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포럼(WEF)은 지난해 말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의 경제성장이 뒷걸음질 했고, 빈곤과 국가 내 소득불평등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또, 이러한 급격한 불평등의 가속화는 매우 위험하며 범죄발생의 증가 등 부정적인 연쇄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코로나19가 가구소득 불평등에 미친 영향’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 이후 바이러스 확산의 부정적인 영향이 저소득층에 집중됨에 따라 가구소득 불평등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다.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가구소득 불평등 확대 현상이 고착화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

불평등 해소가 코로나19 이후의 우리의 과제가 된 것이다.

모든 사회의 구성원이 불평등에서 벗어나 더불어 행복해질 수 있는 포용적 사회구성과 포용적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떤 해법이 있을까 ?

이탈리아의 시민 인본주의 전통을 바탕으로 한 '시민경제(Civll Eonomy)'는 극한 이익추구를 우선시하는 현 시점의 성장모델에 밀려나 있지만, 여전히 수세기 동안 시장을 정의했던 호혜주의, 책임, 재분배 원칙의 중요성을 고수하고 있다. '시민경제'는 포용적 경제성장의 해법으로 예의 바르게(well-mannered) 잘 양육된 경제와 시장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시민경제' 분야의 권위자이며 한국 사정에도 정통한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의 스테파노 자마니(Stefano Zamagni) 교수에게 우리가 직면한 불평등의 해소에 대해 물어보았다. 마침, 올해는 자마니 교수가 깊이 관여하고 주창하는 대안적 경제모델 '모두를 위한 경제(EoC : Economy of Communion)'가 탄생 30주년을 맞이했다.

자마니 교수는 “경제의 낙수효과는 허구이며, 호혜주의 원칙을 견지하고 있는 협동조합적 기업이 이 시대의 불평등해소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익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기업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모두를 위한 경제(EoC)’ 프로젝트를 통해서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아래는 자마니 교수와의 이메일 인터뷰 일문일답

자마니 (Stefano Zamagni) 교수는 시민 경제학의 권위자이며, 현재 볼로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탈리아 제3섹터 회장을 역임했으며, 교황청 사회과학 아카데미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기획재정부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에서 강연을 한 바 있다. /출처=legiornatedibertinoro.it
자마니 (Stefano Zamagni) 교수는 시민 경제학의 권위자이며, 현재 볼로냐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이탈리아 제3섹터 회장을 역임했으며, 교황청 사회과학 아카데미의 회장을 맡고 있다. 2012년 기획재정부 초청으로 방한해 국내에서 강연을 한 바 있다. /출처=legiornatedibertinoro.it

Q. 코로나 19이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시대상황에 우리가 ‘시민경제(Civil Economy)의 관점에서 되돌아봐야할 것은 무엇인가?

시민경제학이 이시대에 우리들에게 주는 가르침은 두 가지이다. 첫번째 가르침은 경제적인 부(또는 소득)가 생산되는 순간과 분배되는 순간을 계속 분리하는 것은 매우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소위 ’낙수 효과’를 설명하는 경제학 분야 논문들이 있는데, 이는 매우 잘못된 주장과 내용들이다.

시민경제학의 두번째 가르침은 호혜주의 원칙을 경제전반에 광범위하게 적용하지 않으면 우리가 포용적 번영을 이룰 수  없다는 점이다.

Q. 2010년에 ‘협동조합으로 기업하자’는 책을 출간했다. 그 이후로 많은 시간이 지났고, 시대상황도 많이 변했다. 지금 이 시대에 ‘협동조합적인 기업’의 역할은 무엇인가?

작금의 시대에서 협동 조합 기업(cooperative firm)의 역할은 불평등의 정도를 줄이는 데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는 통계와 증거들도 있다. 또한 협동 조합은 특정 국가에서 민주주의 영역을 확장하고 강화한다.

특히, 오늘날 점점 더 시대적 의미가 커지는 재화의 유형, 즉 공유재에 대한 지배구조(governance of commons)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방식의 기업 지배구조가 필요하다.

공유재(commons)란 한 마을 사람들이 함께 고기잡이를 하는 호수 안에 있는 물고기처럼 여러 사람들에 의해 소비되는 재화를 말한다. 내가 적정한 수준을 넘어서서 잡아버리면, 다른 사람들이 잡아갈 수 있는 물고기의 양이 줄어드는 성격의 소비 재화이다.

