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면서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0일, 취임 4주년 특별연설에서 “부동산 부분만큼은 할 말이 없다”면서 “당정청간 긴밀한 조율을 통해 부동산 정책 보완을 이루겠다”고 말할 정도다.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민주당내 친이재명계 의원들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기본소득 토지세’를 거론하고 있다. 기본소득 토지세는 모든 민간 보유 토지에 보유세를 부과하고 그 세액을 전 국민에게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물론이고, 전국민 기본소득 지급을 통해 자산격차 축소를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열린 토론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토보유세법안’을 준비하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와 보유세를 그대로 두되,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기본소득 형태로 사회에 환원하게끔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지방세인 ‘기본소득토지세’를 신설해 토지소유자에게 부과하도록 규정한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역시 ‘토지세 및 토지배당에 관한 법률안’을 준비했다. 종합부동산세를 대체하는 토지세를 신설하고, 세수 전액을 국민에게 배분하도록 한다.

소병훈 "양극화 해결 위해 기본소득 토지세 필요"
12일 열린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기본소득토지세법 토론회’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두 법안의 제정 필요성을 논하고, 보완해야 할 내용은 무엇인지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해당 토론회는 소병훈·허영·용혜인 의원이 공동주최했고, 국회 기본소득연구포럼이 주관했다.

소병훈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토지 자산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토지 소유자와 토지 비소유자간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지만, 현재의 토지 과세로는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며 “현행 토지세의 문제를 극복하고 양극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과세방법인 ‘기본소득 토지세’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소 의원은 “기본소득 토지세로 부동산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인 토지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해 징수 기준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실효세율을 높인다”며 “더불어 자연스럽게 시장의 투기 수요를 차단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근 아이를 출산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대신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표가 참석했고, 양정숙 무소속 의원과 임호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함께했다.

신지혜 대표는 “자산불평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의로운 과세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누구만의 것이라 할 수 없는 토지에 정의롭게 과세하고, 토지가치를 모든 국민이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제안을 정의로 만드는 첫 걸음이 오늘 토론회로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기본소득 토지세 도입으로 부동산 불평등 해소 가능”
이날 토론회에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은 기본소득 토지세의 정당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했다. 그는 먼저 부동산으로 인한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자산불평등을 나타내는 지표인 ‘피케티지수’가 2016년 7.8에서 8.6으로 상승했다는 자료를 제시했다. 

남 소장은 “기존의 보유세 체계(재산세+종합부동산세)에서는 조세저항으로 인해 보유세의 부동산 투기차단 기능에 대한 기대가 난망하다”며 “하지만 기본소득 토지세가 도입되면 국민 대다수의 동의와 지지를 받으며 보유세 강화, 부동산 투기차단, 부동산 불평등 해소 달성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기존의 종부세와 재산세는 부담을 통해 투기를 차단하는 것이라면, 기본소득형 토지세는 혜택을 부여해 투기를 차단할 수 있다. 경제적 유인구조를 완전히 바꾸는 정책대안”이라고 평가했다. 

“기본소득제 도입, 점진적 접근 필요”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발제하고 있다.

이날 헌법·조세법 전문가들의 다양한 제언들도 나왔다. 발제를 맡은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먼저 사회적 시장경제질서와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제119조 제1항과 2항이 기본소득에 관한 헌법적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봤다. 기본소득은 국가 또는 지방정부가 재원을 마련해 국민에게 최소한의 소득을 무조건 지급하는 것으로, 국가의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통한 국민 상호 간의 적정한 소득분배가 이뤄진다는 면에서 부합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 교수는 기본소득제도는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소득제도 자체를 당장 실현하기 위한 입법도 의미가 있지만, 기본소득제도의 본격적 실현과 기존 사회보장제도와 역할 분담을 장기적으로 고민하기 위한 제도와 기구가 필요하다”며 “기본소득 공론화를 통해 기본소득법제의 토대를 마련하는 일을 먼저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개별법이 아닌 전반적인 검토를 시민사회도 함께 결합해서 해나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 조세저항 및 국가재정 차원 고민 필요”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가 토론하고 있다.

김신언 서울지방세무사회 연구이사는 두 법안 조문을 조세법적 측면에서 검토했다. 먼저 용혜인의원안에 대해서 “종합부동산세의 긍정적 효과를 감안하면, 전면폐지는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다주택자 주택투기수요 억제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는데, 토지세는 주택 건물분에 대한 비과세가 이뤄지기 때문에 투기수요 대응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소병훈 의원안에 대해서는 행정공백, 징수비용 증가 문제점을 거론했다. 김 연구이사는 “국세인 종합부동산세와 지방세인 기본소득 토지세간 징수 주체가 불일치하면서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이사는 국민의 조세저항 감소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그는 “만약 보유세 증세와 함께 양도소득세, 증여세, 상속세 등 거래세를 감세한다면 기본소득 재원은 증가하지만, 총 세수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재정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본소득 토지세로 집값 안정화?.. 전문가 의견갈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본소득 토지세가 주택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이 나왔다.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득세나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는 거래절벽을 야기하고, 정권교체시 법개정으로 회피할 수 있다”며 “반면 토지보유세는 매년 회피할 수 없이 계속 납부해야 하기때문에 집주인 부담감으로 인해 부동산 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신언 연구이사는 “관심사는 사실 토지가격보다는 주택가격 변동”이라며 “국토보유세나 기본소득 토지세는 전국토 토지가격에 대해 산출해 과세하다보니 주택부수토지 가격은 하향평균이라 실질적으로 집값상승 억제효과는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기본소득토지세법 토론회 단체사진.
기본소득 실현을 위한 기본소득토지세법 토론회 단체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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