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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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의료협동조합과 20여 년 동안 인연을 맺어왔다. 이제 멀리서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의료사협)이 창립총회를 연다는 소식만 들려와도 참으로 반가운 마음이 든다. 점점 심각해지는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새로운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이들은 분주하다. 광주의료사협이 오랜 준비 끝에 지난 2월 25일 창립총회를 열었고 8월에 개원을 앞두고 있다. 조선대의대 임형석 교수님이 퇴임 후 광주의료사협 ‘우리동네의원’의 원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작년부터 광주의료사협 준비팀과 광주 광산구 공무원들은 대전에 방문했다. 그리고 긴 시간을 들여 민들레의료사협의 의료기관 사업소와 주민참여 활동을 세세하게 살폈다. 민들레 직원들도 광주의료사협의 출범을 위해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광주의료사협은 시작 전부터 광산구와 긴밀한 협력이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나라 의료사협은 어느 곳이든 지역주민이 주인이 된다. 그래서 의료사협의 특징은 처음부터 공공성(公共性)에 있다. 조합원과 주민 모두의 공동(共同)의 필요와 의료의 공적(公的) 역할을 위해 세워지는 의료사협과 이를 응원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어떤 모습을 만들어낼까?

7년 전, 서울에서 사회적기업월드포럼이 개최됐다. 그 중 20여 명의 사회적기업 임원들이 버스를 대절해 대전에 방문했다. 방문객들에게 민들레의료사협을 소개하자 공통된 질문은 의료사협의 역할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유럽은 의료제도가 발달해 사회보험 의료제도와 국영 의료제도로 나뉜다. 사회보험 의료제도는 우리처럼 지역이나 직종별 의료보험조합이 공익기관(공단)으로 보험료를 걷고 재정관리를 한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필수의료를 제공한다. 대전을 찾아온 외국인 손님들은 필수의료를 제공하는데 의료협동조합이 왜 필요하냐고 묻는 것이다.

나의 당시 기억에 ‘한국 의료보험은 필수의료 제공이 미흡해서 시민들이 예방 사업도 하고, 환자권리도 찾고, 적정진료를 하는 협동조합 병원이 필요하다’고 대답했던 것 같다. 7년이 지난 지금, 사회보험이든 국영 의료든 필수의료를 제공한다는 유럽도 팬데믹에 속수무책인 것을 보면 의료제도보다 방역수칙 같은 지역사회가 지켜야 할 건강요소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겠다.

광주의료사협은 광주 광산구에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곳에 자리를 잡는다. 광산구는 2019년에 영구임대아파트 3000세대의 생활실태조사를 꼼꼼하게 실행했다. 이를 토대로 아파트 단지에서 필요한 돌봄센터, 공동작업장, 공동생활주택, 늘행복주치의, 마을화폐 등을 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추진했다. 늘행복주치의는 주민이 공급자이자 수요자로 참여하는 의료사협이 맡도록 돼 있었다. 

관에서는 많은 예산을 들여 영구임대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등 인프라를 구축했다. 민에서는 돌봄, 의료, 주택, 복지, 일자리 등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주민의 사업이 잘 운영되도록 노력한다. 이를 위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복지기관, 시민사회 그리고 지역주민들이 함께 한다. 단순한 지원이 아닌, 주민들과 공부하며 문제를 풀어가는 성숙한 공직자들과 필수적인 의료와 돌봄을 제공할 의료사협의 설립과정을 부푼맘으로 지켜본다. 아프지 않고 외롭지 않은 삶을 누릴 분들이 살아가실 새로운 지역의 탄생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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