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를 막연히 어려운 영역으로 여기는 시선이 있다. 기존 자본주의 경제 패러다임과는 다른 접근방식을 보이기에 생소한 영역으로 여겨진다. 실제로는 우리 사회 속에 알게 모르게 스며들어 있지만, 인지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난 2일 사회적경제에 대한 손쉬운 이해를 돕는 ‘어서 와, 사회적경제는 처음이지’라는 책이 출간됐다. 사회적경제 연구·강의·컨설팅을 하고 있는 주수원 Se교육연구소장이 발간한 책으로 영화 ‘어벤져스’,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등 대중문화를 통한 스며들기를 시도한다.

주수원 Se교육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어서 와 사회적경제는 처음이지' 발간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주수원 Se교육연구소장이 지난 13일 인터뷰에서 '어서 와 사회적경제는 처음이지' 발간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이로운넷>에서 지난해까지 연재했던 칼럼 ‘주수원의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내용이 일부 담겨있다. 주 소장은 “사회적경제의 취지나 이론 등을 설명하는 책은 시중에 많이 나와있지만, 일반 시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은 부족하다”면서 “영화나 드라마 등 친근한 소재와 함께 사회적경제를 소개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 이 책을 내게됐다”고 설명했다. 

주 소장은 일반시민 뿐만 아니라, 청소년 대상 사회적경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학교협동조합 도서를 3권이나 냈을 정도다. 마을교육공동체포럼 공동대표를 맡고있는 그는 “사회적경제 교육을 통해 청소년은 사회문제를 경제적으로 풀어가는 기업가정신 및 협력과 상생이 바탕이 된 민주시민 의식을 기를 수 있다”며 “사회적경제 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교에게 교육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주 소장이 본지에 연재했던 '주수원의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칼럼 갈무리
주 소장이 본지에 연재했던 '주수원의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칼럼 갈무리

그는 사회적경제 입문 뿐만 아니라, 사회적경제 영역에 종사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교육 등도 담당하고 있다. 지난 4월 낸 ‘Step by Step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역시 협동조합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물론이고, 이미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협동조합 성공 안내서를 표방한다. 협동조합 운영 필수요소를 7단계의 과정을 통해 차근차근 설명한다. 

<이로운넷>은 지난 13일 주 소장을 만나 도서 출간기념 인터뷰를 진행하며, 협동조합·마을공동체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주 소장은 “좀 더 많은 분들에게 사회적경제에 대해 널리 알리기위해 강의자료를 요청하는 경우 이메일을 통해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사회적경제 교육 및 컨설팅을 통해 널리 알리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다음은 주수원 Se교육연구소장과의 일문일답.

Q. 대학생활소비자협동조합 설립에 참여하며 사회적경제계에 발을 들였다.
서울대 법학과에 진학했으나, 전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해 학술동아리에 가입했다. 하지만 그곳에서 주입식 교육, 수직적 문화 등에 회의감을 느껴 활동을 중단했다. 그때부터 권위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3학년 때 ‘우리 모두 함께 꾸는 꿈은 실현됩니다’라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조합원 모집 홍보문구를 보게됐다. 협동조합에 대해 전혀 모른 채 참여하게 됐는데, 권위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후배를 존중하는 수평적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문화 및 활동방향에 매료돼 활동하게 됐다. 2000년 당시 서울대에서 식당, 서점, 매점 등의 운영을 생협이 해야한다는 논의가 대두될 때 대학생협 학생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때 사회적경제계에 첫 입문한 셈이다. 

2013년부터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 동남권 센터장, 한국협동조합연구소 컨설팅 팀장으로 일하며 협동조합 연구 및 컨설팅을 진행했다. 이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정책위원, 여주시청 시민사회소통비서관, 마을교육공동체포럼 공동대표를 역임하며 협동조합 정책을 제안하고 실행하는데 참여했다. 지금은 협동조합 및 사회적경제 관련 강의하고 있다. 

'어서 와, 사회적경제는 처음이지' 책 표지./출처=이상북스
'어서 와, 사회적경제는 처음이지' 책 표지./출처=이상북스

Q.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교육부는 학교협동조합보다 마을교육공동체나 혁신학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학교협동조합은 교사 등의 업무부담이 크고,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이 덜하기 때문이다. 이는 청소년에게도 마찬가지다. 정책적 지원이 떨어지다보니 관심도 덩달아 높지않은 상황이다. 사실 교육과 사회적경제의 교차점이 학교협동조합인데, 이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에 더욱 적극적 투자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 예산은 매우 적은 편이다. 사회적경제 교육을 의무교육화하는 것까지는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교육을 하고자 하는 학교에는 예산을 배정한다거나 선생님들에게 알릴 기회를 줘야 한다고 본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학교협동조합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안’의 통과가 중요하다.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청소년 사회적경제 교육을 위한 예산 편성의 근거가 마련될 것이다.

마을교육공동체는 마을을 기반으로 교육활동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마을이 아이들을 함께 키우며,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공동체’를 표방한다. 

