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의 20~30대 청년들은 결혼, 진로 등 여러 문턱에 서 있습니다. 그동안 어른들에게서 들어왔던 이야기는 ‘공부 잘해라’, ‘대학 잘 가라’,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해라’ 등이죠. 이게 꼭 듣고 싶은 말은 아니에요.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어르신들이 ‘밥 잘 먹는 게 최고다’, ‘공부 좀 못하면 어때, 사람이 정직해야지’ 이런 말을 던지시는데, 위로가 될 때가 있죠.”

어르신들이 직접 그린 그림과 말한 이야기를 굿즈로 둔갑시키는 예비사회적기업 ‘아립앤위립.’ 지난 7일, 강동구 소셜타운에서 만난 심현보 대표는 새로운 브랜드 ‘신이어마켙’을 소개했다. ‘세월의 지혜가 젊은 날에게’라는 부제를 담은 이 브랜드. 어르신이 젊은 세대에게 해주는 격려의 말을 모아 제품화한 거다.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를 지난 7일, 강동구 소셜타운에서 만났다. 팀에서 제작한 사원증을 들고 있다.
심현보 아립앤위립 대표를 지난 7일, 강동구 소셜타운에서 만났다. 팀에서 제작한 사원증을 들고 있다.

브랜드 ‘인생꿀팁’ → ‘신이어마켙’ 재정비

신이어마켙은 ‘인생꿀팁’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브랜드였다. 말 그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꿀팁(조언)’을 담은 메시지를 이미지나 텍스트 형태로 마스킹 테이프, 스티커, 엽서 등에 디자인했다.

이번 리브랜딩을 계기로 생산 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 심 대표는 “‘마켙(market)’은 다양한 물품을 모아 파는 곳”이라며 “지금은 어르신들의 이야기나 손길을 담은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는데, 나중에는 어르신들이 사용했던 생활소품이나 용품 등으로 넓혀보려고 한다”고 전했다. 레트로 유행과 관계 없이, 예전에도 썼고 지금도 쓰는 물품 위주로 선보인다.

‘시니어’라는 표현을 모르는 어르신의 발음 그대로 '신이어'로 썼고, '신'에는 '매울 신(辛)', '새 신(新)', '나아갈 신(兟)' 등의 의미를 부여했다. 매울 신(辛)은 어르신들의 직언이 그야말로 매울 때가 있어서다.

재정비하면서 로고도 바꿨다. 이번에 바꾼 로고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사회적경제기업에 무료로 브랜드 로고를 만들어주는 이벤트에서 3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거다. 브랜드 테크기업 ‘더워터멜론’의 온라인 브랜드 개발 서비스인 ‘아보카도’와 사회적경제 미디어 ‘이로운넷’이 함께 이벤트를 열었다. (관련기사: “사회적경제 기업이라면 ‘무료로’ 멋진 로고 받으세요")

신이어마켙 로고./출처=아보카도
신이어마켙 로고./출처=아보카도

아보카도는 “청년과 노년의 세대 간 벽을 허물고 가까워지는 브랜드 '신이어마켙'이 추구하는 사회적가치 창출의 목표 지향성을 ‘수레’로 형상화하고, 그 바퀴를 ‘행복’을 상징하는 ‘스마일’ 모티프를 사용하여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따뜻한 느낌이 나는 노란색부터 친근한 글씨체 등 디자인이 무척 마음에 든다”며 “새 명함과 제품 등 유·무형 콘텐츠에 새 로고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아립앤위립은 신이어마켙을 홍보할 겸, 오는 8월에는 텀블벅에서 크라우드펀딩을, 10월에는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목표는 정규직 일자리 창출…'많이 고용'보다 '길게 고용'

아립앤위립은 생계유지가 어려운 어르신들에게 프로젝트 단위로 일거리를 만든다. 어르신들이 폐지 수거로 생계를 이어가는 데 문제의식을 느낀 심 대표가 대안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2017년 창업했다.

아립앤위립은 업무협력을 맺은 복지관을 통해서 참여 어르신을 모집한다. 재료와 미술 강사를 마련하고, 공간을 대관하는 등 창작물을 만들 환경을 제공한다. 어르신들이 만든 창작물(디자인)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고 구매한다. 그게 1차 일자리다.

넘어온 창작물을 제품에 입혀 굿즈로 만든다. 포장 작업을 어르신들에게 맡긴다. 2차 일자리다. 만들어진 굿즈는 크라우드펀딩을 진행해 판매한다. 그동안 크라우드펀딩을 5차례 성공시켰다.

폐지 수거를 하는 노인 중에서도, 소일거리가 아니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사람들을 우선으로 참여시킨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어르신은 최소 1년 이상, 길게는 3년까지 아립앤위립과 함께 일한다.

프로젝트별로 다른 어르신을 고용해 다양한 사람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지 않을까. 심 대표는 “지속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며 “아직 정규 고용을 하진 않았지만, 한 번 일한 어르신과 계속 일하는 게 원칙”이라고 전했다.

‘SK세븐모바일’의 배송박스 및 유심봉투. 패키지 디자인에는 아립앤위립과 함께하는 폐지수거 노인들이 참여했다. ‘자주 자주 통화하자’ 등 정감 가는 문구와 그림으로 디자인해 의미를 더했으며, 소정의 저작권료를 어르신들에게 지급했다./출처=아립앤위립
‘SK세븐모바일’의 배송박스 및 유심봉투. 패키지 디자인에는 아립앤위립과 함께하는 폐지수거 노인들이 참여했다. ‘자주 자주 통화하자’ 등 정감 가는 문구와 그림으로 디자인해 의미를 더했으며, 소정의 저작권료를 어르신들에게 지급했다./출처=아립앤위립

단기 목표는 어르신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거고, 장기 목표는 세대가 교류하는 일터를 만드는 거다. 현재 아립앤위립에서 일하는 청년은 심 대표를 포함해 3명이다.

지속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지난해부터는 SK텔링크와 손잡고, 알뜰폰 브랜드 ‘SK세븐모바일’의 배송박스 및 유심 봉투를 재생지로 만드는 일을 한다. 이런 식으로 다양한 기관들과 협업 모델을 모색 중이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도 나빠지는데, 계속 무거운 짐을 들 수는 없잖아요. 생계유지가 어려운 어르신들을 위해 ‘폐지 수거’ 다음 단계의 일자리를 앞으로도 고민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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