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과 ‘을’이어야만 할까.
본사의 배만 불리는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는 수평적인 형태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묶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변환을 유도한다.
<이로운넷>은 이를 소개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7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난다.
#치킨 브랜드 B사는 지난해 가맹점주단체 회장 A씨에게 일방적으로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면서 해지 사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심지어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고 5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사소송까지 제기했다. B사는 A씨뿐만 아니라 2018년부터 최근까지 전국의 점주 단체 간부들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거나 점주 단체에서 퇴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한 보복 사례다.
#이달 초 외식업체 Q사 회장 부부와 상무 등 경영진 3명이 업무상횡령, 배임수재 등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협력업체들과 계약을 유지하는 대가로 11억원 넘게 받고, 회삿돈까지 빼돌렸다는 혐의다. Q사에 대해서는 가맹점주들이 ‘갑질 피해’를 호소하기도 했다. 가맹점을 열어 장사가 잘되면, 압력을 넣어 폐점하게 하고 근처에 회장 가족이 같은 매장을 열었다는 거다.
불공정거래 경험한 가맹점주 15.3%
프랜차이즈 시장이 성장하며 위와 같은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문제가 사회이슈로 떠오른 지 오래다. 게다가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은 자영업 시장의 돌파구로 시작해 꾸준히 성장했지만, 이제는 ‘포화상태’로 가게 간 경쟁을 피하기 어렵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프랜차이즈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본사 수는 4,631개, 브랜드 수는 5,741개, 가맹점 수는 24만8천개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가맹점들이 가맹본부와 불공정거래를 경험해본 비율은 15.3%. 구체적인 사례로는 ▲필수품목 강매 ▲밀어넣기(필요 이상의 제품을 공급하는 행위) ▲불공정계약 ▲인테리어 강제개선 등을 겪었다. 가맹사업 발전을 위한 방법으로 가맹본부의 불공정거래 개선이 필요하다는 답이 26%를 차지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구자근 의원(국민의힘, 경북구미갑)에게 제출한 ‘2019년 소상공인 불공정거래 피해실태조사’ 자료에 의하면 당초 본사와의 계약 당시 예상 매출액보다 떨어지거나, 점포환경개선을 강요당하고, 본사 및 본사 지정 업체의 인테리어 공사 시공 문제 및 광고비 떠넘기기 등이 이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는 피해 대응을 위해 각종 상담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 응답자 약 절반은 도움받을 수 있는 상담센터가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피해를 만드는 가장 큰 문제에는 ‘가맹본부의 우월적 지위’가 있다. 브랜드를 가진 가맹본부는 ‘갑’이고, 가맹점은 이 브랜드를 돈 내고 빌려 쓰는 위치라 ‘을’인 것. 정창윤 쿱차이즈연합회 대표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단기 이익 추구로 인한 가맹점의 피해, 불평등한 갑을관계로 종사자의 삶의 질이 갈수록 악화한다”며 “15년 전 도시근로자 소득과 자영업자 임금보다 이들의 상황이 최근 들어 더 열악해지면서 가맹점주 중 자살자 수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입장 차이는 실태조사에서도 나타난다. 가맹본부의 68.6%는 가맹점과의 신뢰 관계가 강하게 형성돼있다고 답했으며, 77.3%는 가맹점과의 소통 수준이 원활하다고 답했다. 가맹점은 각각 33.7%, 39.8%만 그렇게 느꼈다.
대안프랜차이즈 절실...경기도가 나섰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가장 많은 광역자치단체다. 가맹점과 직영점을 합해 전체의 25.1%인 6만4685개 매장이 영업 중이다. 매장 개수가 제일 많은 만큼, 갑을관계가 만드는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 차원에서 앞장선다. 2015년에는 경기도 공정거래지원센터를 열어 공정거래 관련 법률상담과 가맹점, 대리점 등을 위한 분쟁 조정 등을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다.
올해 3월 11일부터 4월 말까지는 경기도에 본사가 있는 25개 가맹기업에 대해 가맹점과의 상생 활동을 권유해 14개 기업의 참여를 이끌었다. 도는 매출액, 가맹점 수 등에서 지원 여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상위 25개 기업에 ▲가맹 수수료 인하·면제 ▲ 배달 관련 홍보 비용 지원 ▲매장 방역 지원 등의 상생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6월에는 도내 점주의 단체 활동을 이유로 가맹계약을 해지한 B 프랜차이즈 가맹본사에 직접 대응했다. 도는 해당 사건을 조사하고 경기도 가맹사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에 안건을 상정했지만, 조정이 성립되지 않자 가맹본사의 불공정행위를 공정거래위원회에 직접 신고하기로 했다. 나아가 지방정부가 불공정행위를 지속적 감시·감독할 수 있는 조사권과 처분권을 가질 수 있도록 관련 법 조항을 개정해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할 의지도 보였다.
2018년부터는 프랜차이즈 구조 자체를 바꿀 시도를 시작했다.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상하, 갑을이 아닌 협력 관계의 프랜차이즈를 키운다.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은 동종 및 유사업종의 사회적경제기업과 소상공인을 프랜차이즈처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가맹본부의 역할을 한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고, 수평적 협동을 통해 시장 정보와 경영 노하우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일반 프랜차이즈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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