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을 둘러보면 다른 사람들은 다 행복해 보이는데 저는 왜 항상 불행할까요?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불화 때문에 불행했어요. 지긋지긋한 집을 벗어나려고 했는지 사랑해서 결혼 했는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결혼생활도 힘들었습니다. 남편은 가정적인 남자가 아니었어요. 아이들을 키우는 동안만 참고 살자 마음먹고 이를 악물며 견디었습니다. 

저 혼자만 참고 견디면 좋은 날이 올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힘든 일이 더 많네요. 아빠가 하는 걸 보고 배워서 아이들이 저를 무시합니다. 마음대로 행동하고 말대답을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소리를 지를 때도 있어요. 방문이 부서질까 무서울 정도로 닫아버리고 ”엄마가 뭘 알아?“라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합니다.

늘 싸우던 친정 부모님,  매사 저를 무시하고 냉랭하게 굴던 남편에 이어 아이들까지 제 멋대로 거칠게 행동하니 너무 힘이 들어요.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집에 비싼 차를 타면 뭐하나! 더 살아봤자 좋은 꼴 못보겠지! 싶은게 자꾸 나쁜 생각만 하게 됩니다. 이런 저를 남편은 전혀 이해를 못합니다.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고 묻는데 기가 막힙니다. 

저희 부부는 결혼한지 17년이 됐는데 생일, 결혼기념일을 한번도 챙긴 적이 없습니다. 남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모습이 좋아보였지만 신혼 초에 말 꺼내기 어색해서 그냥 지나갔지요. 남편은 제가 그런 거 귀찮아하는 줄 압니다. 이제와서 아니라고 말하기도 이상해서 차라리 입을 다물었지요. 남편과 점점 할 말이 없어지고 아이들도 사춘기 접어들면서 거칠게 행동하니 저는 설 자리가 없습니다. 남들은 다 좋아 보이는데 저는 왜 이럴까요? 남들은 저한테 걱정거리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저는 왜 이렇게 힘이 들까요? 사는 게 재미없고 그냥 살기가 싫어요.
                                                                                                         -G-

잘 읽었습니다. 선뜻 이야기하기 어려웠을텐데 의논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남들은 다 괜찮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 않을 때 더 힘이 들지요. 세상 걱정 없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당사자는 그게 아닐 수도 있는게 세상사더라구요.

저에게 의논해주셨으니 제가 권하는대로 한번 해 보실래요? 
우선 목적지를 정해보세요. 행복과 불행 중에 선택하세요. 행복해지기로 결정했으면 G님을 불행하게 만드는 것들을 차근차근 정리하세요. 불행했던 어린 시절은 사실 이제 어른이 된 G님을 괴롭히지 못해요. 이미 지나갔으니까요. 행복해지기로 마음 먹었으면 지나간 일을 핑계로 불행에게 먹이를 주지마세요. 행복해지는데 필요한 일들을 생각해보시고 작은 것부터 하나씩 실천해 보세요. 새삼스럽고 쑥스럽겠지만 생일이나 결혼기념일을 챙기자고 해보세요. G님은 이제 행복해지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행복해질 일들을 시도해봐야지요. 불행할 핑계를 찾기 보다는 행복 쪽으로 성큼성큼 가보세요. 다 잘되지는 않겠지만 점점 기분 좋은 일이 많이 생길겁니다.

/출처=Shuttersto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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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지를 정하셨으면 이제 '때문에'를 '덕분에'로 바꿔보세요. 
부모님 불화 때문에
냉정한 남편 때문에
말 안듣는 아이들 때문에
불행하다고 느끼셨지요.

이제 G님이 좋아하는 일, 행복하다고 느꼈던 순간들을 머릿속에 떠올려보고 하나씩 적어보세요. 하나도 없을 것 같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참 많아요.

오랜만에 내린 비 덕분에 맑아진 공기 덕분에 
무뚝뚝하지만 성실한 남편 덕분에
건강하게 낳아주신 부모님 덕분에
활짝 핀 꽃들 덕분에
초록을 향해 가는 연두빛 이파리들 덕분에

또 뭐가 있을까요? 덕분에 목록은 참 신비한 것이라서 쓰다 보면 점점 길어집니다. 길어질수록 얼굴에 스스륵 미소가 지어지고요. 행복 쪽으로 한 발자국 다가섭니다. 다음에는 G님의 덕분에 목록을 보여주세요. 어떤 이야기를 쓰실지 무척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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