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과 ‘을’이어야만 할까. 

본사의 배만 불리는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는 수평적인 형태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묶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변환을 유도한다.

<이로운넷>은 이를 소개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7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난다.

2020년 9월 기준 가맹사업정보제공시스템에 등록된 협동조합은 총 31개. 국내에 널리 알려진 사례로는 유명 분식집 국수나무를 운영하는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전국에 가맹점이 650개가 넘는 ‘명랑시대외식청년창업협동조합’ 등이 있다. 버거킹, 던킨도너츠 등도 식자재를 공동구매하기 위해 가맹점주를 중심으로 구매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있다. 사업자는 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들며, 해외에는 어떤 사례가 있을까.

자발적으로 협동조합 전환, 왜?

국내에는 일반 기업 형태에서 주식회사로 전환한 사례가 있다. 2005년 설립한 해피브릿지 협동조합은 2013년 국내에선 처음으로 이익을 내는 주식회사가 노동자(직원) 협동조합으로 전환해 화제가 됐다. 전환 전에도 ‘사람 중심의 기업’이라는 창업미션을 갖고 있었다는 게 특징이다.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던 배경에 대해 당시 이사장으로 있던 송인창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 소장은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을 향상 시키는데 제일 중요한 요소였으며, 이에 따라 협동조합 전환을 통해 직원에게 안정감을 주고 주인의식을 느끼게 해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려 했다”고 밝혔다. 식자재 유통업으로 시작한 해피브릿지는 현재 식품제조, 외식 프랜차이즈, 식품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며, 590여개 가맹점을 갖고 있다.

기업 운영을 넘어, 2014년에는 협동조합 정신을 확산할 연구소도 설립했다. 스페인 7대 기업이자 최대 노동자협동조합인 ‘몬드라곤협동조합그룹(MCC)’의 몬드라곤 대학과 양해각서(MOU)를 체결, 몬드라곤 대학 산하 ‘몬드라곤 혁신 지식 연구소(MIK)’와 공동으로  설립한 게 'HBM협동조합경영연구소'다.

2006년 설립한 쪽갈비 구이와 튀김 전문 식당 '곽두리쪽갈비'는 2012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2015년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작년 기준 전국에 12개 가맹점을 보유 중이다.

한국 최초로 가맹점주들이 따로 모여 만든 ‘미스터피자구매협동조합’(이하 미피구매협동조합)도 있다. 2018년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의 공정한 물품 구매를 위해 만들어졌다. 초기 7~8명의 가맹점주들이 시작한 미피구매협동조합은 현재 조합원 53명, 60개 점포가 함께 한다. 본사는 그대로 있고, 가맹점주들이 모여 식재료 등을 공동구매하기 위해 구매협동조합만 만든 사례다.

'동네빵네협동조합'은 서대문구와 은평구를 중심으로 개인빵집을 운영해 온 제빵 장인들의 모여 2013년 만든 사업자협동조합이다. 출자금을 모아 공동 공장도 설립했으며, 매주 조합원 모임을 통해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나누기도 한다. 현재 서대문구와 은평구에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네빵네 협동조합, 미피구매협동조합, 곽두리쪽갈비협동조합,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이미지=각 협동조합 SNS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동네빵네 협동조합, 미피구매협동조합, 곽두리쪽갈비협동조합, 해피브릿지협동조합. 이미지=각 협동조합 SNS

지난해에는 국내에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설립을 돕는 조직 ‘쿱차이즈연합회’가 출범했다. 프랜차이즈사업을 하는 협동조합 7곳이 모여 만든 조직이다. 쿱차이즈(coopchise)는 ‘협력적인(cooperative)’과 ‘프랜차이즈(franchise)’의 합성어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성공하려면 마케팅, 물류 공동구매 등 전문역할을 수행할 협동조합 내 본부 구축이 중요해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고민에서 출발했다. 초기 단계에 있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본부를 인큐베이팅 해 규모화와 전문성 강화를 지원한다.

'쿱차이즈 그룹'에 가입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들. 쿱차이즈 그룹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협동조합과 이를 돕는 지원전문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연합회다. 디자인=윤미소
'쿱차이즈 그룹'에 가입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들. 쿱차이즈 그룹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협동조합과 이를 돕는 지원전문 협동조합으로 구성된 협동조합 연합회다. 디자인=윤미소

수십 년 역사 지닌 해외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지난 2016년 경기도의회 사회적경제 활성화포럼이 내놓은 보고서 ‘경기도 소상공인협동조합 활성화방안’에 의하면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가장 잘 발달한 국가는 프랑스다. 전체 소매점포의 30%가 체인형 사업자협동조합 소속 매장일 정도로 비중이 크다. 프랑스에서는 이 형태를 ‘상업협동조합’이라고 부르는데, 같은 업종 자영업자들이 자신들이 소유하고 운영하는 점포의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결성한 그룹(Groupement)이라고 할 수 있다. 점포 소유자들이 이 그룹의 조합원이다.

프랑스 상업협동조합은 건축자재판매업, 숙박, 개인서비스, 안경점, 슈퍼마켓 등 여러 업종에서 80개의 상업협동조합이 발전하고 있고, 1개의 협동조합에 평균 355명의 조합원이 가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합원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협동조합형 프랜차이즈가 주식회사형 프랜차이즈보다 경제적 성과 측면에서 뒤처지지 않아 ‘대안’ 프랜차이즈로 적합하다.

프랑스 상업협동조합 소속 자영업자들의 매출액과 전체 상업부문 매출액 성장률 비교.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경제적 성과가 일단 기업보다 높다. 자료=경기도의회
프랑스 상업협동조합 소속 자영업자들의 매출액과 전체 상업부문 매출액 성장률 비교.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경제적 성과가 일단 기업보다 높다. 자료=경기도의회

안경·보청기 전문 브랜드 ‘옵틱2000’는 프랑스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다. 1962년 프랑스 서부에서 안경점을 운영하던 5명의 점주가 조직한 안경재료의 공동구매를 위해 시작했다. 브랜드 합류를 원하는 안경점은 공동분담액과 서비스 청구금액을 내고 조합원이 될 수 있으며, 이윤은 안경점에 재분배된다. 2017년 기준 1,165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 전역에 걸쳐 매장이 있는 독일 건축자재소매업협동조합 '하게바우.'
유럽 전역에 걸쳐 매장이 있는 독일 건축자재소매업협동조합 '하게바우.'

독일의 건축자재소매업협동조합인 ‘하게바우(Hagebau)’는 34개의 건축자재 전문점이 1964년 공동으로 설립했다. 협동조합 소속 직원은 2015년 기준 1,350명. 현재 365개 이상의 자영업체인 전문기업과 소매 중소기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 있다. 규모화의 성공으로 독일의 500대 기업에 선정되었으며, 현재 유럽 8개 국가에 걸쳐 1,760개 이상의 조합원을 보유한 매장과 지점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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