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관계는 ‘갑’과 ‘을’이어야만 할까. 

본사의 배만 불리는 기존 프랜차이즈에서 구조적인 변화를 이끌 대안으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 주목받고 있다. 조합원이 가맹점주이며 가맹본부를 공동소유하는 수평적인 형태다.

경기도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확산을 위해 2018년부터 ‘경기도형 프랜차이즈 협동조합 육성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영세한 사회적경제기업이나 소상공인을 묶어 경쟁력을 키우고, 장기적으로 프랜차이즈 산업의 체질 변환을 유도한다.

<이로운넷>은 이 사업에 참여한 7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만났다.

“전통적인 농경사회에서는 자녀가 나이 든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미덕이었습니다. 하지만 도시가 점차 산업화되면서 부양 개념이 달라졌어요. 부양 책임이 지역사회 공동체의 임무로 바뀌어 버린 것이죠.”

노인장기요양 분야 국내 최초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인 ‘온맘터치협동조합’ 진락천 이사장은 ‘사회적 효’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그는 “연장자에 대한 예우나 효도는 장려해야겠지만, 자식이 꼭 부모를 부양하는 것이 효라고 보지 않는다”며 “노인을 지역사회가 함께 돌보는게 바로 사회적 효”라고 말했다.

온맘터치협동조합 로고./사진제공=온맘터치협동조합
온맘터치협동조합 로고./사진제공=온맘터치협동조합

진 이사장은 사회적 효를 실현하기 위해 사업을 시작했다. 그는 2008년부터 노인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사회적기업 동부케어의 대표이기도 하다. 온맘터치협동조합(이하 온맘터치)은 동부케어를 중심으로 7개의 사회적경제기관이 참여한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으로, 작년 2월, 경기도형 프랜차이즈협동조합 사업자로 선정됐다.

노인돌봄 전문기관 7곳, 동반성장위해 뭉쳐

경기도 화성·평택·오산에 위치한 7곳의 협동조합 ‘창립멤버’들은 모두 노인돌봄 전문성을 보유했다. 노인돌봄계 ‘어벤져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동부케어는 영세한 노인장기요양기관을 표준화할 수 있는 아이템을 개발하고, 가맹점에 노하우를 전수하는 역할을 맡았다. 피플체인스는 복지분야 플랫폼 및 전산화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사회적기업 나사는 복지용구 공급을 담당한다. 

마을기업인 전통햇살협동조합은 시니어 맞춤형 건강식단을 통해 어르신 식문화 개선에 힘쓰고, 동부케어협동조합은 주간보호센터를 조합형태로 구축해 운영하는 노하우를 전수한다. 사회적협동조합 두루살기는 퇴직자 일자리 창출과 소규모 가맹점 컨설팅을 진행한다. 마지막으로 올위드시니어협동조합은 시니어사업 서비스개발 및 치매인지·심리프로그램 등을 개발·운용하고 있다.

온맘터치협동조합 진락천 대표는 "노인장기요양 분야 사회적경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온맘터치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온맘터치협동조합 진락천 대표는 "노인장기요양 분야 사회적경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 보려고 온맘터치협동조합을 설립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어쩌다 함께하게 됐을까. 직접 이야기를 듣기위해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 온맘터치 사무실을 찾아 진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동부케어를 운영하며 영세한 장기요양기관의 규모화를 통해 전문화·고도화하기 위해 힘썼다”며 “이러한 동반성장 모델을 만들어보려 고민하던 차에 경기도에서 프랜차이즈형 협동조합 사업을 지원하는 것을 보고 온맘터치를 설립하게 됐다”고 밝혔다. 

노인요양기관의 지속가능 성장을 꿈꾸다

진 이사장은 본래 건강보험공단에서 근무했다. 당시 노인장기요양보험 제도를 설계하는데 참여했다. 2007년 퇴직한 그는 제대로 된 노인장기요양기관을 만들어서 ‘내가 노인이 돼 서비스를 받아도 만족할만한 기관’을 만들어보자고 결심했다. 

하지만 노인돌봄 시장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진 이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본래 노인장기요양기관은 사회복지사 자격증만 있으면 쉽게 열 수 있었다. 진입장벽이 낮으니 많은 업체가 난무하면서 과열경쟁이 벌어지는 등 시장이 혼탁해졌다. 기관들이 좀처럼 성장하지 못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그는 “특히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기반으로 서비스 가격 등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서비스의 질이 낮은 경우가 많다”며 “동부케어는 가격은 같더라도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철학으로 운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퇴직 1년 만에 오산·평택·화성·용인 4곳에 장기요양기관을 열었다. 방문요양은 물론이고, 방문목욕, 방문간호, 복지용구 사업을 했다. 이어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는 등 성장을 거듭했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동부케어와 철학이 같은 지역 기관들을 묶어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속가능한 성장을 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을 출범했다. 

