르지만, 나무마음이라는 이름처럼 하나가 되어 협동조합을 이끌고 있다. 더불어 나무와 사람을 이어준다는 의미도 담고 싶었다. 목공교육이 그 통로 역할을 한다. 나무가 어떻게 가구가 되는지 과정을 알려주고 나무의 고마움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수업 목표다.

[사진 ] 목심 사진, 목공 제작에 꼭 필요한 재료이다./사진=이채미 청년기자
[사진 ] 목심 사진, 목공 제작에 꼭 필요한 재료이다./사진=이채미 청년기자

Q. 협동조합 활동을 하면서 얻을 수 있는 점은 무엇인가?

함소희: 무엇보다 수업을 하면서 협동조합의 의미를 피부로 느낀다. 5년째 고양시 장애인 종합복지관에서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교육하고 있다. 함께 나이 들어가면서 소통했던 반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값진 시간이다. 또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더불어 수업’을 3년째 같은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다. 이번 수업을 하러 갔을 때 작년에 들었던 한 학생이 나를 알아봤다.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대화를 나누었다. 계층, 연령에 관계없이 다양한 분들과 만나 관계 맺을 수 있다는 점은 조합원이기에 누리는 혜택이다.

“선생님, 또 오세요. 너무 재밌었어요.” 수업 끝나고 학생들이 해준 말이다. 세상에 이렇게 기분 좋은 칭찬이 또 있을까. 무거운 재료를 들었는데도 발걸음이 가벼웠다. 목공 수업을 즐기며 나무의 소중함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많은 보람을 느낀다. 그 뿌듯함이 좋아서 여기에 발목 잡힌 것 같다(웃음).

Q. 협동조합을 운영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인가?

함소희: 우선 협동조합은 큰돈을 벌 수 없다는 점이다. 시작은 좋았지만 나무마음을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지가 늘 고민이다. 이 문제는 우리나라 협동조합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협동조합 중 수익의 측면에서 성공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또 협동조합이 가정보다 후순위로 밀려나는 점이 아쉽다. 아이들은 성장하고 어르신은 점차 노화한다. 우리의 손길이 필요해질수록 협동조합 활동에 제약이 걸린다. 나름 협동조합도 직장인데 주위에서 알아주지 않는 점이 속상하다. 목공 일을 하고 나서는 아프다는 말을 하지 못한다. "네가 좋아해서 하는 일이잖아." 이런 말이 돌아오기 일쑤다. 가정과 협동조합의 균형이 알맞게 이루어졌으면 좋겠다.

Q. 앞으로의 계획은?

함소희: 우선 목공 수업은 꾸준히 진행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상황이 좋지 않았다. 교육 여건이 나아진다면 수업 횟수를 늘리고 싶다. 동시에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자 한다. 현재 나무마음 홈페이지나 ‘아이디어스’에서 도마, 수납함 등 원목 소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의자, 화장대, 침대 등 가구를 제작해 판매할 계획이다. 또 콜라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패브릭과 원목을 접목시켜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Q. 협동조합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지점은?

함소희: 협동조합에서 협동이 없으면 안 된다. 이는 ‘팥소 없는 찐빵’과도 같다. 그리고 협동을 하려면 무엇보다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마음이 맞아서 만났지만 일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분명히 발생한다. 배려하고 신뢰하는 마음이 그 어떤 기술, 지식보다도 중요하다. 그리고 협동조합은 사회적경제조직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개인 사업을 하는 것이 맞다. 마지막으로, 협동조합을 시작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다. 협동조합은 하려는 의욕만 가지고는 안 된다. 설립하고 나서 1, 2년 후에 해산하는 경우가 많다. 협동조합을 끝까지 운영할 수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검토하고 시작해야 한다.

Q. 정부에 전하고 싶은 말은?

함소희: 협동조합에 대한 지원 사업을 다양하고, 구체적으로 제시해주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보상금 지급이 아니라 협동조합을 제대로 운영할 수 있도록 많은 기회를 부여해주었으면 좋겠다. 예를 들어 교육에 치중하는 협동조합이라면, 이를 필요로 하는 학교, 업체들과 연결해주는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에도 바라는 점이다.

함소희 이사장(오른쪽)과 김선애 조합원(왼쪽)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이채미 청년기자.
함소희 이사장(오른쪽)과 김선애 조합원(왼쪽)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는 모습./사진=이채미 청년기자.

“이번 생은 누구나 한 번밖에 없잖아요.”

함소희 이사장이 처음 목공을 배웠을 때를 회상하며 던진 말이다. 사회가 부여한 역할에서 벗어나 그 뒤에 숨은 ‘나’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이때 목공을 배우고 싶다면, 용기를 내어 나무마음을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따뜻한 손길로 나무를 다듬으며 동시에 우리 사회를 보듬어주는 나무마음의 가치를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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