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대표하는 지역 중 하나인 강남. 높고 낮은 빌딩이 빼곡히 들어서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은 곳이다. 지인을 만나거나, 특별한 날이 있을 때 찾는 핫스팟으로 사랑받는 지역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강남지역을 방문할 때면 (지역주민 외에는) 주로 입소문이 많이 난 명소나 공간을 찾는 경우가 많다. 골목 구석구석을 들여다보는 일은 드물다.

하지만 강남은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공간 외에도 소규모로 운영되는 작은 가게나, 광평대군 묘역, 도산공원 등 역사적인 장소도 위치해 있다. 국내 맥도날드 1호점도 강남에서 문을 열었고, 오렌지족의 주요 활동 무대였던 압구정도 강남구에 속한다.

한 플래그십 스토어 건물 옥상에서 찍은 신사동 가로수길 전경.
한 플래그십 스토어 건물 옥상에서 찍은 신사동 가로수길 전경.

강남구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강남의 숨은 매력을 알리기 위한 ‘강남 로컬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8월에 시범 운영한 뒤, 9월부터는 정식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홍대로 강남구 사회적경제육성지원센터장은 “강남 로컬투어 콘텐츠가 활성화 되면 강남만의 차별화 된 지역관광 생태계를 조성하고, 이와함께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27일 강남 로컬투어 시범운영 프로그램에 동행하기로 했다. 이른 오전부터 비가 내려 여행이 가능할까 걱정했지만, 해설사의 도움과 설명으로 투어는 문제없이 진행됐다.

해설사는 큰 소리로 말하는 대신 안전을 위해 휴대용 청취기를 이용해 필요한 내용을 설명한다. 
해설사는 큰 소리로 말하는 대신 안전을 위해 휴대용 청취기를 이용해 필요한 내용을 설명한다. 

“이어폰 가져 오셨어요?”

신사동 가로세로뒤로수길 인사이트 체험의 해설을 맡은 해설사 차짱(닉네임)은 나눠준 휴대용 청취기에 가져온 이어폰을 꽂으면 된다고 했다. 신사동 자체가 차가 많은 곳이다 보니 유기적으로 소통하기위해 휴대용 청취기를 사용한다고 했다. 안전을 위해 이어폰을 한쪽 귀에만 꽂고 투어를 시작했다.

투어는 신사동 핫플레이스인 가로수길, 세로수길, 뒤로수길에서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인기 장소를 돌아보는 돌아보는 코스로 구성됐다.

특히 골목상권 1세대인 가로수길은 작가와 디자이너들이 모이고 상권이 만들어지자 젠트리피케이션이 심화됐다. 이를 피해 인근 가로수길과 인접한 골목은 세로수길, 뒤로수길 등 새로운 골목상권이 조성되고 있다.

강남시장 건물 외경 
강남시장 건물 외경 

가장 먼저 찾은 곳은 1974년 개설된 강남시장이다. 상가와 주거지가 함께 있는 주상복합 형태의 건물안에는 시장과 아파트가 같이 있다고 했다. 주변에 대형할인 마트와 백화점이 생기면서 찾는 소비자가 줄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가게가 문을 열고 운영중이었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았다. 
플래그십 스토어 내부. 기자가 방문한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매장을 찾았다. 

최근 신사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만 17곳이 운영될 정도로 붐이 일고 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고 있다고. 여러군데 플래그십 스토어를 방문했는데, 이색적인 인테리어와 조형물이 눈길을 끌었다. 해설사는 플래그십 스토어로 안내하며 “이미 젊은이들에게는 인기있는 장소”라고 설명했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있는 안경 브랜드 매장도 눈길을 끈다. 과거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주인공 천송이가 착용한 안경으로도 유명한 이 브랜드 역시 이색적인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특히 매장 맨 윗층에 전시된 거꾸로 매달린 코끼리 모형을 보며, 다양한 상상을 해보는 것도 재미요소다. 전체 매장을 둘러본 뒤 해설사에게 '거꾸로 매달린 코끼리'의 의미를 들을 수 있다. 

주택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손님들로 가득했다. 강남은 타 지역과 달리 주택을 개조한 공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독특하게 느끼는 젊은이들이 많다. 입구에 가득 심어진 나무와 물, 모래 등 자연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는 해외에 와 있는 느낌이 들게했다. 인기 연예인들이 방문해 입소문이 났다는 셀프 사진관도 들렀는데, 9월 프로그램을 정식으로 시작하면 투어 참여자들도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투어 프로그램 중 가장 눈길을 끌었던 곳은 화장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다. 최근 플라스틱 자원 선순환을 위해 ‘용기내고 리필해’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가로수길 제로스테이션으로 인기있는 곳이다. 올해 초 취재한 알맹상점에 화장품을 벌크로 납품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입구부터 잘 분리된 플라스틱 병과 뚜껑이 차분히 놓여있었다. 매장 내부를 둘러본 뒤 찾은 플라스틱 방앗간에서는 환경관련 퀴즈를 맞추며 환경과 기후위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해보기도 했다. 나 역시 퀴즈를 맞춰 기념품으로 병뚜껑을 재사용한 비누받침과 가방을 받았다. 제로웨이스트 입문자들에게 딱인 곳이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브랜드 외경. 해당 브랜드는 친환경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알맹상점에서 벌크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브랜드 외경. 해당 브랜드는 친환경방식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알맹상점에서 벌크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소상공인분들에게 도움 됐으면 좋겠어요”

해설사 차짱이 투어 도중 여러번 전한 말이다. 해설사는 “지역 활성화를 위해 진행되는 로컬투어에 많은 사람들이 참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실제로 내가 동행한 ‘신사동 가로세로뒤로수길 인사이트 체험’ 투어 중에도 작은 규모의 베이커리나, 카페 등을 지나갈 때면 해설사가 해당 장소를 소개했다.

강남 로컬투어는 숨어있는 매장이나 역사적인 장소, 해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투어의 목적은 같다. 투어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인사이트 체험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는 것. 실제로 투어에 참여하면서 (강남에서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골목길을 걷기도 했고, 제로스테이션과 플래그십 스토어 등을 방문하면서 환경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생겼다. 젊은이들의 취향과 인기있는 공간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 로컬투어를 기획한 장한성 강남사회적경제협의회 공동대표·꿈이있는여행 대표는 “서울에 마을 여행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 시작했다”며 “로컬투어는 올해 강남구를 시작으로 내년 서울로, 이후에는 전국으로 확대하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투어는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투어는 플라스틱 방앗간에서 마무리됐다. 마지막 이벤트로 퀴즈를 맞추는 프로그램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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