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과 조세 책 표지./출처=카리스
기본소득과 조세 책 표지./출처=카리스

기본소득은 ‘정부가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개별적으로 아무런 조건없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소득’을 의미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총선에서 녹색당이, 2017년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예비후보가 대표공약으로 내걸면서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로 위축된 경기를 회복하겠다며 정부는 긴급재난지원금을, 경기도는 재난기본소득을 각각 지급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커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준호 기본소득당 후보가 기본소득 공약을 제시하면서 이슈의 중심에 놓였다. 기본소득 실현 가능성을 두고 수 차례 논박이 이어졌는데, 주로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됐다. 

기본소득론자들은 기본소득 제도를 실현을 위해 정부의 재정지출보다는 세금을 통한 재원 조달에 중점을 두고 있다. 공채로 인한 재원 조달보다는 조세가 국가 재정 안정성 및 소득 계층간 재분배 효과 달성 측면에서 적합하기 때문이다. 구체적 재원 조달방법으로는 국토보유세,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 등이 거론되고 있다. 

조세법학자가 이러한 목적세의 과세논리를 분석하고 개선책을 제안한 책이 출간됐다. 저자인 김신언 세무사(한국세무사회 연구이사)는 조세법학자 입장에서 2020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투고한 학술 논문과 후속 연구들을 엮어 기본소득과 관련된 조세들의 실현가능성을 검토한 ‘기본소득과 조세’를 냈다. 그는 “기본소득의 재원 조달 방법으로 제시된 신설 세목은 주로 경제학자나 정치학자의 논리에서 개발된 것이며, 조세법 학계나 실무에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책은 기본소득 도입의 찬반논쟁과 그 필요성에 대한 논의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세제 관련 각종 논의에 집중한다. 조세법적 시각에서 문제점을 지적하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찾아보는데 주목한다. 또한 이를 위해 기본소득에 적용될 기초적인 조세법 이론을 먼저 서술하고 각종 기본소득 목적세에 대해 법리적으로 실현가능성을 검토한다. 

“기본소득의 재원 마련을 위해 조세 지출을 줄이거나, 새로운 세법을 입법하는 등 증세를 시행할 경우 법률의 위헌소지가 있는 부분이 걸러지지 않아 조세법의 기본원칙을 준수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국민이 수용할만한 정도의 담세력을 기준으로 조세 부담이 적절한지에 대해 제대로 검토되는지에 대한 우려도 금할 수 없다” p13

‘기본소득과 조세’는 1장에서 기본소득의 재원으로서 조세가 갖춰야 할 조건과 조세법의 기본원칙에 대해 논한다. 기본소득의 재원을 조세 징수로 마련한다면, 조세법 체계의 근간이 되는 ‘조세법률주의’와 ‘조세공평주의’라는 기본원리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법률주의란 국가가 법률의 근거없이 조세를 부과하거나 징수할 수 없다는 의미고, 조세공평주의는 납세자인 국민이 담세력에 따라서 공평하게 조세 부담을 해야한다는 내용이다.

대표적으로 기본소득의 원천을 ‘공유부’로 삼는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선을 견지한다. 구체적인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유부는 토지·공기·천연자원 등 ‘자연적 공유자산’과 지식·기술·데이터 등 ‘인공적 공유자산’으로 나뉘는데, 기본소득론자들은 이것이 모든 사회구성원의 공동소유이므로 기본소득이라는 형태로 모두에게 배당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세무사는 “(공유부 논의는) 법적 재산권 관계를 검토하지 않고 천연 또는 인공자원의 소유권을 국민 모두의 것이라고 접근하는 방식은 새로운 세법을 입법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헌법 제23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국민의 본질적인 재산권이 침해되지 않아야 과세권의 실정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그 내용의 타당성을 보증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기본소득이 세수 증대 효과가 있다는 점에서 기본소득 자체는 과세 대상소득으로 볼 수 있는지, 3장에서는 국토보유세, 탄소세, 데이터세, 로봇세에 대해 조세법적 시각에서 과세논리 실현가능성을 돌아본다.

김 세무사는 구체적으로 국토보유세에 대해 대표적으로 국민 다수가 혜택을 받을 것이므로 국민들의 조세 저항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은 재검토돼야 한다고 평가한다. 또한 탄소세에 대해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방법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규제적 성격을 가진 조세이므로, 무차별적으로 지급되는 탄소 배당은 탄소 배출 감소 노력에 역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국회에는 기본소득 공론화를 위한 법이 제출돼있고, 목적세로 여러 가지 세목을 신설하는 내용의 법안도 발의됐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지난해 기본소득 토지세와 탄소세 입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기본소득이 토론을 넘어 관련 법안이 발의되는 등 실현 논의가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핵심 재원 조달 관련 전문적인 내용을 접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기본소득과 조세 = 김신언 지음/ 카리스 펴냄/ 231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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