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신을 괴롭히는 사람들과 폭탄을 피해서 도망쳐 온 사람들을 어떻게 미워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렉스 씨는 분명히 아흐메트 같은 난민을 만난 적이 없는 것 같았다. 만약 만난 적이 있다면, 난민이 될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을 그토록 끔찍하게 대할 수 없을 거다.” -242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금 이 순간에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다. 전쟁 난민은 늘어나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로 모른 체 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난민은 더 이상 남의 일, 나와 상관없는 일로만 볼 수 없는 문제다.
책 ‘교실 뒤의 소년’은 난민 소년 아흐메트가 영국으로 전학을 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주인공 ‘나’는 시리아에서 전학온 아흐메트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하굣길에 남아 선물 공세를 하는 등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아흐메트가 난민으로 피난하던 중 여동생을 잃고 부모님과 헤어지게 됐다는 비밀까지 알게된다. 그러던 중 더 이상 영국에 난민이 들어오지 못하게 국경을 폐쇄한다는 소식이 들리고, 나와 친구들은 아흐메트가 엄마 아빠와 영원히 헤어지는걸 막기 위해 여왕에게 직접 도움을 청하기로 한다.
난민 소년에 대해 다루는 이 책의 등장인물인 주인공과 주인공의 엄마, 친한 친구인 톰, 조시, 마이클, 담임선생님 등은 아흐메트를 경계하거나 배척하지 않는다. 피부색이나 국적을 따지지 않고, 아홉 살 아이 그대로 바라본다. 물론 이와 정반대의 인물들도 등장한다. 아흐메트를 괴롭히는 브렌단, 그걸 보면서도 브렌단의 편을 드는 아이언즈 선생님, 난민을 ‘기생충’이라고 하는 그렉스 씨 등 난민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찾아볼 수 있다.
저자 역시 책을 통해 "사실 난민에 대해 관심이 없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두 살 시리아 난민 아이가 피난 중 목숨을 잃고 해변으로 실려 온 사진 한 장을 보고 스스로에게 계속 해서 질문을 던졌고, 그를 난민촌으로 이끌었다. 그곳에서 아무런 잘못없이 떠돌아다니는 처지임에도 어른들을 웃게 하는 난민 아이들을 보며 아흐메트를 탄생시켰다.
'교실 뒤의 소년'은 ‘낯선 사람’, ‘나와 다른 사람’에 대한 태도와 시선에 대한 이야기다. 아홉 살 소년이지만, ‘난민’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낯설고 특별한 사람이 된 아흐메트를 대하는 다양한 시선을 보며 ‘낯선 사람’과 ‘나와 다른 사람’을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을 비춰볼 수 있을 것이다.
“아흐메트가 난민이라고 해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주었으면 했다. 나는 여전히 아흐메트와 친구가 되고 싶었다.” -40쪽
◇교실 뒤의 소년 = 온잘리 Q. 라우프 글/ 피파 커닉 그림/ 김경연 옮김/ 다봄 펴냄/ 328쪽/ 1만4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