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로운넷>은 보호종료아동들의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들을 직접 만나 얘기를 듣고, 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자립비용과 주거지 등 외에도 보호종료 연령 확대, 지속가능한 일자리, 정서적 지지자, 커뮤니티 활동 등의 필요성 등을 언급했다. 보호종료아동이 건전한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하기위해 필요한 요소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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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에도 이같은 내용이 담겼다. 보호종료아동들의 연령을 본인 의사에 따라 만 24세로 확대하고, 자립수당 지급기간도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경제적 지원에 집중돼 있던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심리상담·치료재활 사업 지원규모 등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정부의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은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와 그동안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해 노력해왔던 사람들은 이번 정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로운넷>이 정책에 대한 시선과 현장 반응을 들어봤다.

<기사목록>

“작년 5월, 그날 이후로 많은게 변했어요”

“보호종료아동 지원방안 환영... 당사자 관점 적극 반영돼야”

“보호종료아동 지원확대, 변화의 끝이 아닌 시작”

“지난 일 년 동안 너무 많은 일을 겪어서 어떤 것부터 말씀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웃음)

지난 22일 인천에서 올해 20살이 된 윤도현 씨를 만났다. 보호종료아동 당사자인 도현 씨는 작년 5월 <이로운넷>에 보호종료를 앞두고 겪는 상황을 짤막한 편지로 보내온 인물이다. 그는 “현장에서 보호종료아동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12월에는 새로운 가정에 입양 됐다”며 근황을 전했다.

지난해 5월 이로운넷은 윤도현 씨의 짧은 글을 게재한 적 있다./ 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지난해 5월 이로운넷은 윤도현 씨의 짧은 글을 게재한 적 있다./ 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보호종료 앞두고 고민 많았죠”

이제 막 스무살 청년이 된 도현 씨.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 하지만 불과 일 년 전에는 보호종료를 앞둔 상황에서 고민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아는게 없어서 무작정 현장에 계신 분들에게 연락해서 만났고,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장 상황은 생각보다 좋지 않았다. 잘 지내는 친구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힘들게 지내는 친구들이 많았기 때문. 그는 “보호종료아동들의 현실을 들으면서 스스로가 걱정됐다. 보호종료 이후의 상황을 직면해야 하는 것이 겁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SNS를 통해 현재 그를 입양하게 된 아버지를 만났다는 도현 씨. 그는 “아버지는 청소년 사역활동을 하시는 분인데,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셨다”고 했다. 도현 씨는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이야기하며 아버지와 연락을 이어갔다. 

“아버지에게 보호종료아동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제가 도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는데, 말도 잘 통하고 생각해 주는 것이 감사했어요. 이런 분이 제 아빠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버지께 말씀 드렸죠.”

고민 끝에 아버지는 종교적인 믿음과 도현 씨를 보고 입양을 결정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그는 “인천에서 아버지, 어머니와 식사를 하고 시간을 보낸 뒤에 집으로 돌아갔는데, 어머니가 계속 내 얼굴이 떠올랐다고 했다. 한 두 달 가량 (입양)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신 것 같았다”며 “이후부터는 어머니와 하루에 10번 이상 전화하고 소통하면서 가까워졌다. 지금은 가족들과 인천에서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처음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게 다 가족이 되는 과정이더라고요. 가족에 대해 이해하고, 가족이 무엇인지 알게 됐고요. 지금은 아빠와 엄마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있어요. 처음부터 닮은건 아니지만 시간이 갈 수록 서로 많이 닮아 가는 것 같아요. 그게 가족이 되는거 아닐까요? 기적같은 일이에요. 정말 감사하죠.”

“저 되게 짠돌이에요”

도현 씨는 불필요한 지출은 최대한 줄이기 위해 노력한다고 했다. 자신의 돈은 스스로 관리하며 돈을 모으고, 잘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조만간 3명의 친구와 여행을 갈 예정이라는 그는, 예산을 잡고 필요한 만큼의 돈을 모아 여행비용을 충당할 예정이다. 도현 씨는 “돈을 무작정 쓰는건 안좋지만, 잘 소비하는 방법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효율적으로 돈을 사용하기 위해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소비는 최대한 줄이고, 필요한 것들에 순위를 매겨 지출하고 있다”고 소신을 밝혔다.

사실 이런 경제관념은 보호종료아동들에게는 필요한 부분 중 하나다. 보호종료아동들이 사회에 나오면 공과금을 내는 것부터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도현 씨는 “나는 가족들과 살아서 괜찮지만, 함께 지내던 친구들에게 공과금 수납 등을 부모님께 물어봐달라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윤도현 씨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방안 중 "공공후견인제도"가 눈길이 간다고 전했다./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윤도현 씨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방안 중 "공공후견인제도"가 눈길이 간다고 전했다./사진=김주연 인턴 기자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방안 중 ‘공공후견인’제도에 관심

정부가 발표한 ‘보호종료아동 지원강화 방안’에 대해 윤도현 씨는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양한 정책 중 ‘공공후견인 제도’가 가장 눈에 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는 “보호종료아동 당사자로서 느끼는건 아이들을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집이나 돈이 있어도 행복해보이지 않는 친구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을 지지해 주는 한 사람만 있으면 성장하고 변화하는게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보호종료아동’에서 ‘자립준비청년’으로 명칭이 변경된다는 것에 대해서는 걱정을 드러냈다. 그는 “보호종료아동이 알려진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바꾸면 혼란이 생기고,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걱정된다”면서 “보호종료청년으로만 바꿔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전했다.

정부 정책 확대 환영…이제 필요한 건 당사자들의 의지

윤도현 씨는 정책도 중요하지만 더욱 필요한건 ‘당사자들의 자립의지’라고 했다. 그는 “아무리 정책을 확대해도 당사자들이 관심없거나 모르면 지원을 제대로 적용 받을 수 없다. 이들이 자립에 대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면서 “자립의지와 이번에 발표한 지원방안과는 크게 상관 없다고 생각한다. 의지만 있다면 필요한 지원은 다 적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 경험만 봐도 제가 보호종료아동들의 상황을 궁금해 하고, 열정을 보이니까 대표님들이나 관계자님들이 만나주신게 아닐까요? 그분들과 만나면서 제가 관심있어 할 만한 지원사업을 추천해 주기도 하셨고요. 스스로 자립에 대해 의지가 있고 꿈이 있으면 필요한 제도나 정책은 자연스럽게 따라 붙는다는게 제 생각이에요.”

자립의지를 강화하기 위해 성취감이 필요하다는 도현 씨. 그는 “보육원에서는 워낙 아이들이 많기 때문에 칭찬이나 보상 받기 어려운 구조다. 하지만 사회에 나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취감이 필요하다”며 “보호종료아동들이 성취감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보호종료아동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요즘은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평범하고 소중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는 그에게 꿈이 무엇인지 묻자 '보호종료아동들을 돕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기회가 될 때마다 보호종료 형들이 변화할 수 있도록 (아버지가 일하는)교회와 연결한다고 했다.

그는“(보호종료아동)형들 집에 가서 이야기 하고 돌보는 것은 주로 아버지가 하시긴 하지만, 형들이 변화하는 모습을 볼 때 행복하고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보호종료아동들은 기둥 역할을 해 줄 수 있는 사람만 있어도 성장할 수 있어요.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죠. 주변에 보호종료아동이 있다면 도움을 주는 '한 사람'이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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