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가 우리 삶을 흔들고 미래세대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대응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사회적경제도 예외일 수 없다. <이로운넷>은 경상남도 그린뉴딜 사회적경제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기후위기 대응을 앞장서 실현하는 지역 사회적경제기업 활동을 6회에 걸쳐 소개한다.

① 아이바다협동조합 I “아이들이 해녀의 꿈을 꿀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② 지리산착한농부협동조합 I 하동 들과 산에서 친환경 구슬 꿰어낸 착한 농부들
③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진주텃밭 I 우리밀 빵처럼 맛있게 부풀어가는 우리 꿈 
④ ㈜또바기홈기술센터 I “백색이 녹색이 된다고?”...에너지 줄이고 탄소 잡는다
⑤ ㈜뉴트리인더스트리 I 애벌레가 만들어가는 제로웨이스트 리사이클링
⑥ 경상남도에 들어본다 I 사업성과와 시사점 그리고 향후 계획

아이바다협동조합은 바다유리 업사이클링 공예 체험을 통해 바다의 소중함과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아이바다협동조합은 바다유리 업사이클링 공예 체험을 통해 바다의 소중함과 해양오염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어쩌면 해녀가 됐을지도 모르죠. 아이바다협동조합 이사들과 저는 모두 경력단절, 아니 경력보유 여성들입니다. 10년 넘게 가정주부로만 살다, 문화유산 교육사에 도전하면서 공동체 정신이 강한 ‘해녀 문화’에 푹 빠졌습니다. 해녀가 줄어드는 이유 중 하나인 해양오염을 공부하다가 사람들 인식 전환에 필요한 환경교육과 체험사업까지 하게 됐어요.”

‘그린뉴딜과 해녀는 무슨 관계인가’라는 물음에 양승희 아이바다협동조합 이사장이 내놓은 답이다. 아이바다는 경남 통영에서 해양 등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를 통해 기후위기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는 예비 사회적기업이다.

아이바다는 해양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과 함께 아이들의 꿈과 뛰어놀 환경을 지켜주고 싶었다. 지난 2020년 설립 초기에는 바다유리 업사이클링 체험을 진행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느꼈지만 환경 이야기를 귀담아듣는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그때 눈에 띈 것이 바다유리다. 깨진 유리병 등이 오랜 세월 바닷속에서 풍화를 거치면서 보석처럼 예쁜 유리조각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처음 아이들은 바다유리가 뭔지 잘 몰라요. ‘이것은 우리가 버린 쓰레기란다. 우리가 마구 버렸지만 바다는 인간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오래오래 품고 갈아서 이렇게 예쁜 모습으로 돌려준 거란다’라고 설명해줍니다.” 

바다유리로 업사이클링 체험수업을 하니 재미있고 학부모와 학교도 관심을 가져줬다. 이를 발판 삼아 진짜 하고 싶은 환경수업을 계획했고 그린뉴딜 사회적경제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됐다. 드디어 품어온 생각을 실행할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탄소중립 태양광에너지 체험교실’에서는 휴대용 태양광 패널에서 만들어진 전기와 재활용 소재들을 활용해 어둠 속 숨은그림찾기, 바람개비 만들기, 비눗방울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탄소중립 태양광에너지 체험교실’에서는 휴대용 태양광 패널에서 만들어진 전기와 재활용 소재들을 활용해 어둠 속 숨은그림찾기, 바람개비 만들기, 비눗방울 만들기 등이 진행된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재미없는 별나라 환경 이야기는 이제 그만~

"선생님 오늘 뭐 할지 다 알아요."

교육 현장에 가면 으레 듣는 말이었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지 않는 소재로 교육이 진행되어 온 것이다. 아이바다는 지원 받은 2600만원으로 재미있고 의미 있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었다. 고민끝에 양 이사장은 과거 유치원 교사 때 경험을 살려 태양광 체험키트와 팝업 동화책을 개발하기로 했다. 또 재활용 가능한 바다유리 공예체험 키트 포장 패키지도 함께 개발했다. 

지원기관의 멘토링은 도움이 됐지만 전직 주부들에게 모든 것은 생소했다. 여러 차례 퇴짜를 맞고 힘들게 뜻을 같이 하는 기업을 만나 '탄소중립 태양광에너지 체험교실' 체험키트를 완성했다. 

체험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탄소중립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재미있게 이해시킨다. 태양광으로 만들어진 친환경 에너지와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어둠 속 숨은그림찾기, 바람개비 만들기, 비눗방울 만들기 등 테마별 수업을 진행한다. 기후위기 대응이나 재생에너지 원리와 활용에 대한 이해는 사전에 교육한다. 

첫 수업을 지난 5월 탄소중립 모델학교인 통영 벽방초등학교에서 가졌다. 아이들은 한때 폐기물이었던 ‘엑스 배너(간이식 홍보물)’를 잘라 바람개비를 접고 뒷면에 느낀 점을 또박또박 적었다. 친환경 에너지로 만들어진 바람에 업사이클링 바람개비가 돌았고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메시지가 학교와 마을 곳곳으로 실려 나갔다. 

아이바다협동조합이 개발한 팝업북은 기후위기로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 이야기는 선생님이 구연동화로 실감있게 전하고 수업후 아이들은 컬러링북을 색칠하며 복습한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아이바다협동조합이 개발한 팝업북은 기후위기로 위기에 처한 해양생물을 주인공으로 다룬다. 이야기는 선생님이 구연동화로 실감있게 전하고 수업후 아이들은 컬러링북을 색칠하며 복습한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아이들은 애착하는 책을 읽고 또 읽습니다. 친구처럼 재미있게 만들면 교육 효과가 좋아요.”

