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희 애를 도와주세요. 아이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합니다. 하루에 수십 번씩 손을 씻고 두려운 눈빛으로 주변을 살핍니다.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 몹시 긴장한 상태로 지냅니다. 점점 증세가 심각해지는 것 같아서 병원에 다니기 시작했지만 아직 차도가 없습니다.

얼마 전에 같은 반 친구와 다툼이 있었습니다. 서로 사과하고 무난하게 해결되는가 싶더니, 그 아이 형이 저희 애를 몰래 불러내서 때렸다고 합니다. 중학생이 고등학생한테 끌려가서 폭행을 당했지요. 저희 부부는 그 일을 알고도 아이들 문제가 더 심각하게 커지게 될까봐 덮으려고 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니 억울한 마음과 또 맞게 될까봐 무서운 마음이 아이를 병들게 한 것 같습니다.

제가 엄마 노릇을 잘 못해서 이렇게 됐지요? 얼마나 놀랐는지? 많이 다치지 않았는지? 자세히 살피지 않고 조용히 덮으려고만 했으니 제 자신이 너무나 바보 같고, 후회가 됩니다. 얼마나 힘이 들면 아이가 저렇게 망가졌을까 생각하면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선생님 저희애가 잘 못될까봐 무섭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도움이 될까요?   -K 엄마  

세상 모든 부모 마음은 같겠지요? 아이가 아플 때 내가 대신 아플 수 있다면 선뜻 바꾸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 입니다. 아픈 K를 지켜보는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짐작이 됩니다. 더구나 아이가 아픈 것이 어머니 탓이라고 생각하시니 더 힘드시겠어요. K는 지금 병원에 다니고 있다고 하셨으니 의사선생님께서 잘 살펴 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머니를 위한 조언을 해드리고 싶네요.

아드님을 힘들게 하는 증상들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나타나지는 않습니다. 친구의 형에게 구타를 당한 것은 분명히 심각한 일이지만, 어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 때 부모님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났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니 너무 자책하지는 마세요. 다만 아드님이 어떤 상황에서도 부모님께 도움을 요청할 수 있고,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질 수 있도록 마음을 잘 표현해주세요. 

부모님을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아드님과 솔직하게 대화를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먼저 덩치 큰 아이한테 폭행을 당할 때 얼마나 무섭고 아팠을지 충분히 공감해 주시고, 편들어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크게 문제가 되어 학교나 친구들 사이에 알려지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랬다고 이해를 구해보세요. 아드님을 때린 고등학생이 정식으로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절차도 필요합니다.

어른답게, 부모답게 이런 일들을 처리하기 위해서 우선 자신을 용서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드님이 폭행을 당했을 때 잘 대처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갖기 보다는 “나도 이런 일이 처음이라 서툴구나! 라는 자각을 하시면 됩니다. 우리 모두가 매일 매일이 자기 인생의 첫날입니다. 어른이고 부모라고해서 모든 일을 척척해내게 되는 것은 아니지요. 아이가 친구와 다투는 일, 누군가에게 맞고 들어오는 일 그리고 이 외에도 수많은 첫 경험을 매일하면서 삽니다. 모든 일에 능숙하고 유능하게 잘 대처하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할 때도 많지요. 처음이니까요. 그러니 아드님 일로 지나치게 자책하지는 마세요.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도 같이 자란답니다.

지금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드님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부모가 되어주셔야 합니다.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기도 합니다. 어떻게 해야 될지 정답을 모르고 힘들기만 할 때 부모님께 의지할 수 있도록 더 자주 많이 대화하고 마음을 열도록 해보세요. 왜 이렇게 속을 썩이느냐? 왜 문제를 일으키느냐? 속상한 마음보다는 아직 어리고 미성숙한 아이를 이해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노력해보세요. 

어머님은 어른인데도 저한테 “어떻게 하면 좋겠어요?“라고 저한테 물어보셨지요. 저도 다르지 않습니다. 곤란한 일, 힘든 일이 생기면 주변에 물어보고 더러 의지도 하면서 살아가지요. 아이들은 원래 더러 넘어지기도 하면서 자랍니다. 그런 아이를 보살피고 가르치면서 부모도 함께 자란답니다. 자 이제 자책하지 마시고 의젓하게 아드님의 손을 잡아주세요. 이 시간을 잘 견뎌내시면 가족들의 키가 한 뼘 쯤 자랄 겁니다. 저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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