온맘터치협동조합은 지난해 11월 26일, 지니프릭스와 시니어 관련 TV 서비스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제공=온맘터치협동조합
온맘터치협동조합은 지난해 11월 26일, 지니프릭스와 시니어 관련 TV 서비스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사진제공=온맘터치협동조합

전산시스템 플랫폼으로 가맹점과 고객, 종사자까지 만족

다른 기관과 차별화되는 온맘터치만의 장점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진 이사장은 돌봄종사자와 고객, 가맹점, 지역사회로 나눠 자신있게 설명했다. 핵심은 전산시스템 플랫폼에 있었다. 먼저 고객의 집을 방문해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는 종사자들을 위해 전산시스템 플랫폼을 활용했다. 주기적으로 비대면 소통을 통해 자긍심을 갖게끔 도운 것이다.

또한 업무통합 시스템으로 업무도 효율화해내는데 성공했다. 예컨대 간호사의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고객의 투약관리 및 건강관리를 꼼꼼히 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했다.

고객에게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온맘터치는 고객의 욕구조사부터 진단, 그리고, 서비스 계획까지 빈틈없이 짜낸 차별화된 결과물을 제공하고 있다. 서비스의 질이 올라가면서 고객들의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졌다는 것이 진 이사장의 설명이다. 

가맹점도 큰 도움을 얻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부터 장기요양기관 지정제 및 재지정제를 통해 신규 진입을 조절하고 기준에 미달한 기관을 퇴출하고 있다. 가맹점의 책임경영과 시장 퇴출을 막기위해 온맘터치 본부에서 지원한다.

진 이사장은 “정부에서 경영·회계 등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장기요양기관을 평가하다 보니 노인요양 서비스만 하고 여타 경영은 외주를 줬던 가맹점주들이 혼란스러워 했다”며 “온맘터치는 관리컨설팅용 전산시스템을 구축해 가맹점이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계속 관리해주고 있다”고 밝혔다. 온맘터치의 전산시스템 플랫폼이 적절한 대응을 가능케 한 것이다.

온맘터치는 자사의 전산시스템 플랫폼을 4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진 이사장은 “1단계는 비대면 교육 및 소통을 통해 종사자의 업무능력 및 소속감 강화를 이뤄냈다. 2단계는 표준화한 돌봄 매뉴얼을 정립하는 것”이라며 “2단계로 업그레이드된 전산시스템은 다음달에 본격 런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진 이사장은 2단계 전산시스템까지 완비되면 표준화된 서비스를 바탕으로 모든 가맹점이 전문화된 서비스를 체계적으로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전했다. 더 나아가 그는 3단계 빅데이터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 체계 구축, 4단계 커뮤니티 케어 24시간 서비스 구축 등을 꿈꾸고 있다. 온맘터치는 통합재가서비스 시범사업을 통해 통합서비스 모델을 경험해보고 있기도 하다. 통합재가 서비스란 고객들이 여러 가지 서비스를 본인이 원하는대로 수가에 맞춰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난해 열린 온맘터치협동조합 창립총회 기념사진./사진제공=온맘터치협동조합
지난해 열린 온맘터치협동조합 창립총회 기념사진./사진제공=온맘터치협동조합

관·민이 인정하는 온맘터치... “100세도 행복할 수 있음 증명하고파”

온맘터치는 경기도는 물론, 민간에서도 인정받는 프랜차이즈 협동조합이다. SK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에서 5년 연속으로 수상하는 등 매년 성과를 내고 있다. 진 이사장은 “동부케어는 정책 지원 외에도 SK행복나눔재단, 함께일하는재단, SK 사회성과지표를 통해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익금은 가맹점에게도 철저히 배분한다. “민간의 사회적경제 지원기금이나 펀드들을 유치해 얻은 이익은 가맹점과 나누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사회적경제를 지원하기 위한 SK의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젝트 ‘콜라보레이션 사업’의 시범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사업은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모여 공동의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가맹점과 상생하는 기관으로서 입지를 확보했다. 

진 이사장은 “사회적경제조직은 협업·협동에 강점을 보이는데도 대체로 공모사업이 끝나고 나면 함께 흐지부지된다”며 “온맘터치가 이번 콜라보레이션 사업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도출해내면 이런 시도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어 “이번에 온맘터치가 좋은 성과를 내 사회적경제 동반성장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온맘터치는 현재 26곳의 가맹점을 두고 있다. 2022년까지 가맹점 수는 1000개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다. 이는 국내 약 2만2000개의 기관 중 5%에 해당한다. 진 이사장은 “온맘터치가 화성에서 전 지역으로 뻗어나가 돈을 버는데 치중하기보다는 사회 기여를 확산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본래 동부케어를 창업했을 때 결심했던 오랜 목표도 언급했다. 그는 “최종적으로는 0~100세까지의 모든 삶은 연속이라는 것을 온맘터치 안에서 보여주고 싶다”며 “제빵사도 100세까지 빵을 만들고, 마케팅 전문가도 70~90세까지 마케팅 활동을 하는, 100세도 행복하고, 90세도 꿈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기관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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