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코로나19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어떻게 이해하고, 앞으로의 운동 방향을 재구성해야 할까?”

서울시NPO지원센터는 ‘2020 비영리조직(NPO) 국제 컨퍼런스’를 통해 해법을 제시했다. 지난 26일 개최된 행사는 ‘전환을 통한 회복, 공존을 위한 연결’을 주제로, 코로나 위기 속에 시민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국내외 연사, 현장 활동가들과 함께 고민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온라인을 통해 열린 행사에는 약 1300명의 시민들이 참여했다. 

개회식에서 서정협 서울시 시장권한대행은 “지난 2017년 첫 막을 올린 ‘NPO 파트너 페어와 국제 컨퍼런스’는 비영리단체의 현장과 담론을 선도해왔다”며 “포스트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재설계하는 자리이자 변화를 만들고 연결의 가치 증명하는 만남의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축하 인사를 건넸다.

“착취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순환경제로 가야”

26일 열린 'NPO 국제 컨퍼런스'는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오른쪽)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주제로 행사의 막을 열었다./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26일 열린 'NPO 국제 컨퍼런스'는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오른쪽)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주제로 행사의 막을 열었다./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행사를 여는 기조세션은 인도의 환경운동가 반다나 시바가 ‘우리의 삶은 어떻게 재구성되는가’를 주제로 맡았다. 시바는 “발병 초기 인도의 확진자는 매우 적었고 중국·두바이 등 해외에서 유입된 소수의 확진자가 전부라 가난한 사람들은 코로나19를 ‘부자의 병’이라 불렀다”면서 “현재는 누적 확진자가 800만명에 육박해 세계 2위를 차지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봉쇄 조치가 효과가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과학자로서 살펴봤다”라고 이야기했다.

시바는 “세계화, 산업주의, 화석 에너지 기반의 ‘올드 노멀(Old Normal)’로 회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도 가능하지도 않다”며 “다른 생물 종과 기후, 미래를 보호하면서 인간의 자유를 되찾는 선택을 해야 한다. 앞으로 인류가 어떤 ‘노멀(기준)’을 선택할지가 핵심이다. 상위 1%에 부가 몰리는 기존 착취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순환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더 많은 평등이 필요”

세션1은 ‘전환을 통환 회복’의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윌킨슨 영국 요크대 보건과학대학 교수./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세션1은 ‘전환을 통환 회복’의 기조연설을 맡은 리처드 윌킨슨 영국 요크대 보건과학대학 교수./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세션1은 ‘전환을 통환 회복’을 주제로 열렸다. 기조연설은 리처드 윌킨슨 영국 요크대 보건과학대학 교수가 ‘불안정 시대, 끝나지 않는 불평등’에 대해 강연했다.

그는 여러 나라와 미국 50개 주를 대상으로 소득 불평등이 어떤 현상을 일으키는지 연구했다. 불평등이 심할수록 공통으로 살인율, 수감비율, 학교폭력 등 비율이 높았으며, 타인과의 교류 빈도나 신뢰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더 많은 평등이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경제 분야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장, 기후위기 분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인권 분야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지역화 분야 유희정 전환마을은평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발표하는 모습./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경제 분야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장, 기후위기 분야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인권 분야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지역화 분야 유희정 전환마을은평 대표(왼쪽 위부터 시계방향)가 발표하는 모습./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이어진 강연은 키워드별로 이어졌다. △경제 분야에서 한성안 좋은경제연구소장이 “경제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학의 인문학적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옆도 뒤도 돌아보지 말고 이익을 극대화하라는 신고전주의 경제철학에서 벗어나 성장보다 불평등한 분배에 초점을 맞춘 제도경제학에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분야에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이 “2050년까지 전 세계 온실가스 순 배출량 '0'인 ‘넷 제로’ 상태를 만들기 위해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면서 불평등을 막는 ‘그린뉴딜’ 정책을 제대로 계획해 실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역화 분야는 유희정 전환마을은평 대표가 현재 세계 50개 국가, 1만개 마을에서 실행 중인 ‘전환마을’을 소개했다. 유 대표는 “전환마을은 공동체가 필요한 것을 함께 생산하거나 공유함으로써 덜 소비하고 덜 욕망하며 탄소 배출을 줄인다”라고 설명했다. △인권 분야에서는 안은정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가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의 의미를 발표했다. 안 활동가는 “감염병을 막기 위한 국가의 강력한 통제는 방역 성공을 이끌었지만, 인권의 희생을 가져왔다”며 “향후 기본권 제한시 요건을 명확히 하고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인간, 기술 통한 ‘느슨한 연결’ 이상을 원해”

세션2는 ‘공존을 위한 연결’의 기조연설을 맡은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노동 분야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이주민 분야 민김종훈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사제, 돌봄 분야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모습./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세션2는 ‘공존을 위한 연결’의 기조연설을 맡은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 노동 분야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 이주민 분야 민김종훈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사제, 돌봄 분야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의 모습./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세션2는 ‘공존을 위한 연결’을 주제로 전치형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가 기조연설을 맡았다. 전 교수는 ‘우리는 대면하지 않고도 연결될 수 있을까’에 대한 궁금증으로 기술의 가능성과 한계를 발표했다.

비대면 시대라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고 콘서트를 즐기지만, 사실 학교에서 단순한 지식 전달이나 공연장에서 음악 재생 이상의 것을 원한다. 그는 “기술을 통한 느슨한 연결이 광장에서의 유대감을 대신할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노동 분야에서 권오성 성신여대 법과대학 교수는 비대면으로 인한 불편함 채워주는 플랫폼 노동자들이 노동법에 따라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을 꼬집으며 “플랫폼 기업들이 진정한 혁신을 꾀하기 위해서는 플랫폼 노동자를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돌봄 분야는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이 “코로나 시대 돌봄노동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값싼 그림자 노동 취급을 받고 있다”면서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돌봄노동에 빛을 비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민 분야는 민김종훈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집 원장사제가 한국에 있는 248만명 이주민이 처한 소외와 배제의 현실을 지적했다. 일상적으로 차별적 언행에 시달리던 이주 노동자들은 코로나 상황에서 마스크 5부제 등 정책에 이중 소외를 당해야 했다. 민김 사제는 “우리는 안전과 평등한 일상을 위해서라도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회적 존재임을 기억해야 한다”는 생각을 밝혔다.

코로나19, 시민사회 활동에 위기이자 기회

세션3은 ‘다시 쓰는 시민사회: 배제되지 않을 권리’에 참여한 시민사회 활동가 박은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세션3은 ‘다시 쓰는 시민사회: 배제되지 않을 권리’에 참여한 시민사회 활동가 박은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왼쪽부터)의 모습./사진제공=온라인 컨퍼런스 화면 갈무리

마지막 세션3은 ‘다시 쓰는 시민사회: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주제로 시민사회 활동가들의 대담회로 준비됐다. 박은미 니트생활자 공동대표, 양지혜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 활동가,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박래군 인권재단 사람 소장 등이 참여해 코로나19로 인해 시민사회 활동이 처한 어려움과 문제점, 대안과 해결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편 NPO 국제 컨퍼런스와 함께 개막한 ‘NPO 파트너 페어’는 오는 30일까지 이어진다. 페어는 국내 최대 NPO 지원·산업박람회로, 비영리단체 지원 사업 보유 조직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 부스로 참여하고, 비영리단체 및 기관 관계자들이 관람객으로 참여한다. 올해는 공공기관·중간지원조직·기업·투자기관·비영리스타트업 등 100개 파트너가 부스로 참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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