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노 롤란츠 ICA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출처=ICA 홈페이지
브루노 롤란츠 ICA 사무총장이 개회사를 진행하고 있다./출처=ICA 홈페이지

세계 협동조합인들이 가진 성장에 대한 고민은 공통적이었다. 참가자들은 ▲국제적 지표 마련 ▲여성과 청년의 역할 증대 ▲변화하는 노동시장에 대한 협동조합의 대응 강화 등을 집중적으로 고민했다. 

쥐셉 게리니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CICOPA) 유럽 회장은 “우리가 마음만 좋은 기업이 아니라 경쟁력 있는 기업이고 변화와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며 “우리의 역량을 제대로 보여주는 측정 지표 개발과 기술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제33차 세계협동조합대회가 마무리 됐다. <이로운넷>은 12월 1일부터 3일까지 진행된 본행사에서 주도적으로 논의된 사항과 앞으로 집중해야할 사항을 요약했다.

올리비에르 드 슈터 UN 빈곤 및 인권 특별 조사위원/출처=ICA 홈페이지
올리비에르 드 슈터 UN 빈곤 및 인권 특별 조사위원/출처=ICA 홈페이지

#SDGs와 연계한 데이터 마련 필요성 대두

"ESG는 지속가능하고 윤리적인 방식으로 계속 발전하겠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협동조합운동은 지속가능성, 착취하지 않는 노동, 지역사회 포용 등 대안이 있다는 메세지를 세계에 보내고 있습니다. UN의 2030 어젠다와도 맥을 같이합니다. 긴밀히 협력하길 기다리겠습니다." - 올리비에르 드 슈터 UN 빈곤 및 인권 특별 조사위원

UN의 ‘2030 지속가능개발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이하 SDGs)’를 기준으로 국제적인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협동조합의 SDGs 기여도를 측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SDGs 관련 협력효과를 연구하는 리더인 뤼벤 대학교 소속 나지크 베이데날리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귀납적 방법을 통해 협동조합이 SDGs에 기여하는 패턴을 심층적으로 살폈다. 

연구 결과 협동조합은 17개의 SDGs 목표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협동조합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차별화를 발현하기 위한 세 가지 권고사항을 도출했다. 개별 협동조합에게는 각자의 홈페이지에 활동을 업데이트하고 국제협동조합연맹(ICA)과 같은 국제기구나 언론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동력 활동 보고에 힘쓸 것, 제약조건이론(TOC) 접근법으로 SDGs의 목표를 파악하고 지표를 개발할 것을 권고했다. 또한 국제적으로는 정기적인 데이터 시스템 구축으로 SDGs에 대한 기여와 측정 모델 개발을 제안했다. 나지크 베이데날리는 “이러한 활동은 협동조합이 일반기업과 차별성을 가지고 지속가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증명할 기회”라며 “이를 통해 2030년 이후에도 협동조합의 성장이나 활동이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진행된 전체세션4에서도 국제지표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됐다. 카를로스 자르코 국제의료협동조합기구(IHCO, International Health Cooperative Organisation) 회장은 “협동조합이 그냥 잘 하고 있다고 해서는 안된다”며 “어떤 운동을 하는지 보여줄 수 있어야 하고 국제적인 무대에서 같은 언어로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ICA G20 실무그룹 부의장을 맡고 있는 쥐셉 게리니 국제노동자협동조합연맹(CICOPA) 유럽 회장 역시 이에 동의 했다. 그는 “협동조합 활동을 데이터 기반으로 확보해야 많은 기업들을 관리할 수 있고 활동에 대한 입증을 통해 입안가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미라이 차터지 인도자영여성협회 회장/출처=ICA 홈페이지
미라이 차터지 인도자영여성협회 회장/출처=ICA 홈페이지

#성장 위해 청년과 여성에 집중해야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해서는 양성평등, 여성, 청년이 필요합니다. 여성과 청년이 없다면 협동조합의 미래 자체가 없기 때문입니다.” - 카를로스 자르코 국제의료협동조합기구(IHCO, International Health Cooperative Organisation) 회장

협동조합의 성장, 정체성 확립, 노동시장의 변화 등의 주제세션에서 여성과 청년의 중요성이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미라이 차터지 인도자영여성협회(SEWA, Self Employed Women’s Association) 회장은 협동조합의 성장을 위해 ▲협동조합의 독립성과 자율성 보장 ▲국가 간 상호교류와 협업 ▲여성의 지도력강화를 꼽았다. 그는 “인도의 경우 여성이 협동조합 지도부에 있는 비율이 3% 밖에 되지 않는다”며 “여성들이 공식, 비공식 경제에서 기여하는 부분이 어마어마함에도 이런 비율이 나오는 것이 안타깝다”며 여성 지도력 강화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시장과 기술발전을 협동조합 비즈니스로 녹여내기 위해서는 청년이 역할이 중요하다. 바만 압둘라히 이란 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청년들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받아들이는 데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다”며 “AI 등의 신기술 적용에 있어 청년들의 잠재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비에르 고이에네체아 몬드라곤 의회(MONDRAGON Permanent Commission) 의장도 새로운 리더십 양성의 중요성과 교육과정의 필요성을 제안했다. 그는 많은 변화에도 오랜시간 몬드라곤 운영을 튼튼하게 유지해 온 비결에 대해 “몬드라곤은 법적제도와 프레임워크가 튼튼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도자들이 떠나는 안타까운 일도 많았지만 그것은 새로운 지도자가 부상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며 “이사회나 경영진이 새로운 지도력을 양성할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어 “학계에서도 협동조합 관련 연구와 부문이 확대되고 관련 교과과정이 생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나 비온디 국제노동기구 노동자활동국 부국장/출처=ICA 홈페이지
안나 비온디 국제노동기구 노동자활동국 부국장/출처=ICA 홈페이지

#변화하는 노동시장, 불평등과 양질의 일자리 문제 커질 것

“현재 노동의 세계가 바뀌고 있습니다. 전환기입니다. ILO는 민주적인 소유구조, 노동조합의 원칙 등을 논의합니다. 이는 협동조합 총회에서 진행되는 논의와도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ILO는 협동조합을 중요한 가치로 인식해왔고 총회의 결론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안나 비온디 국제노동기구(International Labour Organization, ILO) 노동자활동국 부국장

노동시장에서 인공지능(AI)은 새로운 노동형태로 떠올랐다. 이는 일자리의 내용과 운영체계가 바뀌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협동조합들이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대응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바만 압둘라히 이란 협동조합중앙회(Iran Chamber of Cooperatives) 회장은 “AI가 새로운 기업과 일자리를 창출함과 동시에 비용 절감에도 집중한다면 대규모 실업확산의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도 노동시장 변화에 대해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최영미 한국가사노동자협회 대표는 “시장환경의 온라인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선행사례가 너무 부족하다”며 “국가 간에 또는 협동조합 간에 해당 변화에 대한 대응사례를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펜데믹과 새로운 세대인 청년층이 가져오는 변화는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공동체의 의미에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나 비온디 ILO 노동자활동국 부국장은 “ILO는 올해 기술과 불평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협동조합이 불평등에 대응하기 위해 기술교육 등을 진행하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논의가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