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라는 말도 듣기 어려운 때가 있었는데, 이제는 ‘기후위기’라는 용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새해 들어 ESG를 적극적으로 사업·투자에 고려하겠다는 기업·투자자들의 선언과 계획이 줄을 잇고 있다. 기후위기, 그리고 코로나19 세계적대유행(팬데믹) 이후 ESG 의제가 다양한 층위에서 전례 없는 수준의 주목을 받는 새해,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요인들이 투자와 기업 가치와 어떤 관계를 맺어왔는지 돌아보고, 미래에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본다.

투자의사결정 과정을 짚어보자. 투자자는 투자의사결정 시점까지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재무적 측면뿐 아니라 기업의 가치 창출과 연계된 비재무적 측면도 함께 고려한다. 일정한 기준에 따라 포트폴리오에 편입(Best-in-Class) 또는 편입하지 않거나(screening), 다양한 ESG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도 하고(integration), ESG의 특정 주제(theme)를 중심으로 투자하기도 한다. 투자의사결정 이후에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형태의 주주활동(engagement)을 진행한다. 이 모든 활동은 투자지침서(Investment Policy Statement)에 마련된 운용 철학과 지향점, 운용전략 및 실행체계, 운용여건 등을 고려해 이뤄진다.

ESG 투자방식은 그간 ‘사회책임투자,’ ‘지속가능투자,’ ‘책임투자’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며, 국내 자본시장의 ‘틈새’에서 싹텄다. ESG 중 주로 ‘G(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연구와 사례는 기업과 주주 간 권리 및 관계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 됐다. ESG를 고려한 투자 사례는 주로 스크리닝(포트폴리오에 편입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자가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는 제도) 도입을 계기로 수탁자로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 가치를 제고함으로써 수탁자로서의 책무를 다하고자 하는, 이른바 '수탁자 책임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연기금 등 장기적 관점을 지향하는 기관투자자가 주주활동을 통해 기업가치 제고를 꾀할 수 있는 저변과 범위가 확장됐다.

그 과정에서 ESG로 대표되는 비재무적 요인에 대한 체계적인 고려가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고, 주식을 중심으로 논의되던 책임투자의 대상이 이제는 채권과 같은 공모자산을 넘어 ESG를 가미한 사모형태의 투자로도 확대되는 중이다. 한편, 기존에 자본시장 참여자의 자율에 의존하던 ESG 정보를 재무정보와 같이 표준화, 체계화를 통한 일관성, 비교가능성을 제고하는 방안들이 빠른 속도로 논의되고 있기도 하다.

ESG 주제가 확장되고, 정보공시가 활성화되면 ESG 정보를 해석하고 분석하는 다양한 방식과 운용전략이 등장할 것이다. 처음부터 비즈니스를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한 관심이 늘고, 이런 기업의 규모가 성장하는 사례도 자주 눈에 띌 것이다. 기업을 인수·합병해 재무적 측면뿐만 아니라 ESG 측면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 기업으로 탈바꿈해 성공적으로 매각하는 이색적인 사례도 출현하지 않을까.

ESG는 장기적인 관점을 요구하며, 기회와 비용, 이해관계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요구할 것이다. 앞으로는 기업가치 극대화(maximization)를 넘어, 새로운 관점을 갖고 지속적으로 최적화(optimization)하는 사례들이 주목받을 것이다. 국내에서도 ESG, 책임투자의 논의가 활발한 이 때, UN에서 제시한 지속가능발전에 대한 정의를 곱씹어볼만 하다.

“지속가능발전이란 미래세대가 이용할 환경과 자연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현재세대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발전이다.”

 

강신일 MYSC ESG최고책임자.(前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장)
강신일 MYSC ESG최고책임자.(前 국민연금 책임투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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