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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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전세계적 전염병 감염이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그 가운데 우리나라는 지난 6월 내내 하루 한차례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드물 정도로 확연한 기후변화를 겪고 있다. 이제 어느 누구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에 이의를 달지 못하리라. 너무나 생생하게 겪는 일상이라서 생선이든 과일이든 먹는 것이 달라지고, 느끼는 체감 온도도 빠르게 올라간다.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지구가 불타는 듯 열섬현상을 겪는 지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온난화에 갇힌 지구가 끓기 시작했다. 이제 어떻게든 방향을 바꿔 생산과 소비를 혁신적으로 줄여야 한다. 자본주의가 이대로 흘러간다면 지구가 회복할 수 없다. 

무엇이든 해야 할 시점이다. 동네마다 제로웨이스트 샵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 슈퍼마켓 정도는 못되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농산물, 가공품 등을 직접 팔거나, 자발적으로 학습하고 교육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아나바다 장터가 열리고 벼룩시장을 통해 리폼된 생활용품들이 거래되고, 생협 판매 도시락도 플라스틱 포장재를 쓰지 않도록 그 방법들이 실험적으로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지금까지는 달성목표를 염두하고 환경문제에 대응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우러나오는 선의에 기댔지, 목표를 이루기 위해 활동하지는 않았다. 2030년까지 온도상승 폭을 섭씨 1.5도 내로 잡아둬야 하는 구체적인 목표치 달성은 온 인류의 미래가 달린 문제다. 그것은 생산과 소비의 문제이며 신자유주의 자본주의에 대응하는 방식에 달린 문제다. 정부 법체계와 글로벌 대기업의 생산과 관련돼 있고 새로운 소비에 대한 삶의 결단과 관련돼 있다. 탄소중립의 근거가 될 법체계 수립은 지금의 자본주의 체계를 흔드는 일이므로 시민은 정부가 그렇게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또 그런 정부를 선거로 선택해야 한다. 

새롭고 주체적인 소비 방식의 삶을 사는 것도 시민들이 실천해야 할 몫이다. 지금까지 가본 적 없던 길이기에 연대와 협력을 통해 마을공동체 단위로 서로 힘과 지혜를 모아가야 한다. 지난 6월 25일, 대전에는 대전리빙랩네트워크 출범식이 열렸다. 지역의 문제를 풀어갈 결사체들이 협업체계를 만들어 자원을 연계하고 혁신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마을주민, 청년, 공공기관, 과학과 대학의 네트워크가 출범한 날이었다. 

지역에 뿌리를 내린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기업도 오랜기간 대전지역 리빙랩의 설계자, 퍼실리테이터, 연구조사자로 참여했고, 지속가능한 리빙랩의 성과로 협동조합 사업체가 등장했다. 가만히 보니 도시재생뉴딜의 마을만들기 방식과 그 결과물인 마을기업협동조합이 리빙랩과 닮아 있었다. 지역의 살아있는 실험인 리빙랩의 복합 버전이라고 보아도 무방하겠다. 

마을의 다양한 문제들을 의제화하고 실험적으로 다루어 그 해결 방법을 찾아내는 일은 문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주민들에 의해서 진행된다. 문제를 알면 답이 보이기 마련이다. 생태위기를 맞으며 어느덧 이제 마을의 문제는 에너지 문제로 넘어간다. 앞으로 마을은 에너지를 적게, 효율적으로 쓰며, 에너지 약자를 돌보고 어려움을 나눌 것이다. 궁극적으로 마을마다 에너지를 자급하는 일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먹고 입고 거주하고 이동하는 모든 일상이 에너지와 무관하지 않은 일이 어느 것도 없기 떄문이다. 

대전은 리빙랩이 어느 도시보다 일찍 자리잡은 곳임에 분명하다. 범람 알림, 쓰레기 악취 센서, 말똥구리를 이용한 쓰레기 처리, 인슐린 주사바늘 처리 등 다양한 생활의 문제를 과학기술을 이용해 해결한 사례도 상당하다. 또한 노인돌봄, 도시텃밭, 숲길 산책로 조성 등 공공의 지원과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주민들이 설계하는 해결책도 등장했다. 그러면서 점차 생태환경 문제가 더 많이 등장하고 있다. 

리빙랩의 성공 이유는 지역주민들이 결사(結社)해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문제를 진입시키는데 있었다. 그러한 의도를 가지고 마을공동체 단위의 리빙랩 활동을 힘차게 응원했다. 민관이 마을공동체 기반으로 세워지지 않으면 사회적경제영역은 풀뿌리부터 성장하지 못한다. 

이제 본격적인 에너지 전환마을을 위해 우리 마을의 리빙랩을 새롭게 시작해 보자. 이를 통해 생태환경 관련 협동조합이 등장하고, 시민들의 조직된 힘과 이웃과의 협력과 연대가 구체화 된다면 틀림없이 미래세대를 지켜줄 많은 변화들이 일어날 것이다. 리빙랩을 통해 곳곳에 에너지 전환마을이 들어서면 그 자체가 커다란 희망의 실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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