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선생님. 저는 스물 일곱 살 청년입니다. 군대에 다녀왔고 이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있습니다. 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어중간”입니다. 성적, 외모, 성격, 집안, 스펙 모든 것이 그저 그렇습니다. 남보다 잘하는 것이 하나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어요. 남들이 알아주는 유명한 대학에 다니는 것도 아닙니다. 내세울 것이 하나도 없다 보니 자신감은 당연히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습니다. 이제 졸업을 앞두니 모든 것이 두렵습니다. 차라리 졸업을 하지 말고 휴학을 할까 생각도 해 보는 중입니다.

군대에 가기 전에 잠시 여자친구를 사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잠깐 누구를 만난 이후 지금까지 데이트 경험도 없습니다. 마음에 드는 여자애가 있는데 내 주제에 고백한다는 게 말도 안 되는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습니다. 내세울 것도 없으면서 여자를 만나는게 말이 안 되잖아요.

벌써 6월이네요. 올해도 반을 살았다고 생각하니까 가슴이 답답합니다. 곧 여름이 되고 가을이 되고 졸업도 하겠지요. 이대로 세상으로 쫓겨나야 한다고 생각하니 너무 무섭습니다. 차라리 휴학을 하는게 좋을지? 선생님 저는 왜 이럴까요? 왜 잘하는게 하나도 없는 이런 어중간한 존재가 되었을까요? 사는게 너무 답답합니다.  

-멍청한 K-

학생들과 이야기하다가 가장 마음이 아플 때가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참 건강한 청년이고 좋은 학생인데 당연한 듯 자기를 비하하는 모습을 자주 봤지요. 청년들이 왜 이럴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제 생각에는 어린 시절부터 경쟁이 당연한 것처럼 내몰렸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경쟁이란 당연히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지게 되지요. 우수한 쪽이 있으면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당연히 있는 법이에요. 이렇게 당연한 일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두지 않고 늘 사람을 줄 세우는 교육 환경이 평범한 청년들을 주눅 들게 하는 것 같습니다.

경쟁을 강조하는 교육의 가장 나쁜 점은 평범한 사람들을 못난 존재로 전락시키는 것입니다. K씨가 “어중간한 존재”라고 표현하는 상태가 사실은 가장 자연스럽다고 생각해보지는 않으셨나요? 탁월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평범한 보통의 존재들이 왜 자신을 비하하는지? 특히 K씨 같은 청년들과 대화하다 보면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청년들을 기죽고 자신감 없는 상태로 만든 것은 기성세대의 잘못된 가치관 때문이라는 반성을 하게 됩니다.

출처=Getty Images Bank
출처=Getty Images Bank

제 생각에는 어중간한 지금은 아주 좋은 상태입니다. 지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보통의 상태니 뭐든 시작할 수 있고 뭐든 가능한 시기지요. 성공과 실패는 그 다음 일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지요. 자신이 뛰는 경기의 주전선수이고요. 일단 타석에 들어서면 홈런을 칠 가능성이 생깁니다. 물론 아웃을 당할 가능성도 있지만요. 제가 보기에 K씨는 선수인데 엉뚱한 역할을 하고 있네요. 관중, 감독, 해설자 역할만 하고 있어요. 

더 멋진 자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참 좋습니다. 사람을 성장시키고 발전시키니까요. 그보다 더 좋은 생각은 이미 꽤 괜찮은 자신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타석으로 들어가보세요. 안타를 쳐서 박수를 받을 수도 있고 삼진을 당해서 부끄러울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괜찮아요. 다음 라운드가 있으니까요.

어중간해도 이미 충분히 멋진 K씨와 젊은이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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