2009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학생의 자율적 학습을 중시하는 ‘혁신학교’를 공약으로 내세워 실행하는 과정에서 지역과의 결합을 추진한 것이 마을교육공동체이다. 학교협동조합이나 경기 꿈의학교가 그 예이다. 서울시와 경기도를 중심으로 시작됐다. 현재는 교육부에서 ‘마을교육공동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Q. 사회적경제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아쉬운 점은?
청소년뿐만 아니라 협동조합관련 강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 일반 시민들이 취창업이 아닌 관심이 있어서 교양수업 듣듯이 강의를 들으러 오시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아무래도 일반시민 대상 교육을 잘 열리지 않기 때문에, 이들을 취·창업 교육으로 유도하려는 경향이 짙다. 

창업교육 일변도가 아닌, 일반시민 대상 학습 소모임을 지원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 평생교육진흥원에서는 다양한 학습소모임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진행하면 어떨까 싶다. 

Q. ‘어서 와, 사회적경제는 처음이지’는 어떤 목적으로 발간했나.
사회적경제의 이론이나 사례를 논하는 책은 많이 나와있는데, 일반 시민이 쉽게 접근해 즐길 수 있는 책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시민에게 재밌고, 쉽게 사회적경제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려면 영화와 드라마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그런 이유로 <이로운넷>에도 지난해 ‘문화로 읽는 사회적경제’ 칼럼 게재를 제안했고, 진행하게 된 것이다. 예전부터 영화평론가도 꿈꿔왔기에 틈틈이 영화평을 남겨놓고 있었는데, 이 내용들을 모아 정리해 출판하게 됐다. 

책 출판 과정에서 사회적경제를 어떻게 정의해야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했다. 강의를 진행하면서 정부가 2017년 ‘사회적경제 활성화 방안’에서 사회적경제에 대해 “구성원 참여를 바탕으로 국가·시장 경계에서 사회적가치를 추구하는 경제활동”이라고 정의한 것을 시민들이 가장 잘 이해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 정의를 기반으로 책 목차를 구성해 일반시민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사회적경제에 대해 더 깊이 알고 싶은 이들을 위해서는 ‘TIP’ 코너를 마련해 깊이있는 이해도 돕는다.

책 'Step by Step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표지./ 출처=착한책가게
책 'Step by Step 함께 만드는 협동조합' 표지./ 출처=착한책가게

Q. 협동조합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다. 과정에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이 있나.
협동조합 정신 및 운영원리 등에 대해 설립을 준비하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일부 사람만 교육 및 컨설팅을 받는 경우가 있다. 다른 조합원의 관심도가 떨어져 일부가 끌고가려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아쉽다.

또한 대체로 협동조합들이 사업적인 측면에서 많이 약한 듯 하다. 협동조합을 새로 비유하면, 새머리가 공통의 필요, 방향성에 해당되고, 양날개는 사업체와 결사체다. 3요소가 모두 잘 작동돼야 유지될 수 있다. 하지만 조직내 갈등으로 등기 이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경우도 있고, 비즈니스 모델을 제대로 설립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Q. 설립 신고, 인가된 협동조합 중 절반이 휴면 조합이다.
처음에 협동조합을 만들 때, 초기 리더그룹이 다른 사람에게 일단 조합원으로 가입하고, 출자금부터 내라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있다. 협동조합이 무엇인지, 무슨 필요로 시작하는지, 어떤 사업이 있는지, 조합원의 권리와 의무 등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고 출자금만 받아 진행하려 한다. 

문제는 이 다음부터다. 신고필증이 나오고 등기를 하려고 할 때, 등기비용으로 40만~100만원이 추가로 들어간다. 리더그룹에 이끌려 왔던 이들은 ‘협동조합이 밑 빠진 독’이 아닌가 의심하게 돼 균열이 커져 결국 등기가 무산되게 된다. 실제 지난해 ‘협동조합 실태조사’에 따르면, 설립 협동조합 중 89.6%가 법인등기를 완료해 약 10%는 등기를 하지 않았다. 

등기하고 사업자 등록을 한 곳 중에서도 운영이 되고 있는 협동조합은 54.2%에 그친다. 절반 정도는 휴면상태인 셈이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처음에 조합원과 충분히 논의하는 시간을 가지며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결정하는 것이다. 저는 이를 위해 조합원들이 설립 이전에 최소 7번은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주수원 소장은 협동조합 설립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1. 설립에 급급해선 안 된다. 2. 행정서류에 매몰돼선 안된다. 3. 한 두 사람과 논의해서 만들지 마라. 4. 정관은 함께 만들어라. 5. 사업계획을 쓰는 과정에서 유사한 업종 1~2곳은 사전답사하고, 비슷한 업종 경영 공시자료를 잘 살펴보라는 팁을 전했다. 

주 소장은 "정부 연구기관으로 사회적경제 교육연구소가 생겼으면 한다"면서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 소장은 "정부 연구기관으로 사회적경제 교육연구소가 생겼으면 한다"면서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계가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Q. 향후 계획 및 바라는 점은?
앞으로도 사회적경제 관련 콘텐츠를 계속 생산해낼 계획이다. 도서 출간은 물론이고, 함께 강의자료 콘텐츠도 요청하는 분들에게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콘텐츠 생산을 통해 사회적경제 영역에 기여할 생각이다. 요새는 개별협동조합의 역사와 취지를 담은 소책자 시리즈 발간을 고민하고 있다.

정부 연구기관으로 사회적경제 교육연구소가 생겼으면 한다. 관 차원에서 사회적경제 교육 연구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를 통해 사회적경제계가 더욱 발전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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