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이 이렇게 매력적인 곳 이었네요”

지역의 사회적경제 자원을 체계적으로 알면 사회적경제 현장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진흥원)은 2020년 3차 추가경정사업 예산을 배정받아 하반기에 전국 각 지역의 사회적경제 특성과 시민들의 인식을 알아보는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 진행했다. 이번 사업은 청년경력단절여성시니어 등 1700명을 고용해 진행된 사업으로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의미가 있다.

<이로운넷>은 조사를 수행한 전국 18개 사업수행기관 중 강원, 경북, 부산 등 3개 지역의 수행기관과 참여자에게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들었다.

춘천지역은 총 6개 팀으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6개 팀의 팀장들은 매주 팀장회의 시간을 가졌다. / 사진=이송림 사무국장
춘천지역은 총 6개 팀으로 나눠 조사를 진행했다. 6개 팀의 팀장들은 매주 팀장회의 시간을 가졌다. / 사진=이송림 사무국장

“춘천시민은 지역에 관심은 많지만, 그만큼 주민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는걸 알게 됐습니다.”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이하 사업)에 참여한 이효성 조사원은 이번 조사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전했다.

강원도 춘천지역의 사회적경제 및 지역자원 조사 수행기관은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가 맡았다. 사업 조사책임자 역할을 맡은 이송림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은 “이번 사업으로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지역주민들과의 만남에도 기대가 컸다”고 전했다. 그는 “사회적경제 활동가가 늘 부족한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과정 자체가 주민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리고, 함께할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송림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사진=이송림 국장
이송림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사무국장./사진=이송림 국장

최근 춘천서 시민주권정책 논의 활발 …'시민자산화' 특화 주제로 선정

조사는 공통조사와 특화조사로 나눠 진행됐다. 그중 특화조사는 각 지역별로 주제를 정해 진행됐다. 춘천은 ‘시민자산화’를 주제로 ▲춘천 공공기관 공간운영 및 공유현황 실태 ▲시민참여제도 인식현황 ▲사회적경제조직 코로나로 인한 영향에 대해 조사했다.

춘천은 특화조사 주제를 선정하기 위해 현재 지역에 필요한 데이터에 대해 토론했다. '시민자산화'를 주제로 선정한 이유는 최근 2년간 춘천에서 '시민주권정책'에 대해  활발히 논의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자들은 총괄코디를 중심으로 6개 팀으로 나눠 활동했다. 각 코디네이터들은 조사사업 중 조사운영과 결과보고서 작성의 전 과정을 운영하며 조사사업을 총괄했다. 협동조합 조합원으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설현정 코디네이터는 "온라인에서 채용정보를 접한뒤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에서 지원해 보라는 연락을 받고 지원하게됐다"고 전했다.

사회적경제 조직 조사, 지역주민 인식 조사, 태양광부지 조사 업무와 조사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이효성 조사원은 “사회적경제 관련 활동을 하는 지인이 아내에게 사업을 소개했고, 아내의 권유로 지원하게 됐다”고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조사는 춘천시 전체 사회적경제조직 316개소 중 116개 조직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현정 코디네이터는 “시민조사를 위해 면단위의 동주민센터에 가서 설문을 받았는데, 춘천시 사회적경제과에서 조사협조요청을 해줘 수월하게 응답을 받았다”고 했다. 이송림 국장은 “사업을 추진할 때 민-관 협업이 잘 이뤄졌다기 보다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래도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잘 진행됐다”고 전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춘천지역 조사를 진행한 팀별 워크숍./사진=설현정 코디네이터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을 진행했다. 사진은 춘천지역 조사를 진행한 팀별 워크숍./사진=설현정 코디네이터

춘천지역 사회적경제조직도 코로나19로 시름

조사는 다양한 문항으로 구성됐다. 특히 2020년 최대 이슈인 코로나19는 춘천의 사회적경제조직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춘천지역 사회적경제조직 중 79.3%가 코로나19로 부정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25.9%는 매우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사항으로는 자금조달(34.2%)이 가장 많았다. 이후 공공기관 우선구매(13.7%), 기타(12.0%), 인력지원(10.3%), 사업개발지원(10.3%), 판로지원(8.5%) 순으로 나타났다. 설 코디네이터는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은 중요한 사회문제”라며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는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원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진행된 지역주민 대상 인식조사 결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춘천시민들의 인지도는 24%로 다소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홍보한다면 비용을 부담해 사회적경제기업을 이용할 의사가 있다는 시민이 51.8%, 사회적경제기업이 지역문제 해결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의견은 65.8%로 나타났다.

