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서울시는 지난 십 여 년간 사회적경제 활성화에 집중, 26개 구의 사회적경제지원센터를 만들고, ‘서울사회적경제우수기업’을 선정해 사회적경제기업의 매출 확대를 돕는 등 많은 성과를 거뒀다.

서울시의 사회적경제는 4월 7일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계기로 좋든 싫든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운넷>은 지난 3월 12일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사회적경제: 서울사회적경제 지나온 10년, 앞으로의 10년’을 주제로 각 분야에서 활동해 온 사회적경제 전문가들과 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회적경제 생태계 강화 ▲사회적경제기업 평가체계 개선 ▲사회적금융 활성화방안 ▲효과적인 사회서비스 전달 체계 구축 ▲공공성에 기반한 주택 공급 ▲지속가능한 생태·환경·에너지 활용 전략 등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다.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 보다 기존 정책이 효과적으로 작동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좌담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현장 종사자들의 목소리를 담아 신임 서울시장에게 바라는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을 정리하고 소개한다.

▶참가자(가나다 순)

강민수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장
김종빈 한국사회주택협회 이사·사회혁신기업 더함 이사
민동세 서울사회적기업협의회 공동대표·사회적협동조합 도우누리 이사장
박향희 한국자활복지개발원 일자리사업본부장
오귀복 아이쿱생협 상무
허재형 임팩트얼라이언스 이사장·루트임팩트 대표

▶진행 = 박미리 이로운넷 선임기자

민동세 공동대표는 사회서비스 업종 특성 상 장기간에 걸친 기금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민동세 공동대표는 사회서비스 업종 특성 상 장기간에 걸친 기금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사회서비스분야에서 자본조달 정책은 장기적인 저리정책이어야 한다. 업종 특성상 긴 호흡을 갖고 진행할 수 있는 기금정책이 필요하다.”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사회서비스 분야의 역할이 강조되면서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장기적인 기금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서비스, 특히 노인돌봄 분야는 업종 자체가 이윤이 많지 않은 경우가 많은 반면, 지출 비용은 크기 때문이다. 서비스를 제공받는 노인의 특성이 각각 다르다 보니 시설이 갖춰져야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있는데, 시설을 구축하는데 높은 비용이 발생 한다.

하지만 서울이라는 도시의 특성상 시설을 구축하는데 많은 비용이 지출된다. 민동세 서울사회적협동조합협의회 공동대표는 “시설을 구축할 때 발생하는 자본이 지방에서는 5억원이 필요하다면, 서울에서는 50억원이 든다”면서 “현재 나와있는 사회적경제 관련 정책 자금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돈을 갚아야 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어 사회서비스업종의 기업은 갚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때문에 사회서비스 업종의 특성을 고려해 50년~100년후에 갚는 장기적인 자금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민동세 대표는 “사회서비스 분야의 자본조달 정책은 굉장히 장기적이고, 저리의 정책이어야 하는데, 지금은 그런 자금 정책이 없다”면서 “업종 특성을 생각한다면 긴 호흡으로 이자가 없는 형태의 전향적인 기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료와 돌봄을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 분야에서도 업종 특성을 반영한 자금지원이 필요하다. 의료사협 설립에 최소 3년~4년이 걸리고, 일차의료기관 설립에 4억~5억원이 소요된다는게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이하 의료사협연합회)의 설명이다.

유한밀 한국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연합회 정책팀장은 “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이 의료기관을 설립할 때 임대료 30년 정도의 장기대출 혹은 자금과 의료인력과 팀의료를 수행하는 직종에 대한 인건비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민간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의 비용을 장기적 자금으로 해결하면, 돌봄 수요를 일정부분 충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회서비스 분야가 활성화 되기위해서는 효과적인 돌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사회서비스 분야가 활성화 되기위해서는 효과적인 돌봄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지원 체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출처=클립아트코리아

‘노인이 원하는 곳에서 살 수 있도록’…효과적인 돌봄 시스템 필요

노인이 살고 싶은 곳에 살면서 받는 서비스의 품질관리도 중요하다. 이를위해 정부는 지역사회통합돌봄(커뮤니티케어)을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도 서울시사회서비스원(12개 종합재가센터 운영)과 돌봄SOS센터(25개 자치구 전체)를 운영중이다. 하지만 서비스 제공 주체가 분절화되다 보니 서비스 제공 주체 간 경쟁 구도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민동세 대표는 “처음에는 공공과 민간이 협업하자는 말을 했지만, 현장에서는 종합재가센터와 사회적경제조직 간 경쟁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면서 “경쟁이 아니라 실제 사회적경제의 근본 철학인 ‘협업’의 관계로 풀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일상적인 돌봄 시스템도 확대돼야 한다. 서울시가 건강생태계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양성하는 ‘건강리더’와 살림의료사협이 응암동, 구산동에서 운영중인 ‘서로돌봄센터’가 대표적이다. 유한밀 팀장은 “현재 양성하는 건강리더는 임시로 진행되는 경향이 있어, 향후 25개 전 자치구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면서 “의료사협의 경우처럼 대상자와 제공자가 함께 방문하고, 개인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서로돌봄센터도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건강안심주택 거주자들이 원예치료를 받고 있다./사진=박미리기자
함께걸음의료사협에서 운영하는 건강안심주택 거주자들이 원예치료를 받고 있다./사진=박미리기자

질병에 취약한 어르신, 일상생활 복귀 위한 지원주택 확대돼야

병원이나 시설에 머무르는 노인들이 퇴원(퇴소)한 뒤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의료복지안심주택(중간집)’이 확대돼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재 살림의료사협이 LH와 연계해 의료복지안심주택 운영을 준비중이다. 노원구 함께걸음의료사협도 (의료)서비스와 돌봄을 제공하는 방식의 건강안심주택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두 모델 모두 아직 초기에 머물러 있다.

유 팀장은 “사회서비스분야 사회적협동조합이나 의료사협에서 의료복지안심주택을 운영할 수 있도록 주택단지 내 유휴공간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공적 성격을 갖고 진행되는 정책인 만큼 공간 임대료 30년 면제, 사회복지사, 작업치료사, 코디네이터, 건강리더 등 인건비 지원 등도 필요하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복지안심주택이 확대되면 퇴원한 환자가 돌봄을 받지 못해 재입원 하는 회전문 현상을 획기적으로 감소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동세 대표는 “사회서비스업은 사회적경제 중에서 더디고 느린 분야여서 장기전에 강해야 한다”며 “하지만 행정은 장기전에 약하다. 정책이 나오다가도 사라지는 상황이 반복되어 있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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