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창비
출처=창비

전에 없던 길을 내면서 일하는 여성들이 있다. 여성으로의 동질감은 잠깐이고 가장 먼저 느껴지는 건 경외감이다. 그 다음엔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짧게 하다 이내 아픈 머리를 부여잡게 된다. 위대한 사람의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좋아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다. 

‘내일을 위한 내 일’은 이미 이룬 일의 위대함보다 일을 이루기 위한 여정을 상세히 다룬다. 영화감독 윤가은, 배구선수 양효진, 바리스타 전주연, 작가 정세랑, 경영인 엄윤미, 고인류학자 이상희, 범죄심리학자 이수정의 인터뷰를 통해 일과 직업을 주제로 인터뷰를 엮었다. 

이다혜 작가는 서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며 인터뷰 대상자들이 가장 조심스러워 했던 부분은 자신의 이야기가 과장된 성공담처럼 들리게 되는 것”이었다며 “그들도 앞길이 훤히 보였던 것이 아니고, 잠깐 멈추거나 우회하는 동안 실패하기도 좌절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되는지 섣불리 재단하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하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 7인의 서사를 납작하게 보면 성공한 여성이지만, 자신의 일을 돌파한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나 자신을 그대로 인정하기, 안되면 되는 길찾기, 그냥 심드렁하게 계속하기, 내 일의 가치 되새기기 등. 타고 났을 것만 같은데 재능이 없다는 말에 펑펑 운 이야기, 나 자신을 과도하게 몰아세우는 것을 멈추는 과정, 적성에 맞지 않는 전공으로 불행했던 학생 시절에서의 선택 등 누구나 지나왔고 지나갈 듯한 이야기들로 일을 대하는 다양한 방법을 볼 수 있다.

“영화감독이 되기로 결심한 다음 관련한 글을 읽거나 인터뷰를 볼 때마다 감독으로서의 리더십, 카리스마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언급되니까 당황스러웠어요. 그 전에는 반장 후보에 올라도 못한다고 거절했는데, 리더십을 경험해야 뭐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저를 시험하듯이 반장을 해보기도 했어요.”-21쪽, 윤가은 감독 인터뷰 중

“수정한 방향이 자기한테 더 잘 맞을 수도 있거든요. 글을 쓰겠다면, 글을 쓴다는 정도만 정해 두고 어떤 형식이나 장르가 맞는지는 있는 힘껏 다양하게 접해보고, 분위기가 나쁘면 옆으로 옮기고 옆으로 옮기고.. (중략)그렇게 옮겨 다니는 걸 별로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제 세대보다 앞으로의 세대는 옮겨 다닐일이 더 많지 싶고요. 큰 테두리! 큰 테두리만 생각하면 돼요.”-123쪽, 정세랑 작가인터뷰 중

작가는 서문을 마무리하며 “이들의 경험을 삼아 마음을 단단하게 키웠으면 한다”며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번갈아 온다는 것, 실패한 뒤 방향을 바꾸는 일은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책은 말한다. 오늘의 열심이 내일의 경력이 된다는 것을!

◇내일을 위한 내 일 = 이다혜 지음/ 창비 펴냄/ 288쪽/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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