시민들이 생각하는 사회적경제조직에서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지역문제는 노동불안정(23.3%), 소득 및 주거불안(21.7%)이었고, 사회적경제조직 스스로도 ‘우리가 해결해야하는 지역문제’에 대해 소득 및 주거불안(30.2%), 노동 불안정(28.4%)로 답해, 사회적경제 조직의 역할에 대한 양 측의 기대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송림 국장은 “조사결과 사회적경제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인지도는 낮지만, 인식 자체는 긍정적이었다. 사회적경제기업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높은 것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설현정 코디네이터는 “사회적 위기 속에서 현재 위기의 상태와 요구되는 지원에 대해 조사하고 대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조사 결과 중 눈에띄는 결과도 있었다. 공공과 민간(현장)의 생각이 전혀 다른 것으로 나타난 것. 공무원을 대상으로 ‘사회적경제 지원 환경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매우 잘 되어있다’(16%), ‘잘되어있다’(48%), ‘보통이다’(36%)로 나타났다.

조사에 응한 공무원 전원이 ‘잘 되어 있다’고 응답한 것이다. 이송림 국장은 “이는 현장에서 많은 부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과는 상반된 결과로 향후 민-관이 간극을 좁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사 이후 진행된 결과보고 공론장./ 사진=이송림 사무국장
조사 이후 진행된 결과보고 공론장./ 사진=이송림 사무국장

"지역주민-사회적경제 만날 수 있는 노력 계속할 것"

춘천시는 이번 사업이 시민들과 사회적경제가 만나는 기회를 확대 하고, 사회적경제기업들이 만드는 사회적 가치가 조명받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이송림 국장은 “다양한 결과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조사를 통해 지자체와의 거버넌스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한번 하게됐다”고 전했다.

춘천시는 이번 조사가 어려운 상황에서 얻은 결과인 만큼 내년 상반기 사회적경제인들과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조사결과에 기반한 일정을 세워갈 계획이다.

또 이번 조사를 통해 사회적경제를 접하고, 관심을 가져 활동가로 역할을 할 의향이 생긴 사람들을 지원하고 응원한다는 생각이다. 이 국장은 “우리조직이 비영리단체이다보니 채용 의사가 있어도, 현재 상황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면서 “향후 같은 조사 사업을 수행하며 되면 이번에 조사원으로 참여한 사람들을 우선 채용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미니 인터뷰]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 참여자 인터뷰

이번 사업에 참여한 사람들은 실질적으로 조사업무에 참여하면서 사회적경제와 지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게 됐을까. 본지는 ‘사회적경제 지역생태계 구축 지원사업’을 실질적으로 진행한 설현정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조사사업 코디네이터와 이효성 조사원을 인터뷰했다.

(좌) 설현정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조사사업 코디네이터와 이효성 조사원./사진=본인제공
(좌) 설현정 춘천사회적경제네트워크 조사사업 코디네이터와 이효성 조사원./사진=본인제공

Q. 사회적경제에 대해 알고 있었나. 참여 후 사회적경제에 대한 생각 변화는.

설현정 코디네이터(이하 설): 조사에 참여하면서 사회적경제조직 중 미운영기관들이 전체 316개 조직 중 81개소에 달한다는 것을 알게됐다. 사회적경제조직을 ‘시작하는 것’보다 ‘잘 운영하는 것’이 훨씬더 어렵다는 것을 새삼 더 생각하게 됐다. 그리고 그런 조직들이 잘 운영될 수 있게 지원하는 것도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도 하게됐다.

이효성 조사원(이하 이): 10년전 쯤 1년정도 동네 사랑방 지기를 하면서 잠시 사회적경제를 경험한 적이 있다. 이후로는 생협 물건을 소비하는 정도로 사회적경제활동에 참여했다. 사랑방 지기를 할 때는 그것이 사회적경제 활동인지 몰랐다. 이번 조사원 활동으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개념을 알게됐고, 지난 활동들이 사회적경제 분야의 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사회적경제에는 ‘사회’라는 단어가 들어가기 때문에 ‘혼자만 잘 사는게 아니라 다같이 잘 살고, 사회에도 도움이 되는 경제활동이 아닐까’라는 정도로만 생각했고, 구체적인 내용은 잘 몰랐다. 사회적경제조직 역시 생협과 협동조합 정도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조사원 교육을 통해 사회적경제의 개념과 역사를 배웠고, 사회적경제조직을 조사하면서 굉장히 많은 사회적경제조직이 다양한 영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Q. 춘천의 변화 가능성은.

: 각 분야에서 춘천을 더 나은 도시로 변화하려 노력하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논의하면서 춘천에 자원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 또 더 촘촘하게 네트워크 하기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

: 개인적으로 평소 춘천시가 변화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이번 조사를 하면서 일반시민들의 눈에도 춘천이 변화에 미온적인 도시로 비춰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지만 사회적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분투하는 많은 사회적경제인들과 시민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춘천시민은 지역에 관심이 많지만, 그만큼 지역주민과 어울리지 못하는 환경에 놓여 있다. 사회적경제조직이 지역과 시민을 잇는 매개체 역할에 더 나서줬으면 한다. 이를위해 춘천시도 사회적경제조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지원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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