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민을 가진 60대 남자입니다. 두 달 전에 19년 동안 가족처럼 지내던 반려견이 무지개다리 너머로 떠났습니다. 그 아이를 보내고 난 후 제 일상은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목이 막혀서 밥을 삼키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깊고 편안하게 잠을 잔지도 오래됐습니다. 밤중에 자주 깨고, 어지러운 꿈도 많이 꿉니다.

퇴근해서 집으로 돌아오면 가장 먼저 달려 나와 안기던 녀석이 이제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차마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현관문 앞에 오래 서있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강아지 방석이 있던 자리만 멍하게 바라보다가 아내의 잔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운전을 하다가 그 아이를 닮은 강아지를 봤습니다. 갑자기 눈물이 나서 갓길에 주차를 하고 한참동안 울었습니다. 아버님이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까지 힘들지 않았는데 제가 왜 이럴까요? 내가 미친 것은 아닐까? 큰 병에 걸린 것은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방울이가 죽어서 너무 슬프다”는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제 자신이 미친것 같고 너무 힘들지만 누구한테도 이런 이야기를 할 수가 없습니다. 나이 먹은 남자가 강아지 때문에 우울증이 걸렸다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겠지요?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일상생활이 엉망이라면 비정상이라고 생각하겠지요? 차 안에서 울고 있는 제 모습을 가족들이 본다면 얼마나 놀랄까요. 선생님 제가 지금 이상한거 맞지요? 어떻게하면 좋을까요?

모르는 개가 아니라 19년간 함께 생활하던 방울이와 이별하셨으니 지금 선생님이 느끼는 모든 감정은 자연스럽고 당연합니다. 겨우(?) 개가 죽었을 뿐인데 이렇게 고통스럽다니 나는 비정상이 아닐까? 생각하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선생님처럼 중장년층 남성들은 슬픔을 드러내거나 위로 받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더 많이 힘이 들지요. 우선 지금 선생님이 느끼는 감정과 일상의 고통을 이상한 것, 비정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말씀부터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선생님이 보내주신 글을 읽으면서 “참 따뜻하고 다정한 성품을 지닌 분이시구나 방울이가 좋은 가정에서 행복하게 지내다 갔겠구나! 짐작했습니다. 평소에 방울이에게 관심이 없고 잘 보살피지 않았던 분이라면 이별이 이렇게까지 힘들지는 않겠지요. 방울이가 살아있을 때 아껴주셨던만큼 이별을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상태입니다. 전혀 이상하거나 비정상적이지 않아요.

소중한 존재를 잃은 후에는 애도 과정을 경험하게 됩니다. 흔히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했을 때만 애도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애도는 사람에만 국한 되지는 않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보다 정서적으로 더욱 친밀하고 의존도가 높은 반려동물을 잃었을 때 상실감이 더 크게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우 이미 성인이 된 자녀들보다 방울이와 정서적 교감이 더 컸겠지요. 달려와서 안기고 애교를 부리는 방울이에게 위로를 받으셨고 많이 사랑해 주셨을 테니 방울이의 빈자리가 더 클 것 같습니다.

가족과 사별 했을 때는 형식에 맞춰서 장례를 치르고 그 전 후로 많은 위로를 받게 됩니다. 반려동물도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증가했지만 여전히 충분히 애도할만한 절차가 갖춰진 상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주변의 지인들로부터 위로를 받기도 힘듭니다. 오히려 “유별나다”는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선생님 가족이나 지인 중에서 감정을 잘 헤아려주고 공감할 수 있는 분과 방울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반려동물을 먼저 떠나보낸 경험이 있는 분과 대화해보는 것도 권합니다. 직접 만나는 것이 부담스러우면 책이나 관련 영상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보고 전문가의 조언을 들으면서 선생님의 지금 감정과 상황을 객관화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조금 더 마음의 여유를 찾게 되면 방울이의 사진들을 정리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작은 사진첩을 만들거나 파일로 정리하면서 같이 지낸 시간들을 회상해 보세요. 마음을 정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서두를 필요는 없으니 천천히 시도해 보세요. 

미처 다 사용하지 못한 애견용품이나 남은 사료들을 유기동물 보호소에 기증하는 것도 권하고 싶습니다. 정기적인 기부를 하거나 자원봉사를 하는 것도 슬픔을 견디는 좋은 방법입니다. 어려운 처지에 놓은 강아지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고, 선생님의 감정을 잘 헤아려 줄 수 있는 사람들을 만나 위로 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힘든 시간이 지나고 나면 방울이를 잃은 슬픔보다 방울이와 함께 보낸 행복한 시간이 더 자주 기억나게 될 겁니다. 방울이도 선생님의 활짝 웃는 모습을 더 좋아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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