팝업북은 기후위기나 환경오염에 대한 설명을 쉽게 이해 못 하는 유아들을 위해 만들었다. 거북이가 사라진 벌새, 해초 친구들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가 구연으로 풀려나가면 아이들은 친구들이 사라진 이유가 대형 산불과 해수 온도 상승이고 근본적 원인은 기후위기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게 된다.

수업 후에는 컬러링북을 집에서 부모와 함께 칠하며 기후위기 심각성을 복습하고 가족에게도 울림을 전하게 된다. 

의미에 재미를 더한 교육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하반기 22개 교육기관과 경남지역에서 1758명의 아이와 가족들이 아이바다를 찾았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이 ‘쓰레기를 잘 분리하고 장바구니를 사용하면 탄소를 줄일 수 있고, 지구 온도를 올리지 않도록 탄소를 만들지 않는 발전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라는 소감을 보내오기도 했다.

비대면 체험 교육도 환경을 고려했다.  양 이사장은 이번에 개발한 바다유리 공예체험 키트 포장 패키지는 100% 친환경이라고 강조했다.

“키트를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로컬 굿즈로 판매해 보니 포장 쓰레기가 계속 나오는 나오더군요. 아니다 싶었어요.”

손 품은 더 들지만 완충재, 포장끈, 라벨 등 포장 패키지 모든 것을 재생 가능한 종이로 바꿨다. 아이들이 해녀들 쉼터인 불턱을 조립하다 보면 어느덧 해양쓰레기 문제와 해녀문화를 동시에 이해하게 된다.   

아이바다협동조합이 진행한 ‘탄소중립 태양광에너지 체험교실’에 참여한 통영 벽방초등학교 학생들이 '엑스배너(간이식 홍보물)'를 재활용해 만든 바람개비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아이바다협동조합이 진행한 ‘탄소중립 태양광에너지 체험교실’에 참여한 통영 벽방초등학교 학생들이 '엑스배너(간이식 홍보물)'를 재활용해 만든 바람개비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환경교육은 공짜가 아니다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마치고 운영에 들어갔지만 남겨진 고민도 많다.

가장 큰 고민은 ‘환경교육은 무료’라는 인식이다. 국비로 운영되어온 환경교육이 낳은 예상치 못한 결과다. 환경문제 해결이 무료 일수 없듯 체험키트나 팝업북을 활용한 교육이 무료로 진행될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당연히 무료라고 생각하는 인식을 전환하는게 기업 입장에서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양 이사장은 “최근 교육계에 체험수업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정책적으로 학교에 환경교육과 예산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운영에 꼭 필요한 장비라면 예외적으로 지원 사업비를 사용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또 하나의 고민은 매출 향상을 통한 조합의 양적 성장이다. 올 상반기 코로나19로 매출은 ‘제로’에 가까웠다. 서서히 늘고 있지만 재료비와 인건비를 나눠 지급하는 공공기관의 관행으로 대부분 매출은 개인 강사비로 잡히고 조합은 소액의 재료비만 들어와 기업 성적표라고 할 수 있는 재무제표가 형편 없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매출이 모두 조합으로 들어와도 강사료를 지급하면 이래저래 세금만 떼이는 애로가 생긴다. 기업가이자 강사인 입장에서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이외에도 좋은 환경교육과 상품을 알리기 위해 부족한 홍보마케팅을 강화할 생각이다. 입소문과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알려지고 있지만 자체적인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아이바다협동조합의 저탄소 환경교육 프로그램은 의미에 재미를 더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하반기 22개 교육기관과 경남지역에서 1758명의 아이와 가족들이 아이바다를 찾았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아이바다협동조합의 저탄소 환경교육 프로그램은 의미에 재미를 더해 인기를 모으고 있다. 올 하반기 22개 교육기관과 경남지역에서 1758명의 아이와 가족들이 아이바다를 찾았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아이들 감수성 심어주는 환경교육 전문 기업 될 것

아이바다는 환경교육 전문 기업으로 성장을 꿈꾼다. 지원 사업으로 확보한 교육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사업 범위와 대상을 넓혀나가는 동시에 공연 등 신규 프로그램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우선 요리 수업에 환경을 접목할 계획이다. 통상 유아 요리 수업은 엄마들 만족도를 고려해 결과물 중심으로 진행되기 쉽다. 겉치레가 많아질수록 환경 감수성이 떨어지는 점에 주목한 아이바다는 사회적경제기업들과 협업해 일 년 열두 달 다달이 제철 로컬푸드를 경험하며 생태 환경 교육을 받고 음악까지 배워볼 수 있는 오감만족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아울러 조만간 입주할 ‘통영리스타트플랫폼’ 인프라를 활용한 인형극도 준비 중이다. 해양쓰레기를 주제로 음악과 율동이 함께 하고 게임으로 재활용 방법도 알려주는 공연이다. 기존 체험장은 남파랑길 28코스와 연계해 여행객을 대상으로 환경교육과 바다유리 공예체험 공간 등으로 활용하게 된다. 

“제가 진짜 심어주고 싶은 것은 감수성이에요. 소중하고 예쁘다는 걸 알아야만 지켜야겠다는 마음이 들거든요. 우리는 환경 감수성을 키워줄 수 있는 교육을 계속할 겁니다." 양 이사장은 앞으로의 목표를 말하며 이렇게 끝 맺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도 맑은 바닷속 해녀의 꿈을 그려보지 않을까요?” 

양승희 이사장(가운데)과 조합이사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바다에서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바다협동조합을 설립했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양승희 이사장(가운데)과 조합이사들은 아이들이 마음껏 바다에서 뛰어놀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아이바다협동조합을 설립했다./제공=아이바다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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