공유재의 비극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관련 당사자들이 자발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스스로 욕심을 자제하는 것이 필요하다. 바로 이런 차원에서 호혜성의 원칙과 포용적 번영을 기업 안에서 스스로 실천하고자 하는 협동조합과 새로운 대안적 경제모델의 하나인 모두를 위한 경제(EoC)가 해답이 될 수 있다.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약 800여개 EoC 기업이 생겼다. EoC 정신을 가진 새로운 기업가의 양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EoC 여름학교와 EoC 기업 창업을 돕는 국제 인큐베이팅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EoC기업은 (주)로쏘 성심당이다. / 출처=(주)로쏘 성심당
모두를 위한 경제(Economy of Communion) 프로젝트를 통해 전세계적으로 약 800여개 EoC 기업이 생겼다. EoC 정신을 가진 새로운 기업가의 양성을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EoC 여름학교와 EoC 기업 창업을 돕는 국제 인큐베이팅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EoC기업은 (주)로쏘 성심당이다. / 출처=(주)로쏘 성심당

Q. 말씀하신 대안적 경제모델 ‘모두를 위한 경제(EoC)’ 프로젝트가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수상자인 키아라 루빅의 제안으로 1991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자마니 교수께서도 가족과 같은 형제애를 강조하는 EoC에 큰 관심을 갖고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EoC프로젝트의 지난 30년과 미래를 알려달라.

EoC 프로젝트는 주류 경제학에 대한 진정한 도전을 상징한다. 지난 30년간의 실험을 통해 EoC의 비전과 원칙을 고수하는 다수의 기업들은 기업을 하는 목적이 이익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방식이 아니더라도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EoC기업들은 발생한 이익을 가난한 사람에 대한 지원과 나눔문화(giving culture)의 확산, 그리고 재투자와 사업개발에 균형 있게 배분하며 운영한다. 전세계적으로 약 800여개의 EoC기업이 실제 이러한 방식으로 운영중이다. 

빈곤층을 대상으로 소액금융 사업을 하면서 설립 64주년을 맞은 필리핀의 카바얀은행(BK: Banko Kabayan), 환경분야 컨설팅 기업인 미국의 먼델 어소시어츠(Mundell Associates), 보잉사와 에어버스사에 주요 항공기 부품을 공급하는 이탈리아 움브라 그룹(Umbra Group), 창업 65주년을 맞은 대전의 성심당이 대표적인 EoC기업들이다.

또한, EoC 프로젝트는 노동이 ‘욕구’와 ‘표현’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갖고 있다는 것을 우리가 깨닫게 해줬다. 노동이 가진 ’욕구’ 측면의 속성은 사람들이 소득을 얻기 위해 일한다는 점이고, 노동이 가진 ‘표현’ 측면의 속성은 사람들이 자신이 가진 개성을 표현하고 꽃피우기 위해 일한다는 것이다. 노동이 가진 두가지 측면은 다 중요하다.

1991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수상자인 끼아라 루빅의 발의로 시작된 '모두를 위한 경제(EoC : Economy of Communion)' 프로젝트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제공=EoC 한국위원회
1991년 유네스코 평화교육상 수상자인 끼아라 루빅의 발의로 시작된 '모두를 위한 경제(EoC : Economy of Communion)' 프로젝트가 올해 30주년을 맞았다./제공=EoC 한국위원회

Q. 시민경제학 분야 권위자로서 또 이 시대의 현자로서 한국의 청년세대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그동안 한국을 세 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한국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큰 성과와 발전을 이룬 점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는 서양의 문화와 서양의 자본주의 모델을 단순히 모방하지 말라고 말하고 싶다.

한국의 젊은 세대들은 더 비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 또한 STEM(과학기술, 공학, 수학) 과목들과 같은 실용학문 뿐만 아니라, 철학과 인류학에 대한 공부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도록 해야 한다. 문화적 정체성이 없는 국가는 결국 쇠퇴할 운명에 처하기 때문이다.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 프로필>

1943년 이탈리아 출생, 협동조합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이탈리아 볼로냐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이며 존스 홉킨스 대학교 국제학 대학원 볼로냐 센터 부학장이자 선임 비상근 교수다. 2001년도부터 이탈리아협동조합비영리문화협회(AICCON)의 회장직을 맡고 있고, 2007년도에는 비영리단체와 관련된 활동들을 지원하는 정부 기관인 비영리단체관리국(AGENZIA PER LE ONLUS)의 국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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