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측정하고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SK그룹이 ESG 화폐화 측정의 표준 개발을 위한 글로벌 기업 연합체 ‘VBA(Value Balancing Alliance)’와 공동 세미나 ‘VBA 2020 Korea’를 마련했다. 지난 28일 제4회 ‘월간 소셜밸류커넥트(Monthly SOVAC)’로 개최된 행사는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렸으며, 유튜브를 통해 온라인 생중계됐다. 

‘재무성과와 ESG 성과의 통합’을 주제로 열린 이번 세미나는 ESG 측정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노력을 공유하고,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재무성과와 ESG성과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꾸려졌다. 최태원 SK 회장은 “지혜의 시작은 용어의 정의”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을 인용하며 “기업활동에 새로운 정의가 필요한 지금, 함께 지혜를 모으자”라고 밝혔다.

지난 28일 열린 ‘VBA 2020 Korea’에서 영상으로 인사말을 전하는 최태원 SK 회장. 그는
지난 28일 열린 ‘VBA 2020 Korea’에서 영상으로 인사말을 전하는 최태원 SK 회장.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팬데믹, 기후변화 등 예측하기 힘든 경영환경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며 "미래 세대에 풍요로운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 근본적으로 기업 역할과 경영에 새로운 원칙과 고민 필요하다"고 말했다./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VBA, 사회적가치 측정 표준 개발 기업 협력체

VBA는 지난해 8월 화폐화 기반 사회적가치 측정의 표준 개발을 위해 글로벌 기업 간의 협력을 목표로 조직됐다. 현재의 기업 재무회계 기준은 경제적가치를 반영할 뿐, ESG를 포함한 사회적가치는 측정되거나 회계상 반영되지 않아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바스프(BASF)가 회장사, SK와 노바티스가 부회장사를 맡았으며, 도이치뱅크·케링·BMW 등 14개 글로벌 기업이 회원사로 등록됐다. 정부기관(EU)과 경제기구(OECD·세계은행), 4대 글로벌 회계법인(PwC·KPMG·Deloitte·EY), 하버드대학교 등이 협력단체로 활동 중이다. 

VBA는 기업활동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ESG 표준화 방법론을 개발 중이다. 지난 2월 EU가 기업활동의 환경 영향을 회계에 반영하기 위해 추진하는 ‘녹색 회계(Green Accounting)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하고 있다. 이날 세미나는 국내에서 처음 열리는 VBA 공식 소개 행사로, ESG 성과 측정 노력이 제도권에서 현실화를 위해 필요한 논의들이 이어졌다.

지난 28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VBA 2020 Korea’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왼쪽)과 마리아 까스띠요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는 "ESG 성과를 화폐로 측정해 회계에 반영하는 논의가 유럽과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의미있다"고 말했다./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지난 28 서울 역삼동 한국고등교육재단에서 열린 ‘VBA 2020 Korea’ 행사를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왼쪽)과 마리아 까스띠요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는 "ESG 성과를 화폐로 측정해 회계에 반영하는 논의가 유럽과 한국에서 선도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의미있다"고 말했다./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행사장을 찾은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양적 성장에서 포용 성장, 경쟁에서 연대, 물질에서 가치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만큼, 새로운 시대에 발맞춰야 한다”며 “VBA가 현시대 화두인 사회적가치 측정에 글로벌 표준 모델을 도출해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마리아 까스띠요 페르난데스 주한 EU 대사는 “기후위기라는 불확실성이 기업활동에 영향을 끼치는 가운데, 모든 업종과 분야가 힘을 더해 새로운 전환을 이뤄야 한다”며 “유럽과 한국에서 ESG 측정을 선도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축하 인사를 전했다.

기업의 비재무 활동이 미치는 긍정·부정적 영향은?

