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과 ‘을’이어야만 할까. 

본사의 배만 불리는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는 수평적인 형태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묶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변환을 유도한다.

<이로운넷>은 이 사업에 참여한 7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났다.

방역·소독 업체를 생각하면 ‘세스코’를 떠올리기 쉽다. 이 분야에서 압도적인 인지도와 점유율을 자랑한다. 전국 단위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노하우와 기술력도 뛰어나다. 세스코를 이겨보자는 원대한 목표를 가지고 탄생한 협동조합으로 시작해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진출하고 브랜드화에 도전한 곳이 있다. 아리엘협동조합이다.

아리엘협동조합은 경기도에서 청소·소독·방역업을 하는 사업자가 모여 만든 사업자협동조합이다. 12년부터 논의를 시작해 15년 12월 만들어졌고 18년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에 참여했다. 회원사는 10곳, 가맹사는 8곳이다. 

아리엘협동조합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육성 지원사업에서 졸업한다. 사업이 시작될 때 참여해 지원 기간인 3년을 다 채웠다. 사업의 1세대인 이들의 성과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후발 주자와 사업을 집행하는 경기도는 이들을 선례로 삼아 앞으로의 사업 방향의 갈피를 잡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성과는 뚜렷하다. 

아리엘협동조합 김춘기 이사장 
아리엘협동조합 김춘기 이사장 

프랜차이즈 사업 성과는?...브랜드·홍보 효과 뛰어나

김춘기 아리엘협동조합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 18년 본사 매출은 250만원, 19년 880만원, 20년 현재까지 2800만원으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본사는 서비스 의뢰를 받으면 서비스 요청 지역 인근에 있는 가맹점으로 연결해주고 약 10% 정도의 수수료를 받는다. 방역·소독 수요가 급증한 올해에는 본사에서 일부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기도 했다. 본사 수익은 본사 운영을 위해서 사용된다. 협동조합 형태인 만큼 본사가 따로 챙겨가는 이익은 없다.

본사 매출이 늘어도 가맹점 매출이 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본사보다는 조합원(사)을 위해서 존재하기 때문이다. 아리엘협동조합은 가맹사의 이익 증대에도 성과를 보였다. 브랜드 ‘아리엘키퍼’를 활성화한 점이 유효했다. 각 가맹점은 아리엘키퍼라는 이름 아래 체계적인 방역·소독 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비스 견적 산출, 전화 응대, 소독 및 방역 방법을 본사 매뉴얼에 따라 진행해 소비자가 어디에서나 동일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아리엘키퍼를 홍보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최장원 아리엘협동조합 사업팀장은 “과거 회원사가 각자의 이름을 갖고 사업을 진행해 소비자가 이들을 개별적으로 인식했고 협동조합이라는 말도 생소해 협동조합으로서 뭉친 의미가 크지 않았다”며 “반면 현재는 소비자가 경기도 어디를 가도 브랜드를 동일하게 인식하고 있어 홍보 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도 홍보의 중요성을 실감했다. 그는 “온라인 홍보의 효과를 확실히 느꼈다. 홍보 이후 본사로 오는 소비자의 전화가 늘었고 예비창업자로부터 가맹점으로 가입하고 싶다는 상담전화가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아리엘협동조합에서 자체 개발한 '아리엘키퍼' 매뉴얼 책
아리엘협동조합에서 자체 개발한 '아리엘키퍼' 매뉴얼 책

"지원 없는 홀로서기, 여전히 두려워"

걱정도 있다. 지금까지 아리엘협동조합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보조금, 프랜차이즈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제공하는 육성 지원사업의 큰 도움을 받았다. 특히 보조금은 본사 운영비와 홍보비로 사용됐고 보조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절대적이다. 육성 지원사업 3년 차인 올해에는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지원이 끝난다. 이후부터는 기존 보조금으로 충당하던 홍보비용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데 여력이 많지 않다.

아리엘협동조합 내에서는 현재 상태를 ‘확산기’로 보고 있다. 지원을 통해 1~2년 동안 사업의 체계를 잡고 준비를 했다면 올해는 이를 바탕으로 한 사업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이 상태가 유지되고 여력이 생기면 ‘안정기’로 들어설 수 있는데 김 이사장은 현재 상태에서 안정기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그는 “지원이 끝나고 프랜차이즈 사업은 유지되겠지만, 주춤할 가능성이 높다”며 “앞으로는 광고, 홍보, 마케팅 등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의 선두주주로서 후발주자가 답습할 만 한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화·사업다각화의 길로 나아가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자력갱생을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현재 10% 수준의 수수료로는 본사 운영이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다만 수수료 인상은 가맹점마다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어 논의를 바탕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사업 다각화도 준비하고 있다. 방역·소독 전문 프랜차이즈의 장점을 살려 친환경 살충제와 소독제를 개발하고 있다. 1년 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개발을 완료하면 상품을 브랜드화해 판매한다.

아리엘키퍼 유니폼을 착용한 김춘기 이사장 .

장기적으로는 경기도를 넘어 전국 규모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꿈꾸고 있다. 처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염두해 뒀던 일이다. 이를 위해서 전국 각지에 위치한 자활센터와 한국자활기업협회 등과도 협업할 방침이다. 김 이사장은 “가맹점 대부분이 자활기업으로 우리가 체계를 잡은 뒤에는 자활기업을 지원하는 기관의 인프라를 활용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사회적가치를 추구해온 우리만의 장점으로 전국화에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 말미 김 이사장은 프랜차이즈협동조합 결성과 가입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조언의 말을 남겼다. 

“지금은 네트워크 시대다. 기업 혼자 사업을 하기 어렵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그간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조직안으로 들어오는 게 사업에 유리하다. 협동조합, 프랜차이즈협동조합에 많은 이들이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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