‘EU 그린딜을 통한 산업체계 전환 노력’을 주제로 기조연설하는 토마스 베헤이어 EU 환경 총국 수석 자문관./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EU 그린딜을 통한 산업체계 전환 노력’을 주제로 기조연설하는 토마스 베헤이어 EU 환경 총국 수석 자문관./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이어진 기조연설에서 먼저 ‘글로벌 ESG 측정 표준화 추진 동향’을 살펴봤다. 톰 비전트 영국 PwC Total Impact Measurement&Management 총괄은 “현재의 ESG 측정은 기업활동 가치 사슬 전 단계가 아닌 운영 측면에만 치중됐고, 어떤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주는지 답을 못 주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도입과 공감을 위해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마크 거프 Capitals Coalition 대표 역시 “우리가 기후변화·불평등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 충분한 정보에 따른 의사결정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소통 방식부터 회계 원칙까지 근본적인 시스템을 바꿔 뉴노멀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 ‘EU 그린딜을 통한 산업체계 전환 노력’에서는 ‘녹색 회계 프로젝트’가 소개됐다. 토마스 베헤이어 EU 환경 총국 수석 자문관은 “기후변화 대응을 우선 과제로 둔 그린딜은 정책 분야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며 “2050년까지 경제·금융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고려하지 않았던 ‘자연 자본’을 반영한 회계 원칙과 가이드라인을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는 ‘ESG 측정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기업 연합체’를 주제로 VBA의 역할과 목표를 소개했다./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는 ‘ESG 측정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기업 연합체’를 주제로 VBA의 역할과 목표를 소개했다./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세 번째 ‘ESG 측정 표준화를 위한 글로벌 기업 연합체’에서는 VBA의 역할과 목표가 공유됐다. 크리스티안 헬러 VBA CEO는 “기업환경이 이윤 최대화에서 가치 최적화로 변화하는 시점, VBA는 임팩트 기반 회계 방법론을 개발해 기업의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금전으로 계산하는 시도 중”이라며 “이산화탄소의 값은 얼마인지, 임금·세금 제공의 의미는 무엇인지 등 질문에 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지 세라핌 하버드대 경영학 교수는 “임팩트의 화폐화가 회계 시스템을 바꾸고, 자본시장 전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서 “더 많은 기관이 임팩트 측정 통해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해가는 우수사례와 경험, 교훈을 전파하는 일이 VBA의 중요한 역할이다. ‘임팩트에도 불구하고가’ 아닌 ‘임팩트를 통해’ 더 많은 기업가치 창출할 수 있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 표준화 매우 어려운 작업, 그럼에도 시작할 때”

‘국내 ESG 측정 표준, 회계 반영 현황과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패널 토론에 참석한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 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장,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강동수 SK SV 위원회 부사장(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국내 ESG 측정 표준, 회계 반영 현황과 추진 방향’을 논의하는 패널 토론에 참석한 장용석 연세대학교 교수, 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장,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 강동수 SK SV 위원회 부사장(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SOVAC 유튜브 화면 갈무리

마지막 순서인 패널 토론에서는 ‘국내 ESG 측정 표준, 회계 반영 현황과 추진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장지인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한국위원장은 “최근 ESG 펀드가 80조 달러를 넘어서는 등 향후 전통적 펀드보다 시장이 훨씬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그러나 ESG 측정 기준이 너무 많고 내용이 난립해 투자자에게 큰 혼란을 초래한다. 기준을 표준화하면 정보에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시장에서 자본배분의 효율성을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김의형 한국회계기준원 원장은 “ESG 정보 수요의 확대는 분명하지만, 누구를 위한 것이냐에 따라 기준이 달리 설정돼야 한다”며 “보고할 주제는 무엇이고, 보고 단위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고려할 게 많아서 화폐화까지는 현실적으로 매우 어렵고, 되더라도 부분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드러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투자자 입장에서 ESG 측정은 정확한 투자를 위한 출발점”이라며 “표준화 측면에서 ESG 중 E(환경)는 가능할 수 있지만, SG(사회·지배구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예측했다.

강동수 SK SV 위원회 부사장은 “기업은 혁신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데, ESG를 화폐화해야만 혁신 유도가 가능하다”며 “예를 들어 투자자가 석탄으로 1000억원을 버는 회사와 태양광으로 100억원 버는 회사 중 어디에 투자할까를 놓고 봤을 때, ESG 반영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사실 ESG 측정과 표준화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에 동의하지만, 그럼에도 논의의 시작과 출발이 중요하니, 함께 고민해서 나아갈 것을 제안한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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