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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센터장 조주연, 이하 서울사경센터)는 사회적가치를 창출하려 나선 설립 3년 이내 청년기업을 지원하는 ‘스케일업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진행한 1단계 사업에서는 6개 기업(벤틀스페이스, 거마도, 히든앤코, 119레오, 세븐포인트원, 윤슬케어)이 지원금 2000만원과 엑셀러레이팅 전문지원을 받았다. 2단계 사업은 지난 8월부터 오는 11월까지 이어진다. <이로운넷>은 1단계에 참여해 지원받은 벤틀스페이스와 히든앤코를 찾아 성과를 들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손님을 만나는 업종이 큰 타격을 입었다. 비즈니스 대부분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대면 접촉이 꼭 필요한 사업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용실 등이 대표적이다. 고객과 직접 접촉이 불기피하기 때문에, 코로나19 감염을 두려워한 손님들이 발길이 줄었다. 미용 종사자 역시 감염 불안에 시달린다.

이런 상황에서 벤틀스페이스는 공유미용실인 ‘로위’를 통해 미용업계에 대안을 제시했다. 프라이빗룸 시스템을 이용한 1대1 시술로 대면접촉을 최소화한 것이다. 나아가 벤틀스페이스는 향후 미용사 처우개선 및 지속가능한 미용생태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공유미용실 '로위'./사진제공=벤틀스페이스
공유미용실 '로위'./사진제공=벤틀스페이스

소비자에게 편한 미용실 구상... "미용생태계 개선도 가능해”

벤틀스페이스는 2017년 10월 창업한 기업으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8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벤틀스페이스의 소셜미션은 공유를 통한 사회문제 해결 및 부가가치 창출이다.

벤틀스페이스 양재원 대표는 “공유미용실을 통해 미용산업 및 디자이너 처우문제라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에게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벤틀스페이스는 왜 공유미용실 사업을 선택했을까. 본래 다른 공유사업을 하고 있던 양재원 대표는 어느날 미용실을 찾았다가 불편한 의자에 다닥다닥 붙어 서비스를 받는 기존 미용실 시스템에 불편함을 느꼈다. 소비자 입장에서 편안한 미용실 모델은 없을까 고민했다. 양 대표는 "우선 미용생태계가 어떤지에 대해 알아야 겠다고 결심했다"며 “그때부터 미용산업에 대해 공부하기 시작해 400여명의 헤어 디자이너를 직접 만나며 사업을 구상했다”고 회상했다.

벤틀스페이스 양재원 대표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공유미용실이 헤어디자이너 창업수요 충족 및 처우개선까지 해결해낼 수 있을거라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벤틀스페이스 양재원 대표는 지난 24일, 인터뷰에서 "공유미용실이 헤어디자이너 창업수요 충족 및 처우개선까지 해결해낼 수 있을거라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양 대표는 미용실의 높은 폐업률에 주목했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미용실의 1년 이내 단기 폐업률은 11%로 43개 업종 중 1위를 기록했다. 그는 과열된 창업경쟁이 높은 폐업률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18년 통계청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전국 미용실은 약 15만개에 달한다. 카페(8만개)나 편의점(4만개)보다도 월등히 많다.

그는 “헤어디자이너가 불공정한 수익구조, 과도한 노동시간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보니 창업수요도 많아 미용실이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이라며 “공유미용실이 헤어디자이너 창업수요 충족 및 처우개선까지 해결해낼 수 있을거라고 판단해 사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헤어디자이너·고객 만족도 모두 높아

양 대표는 2018년 11월, 창업하고자 하는 헤어디자이너 5명을 불러모아 공유 미용실 로위 1호점을 열었다. 개별 헤어디자이너에게 3~5평의 프라이빗룸(독립 미용공간)을 제공하고, 미용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세무·마케팅·컨설팅 등 경영업무는 벤틀스페이스가 담당한다. 헤어디자이너에게 소자본으로 안정적인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운 것이다. 

벤틀스페이스는 서울사경센터의 ‘스케일업 지원사업’을 통해 ICT기술을 활용한 공유미용실 플랫폼 구축을 시도했다. 모바일앱 기반의 실시간 CRM(고객관리솔루션) 시스템을 통해 예약확인, 고객정보 기록 등을 총체적으로 관리한다. 10월에 테스트를 거쳐 본격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양 대표는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멘토링과 끊임없는 동기부여가 사업을 이어가는데 큰 힘이 됐다”며 “향후 기술개발을 완비해 ‘미용업계의 스타벅스’처럼 독자적인 플랫폼을 만들 것”이라는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로위의 차별점으로 △근무시간 △수익률 △근무환경 등을 거론했다. 수직적인 분위기에서 업무하는 미용실과 달리, 로위는 각자 개인 디자이너로서 일하는 등 수평적 관계가 형성돼있다. 모두 개인창업자 명목으로 활동하기 때문이다. 자연스레 근무시간도 자율적으로 설정할 수 있어 격무에 시달리는 일이 없도록 했다. 

수익 배분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미용점주와 헤어디자이너간 수익배분비율은 7:3정도”라며 “벤틀스페이스는 헤어디자이너분들이 매출대비 60%를 가져갈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고객의 만족도 역시 높다는 것이 양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룸에서 1대1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데다 다음 예약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예약 간격을 조정해 불편함없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있도록 하고 있다”며 “특히 MZ세대 고객의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수요가 급증하면서, 1대1 서비스로 감염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 로위의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월 매출이 꾸준히 30%씩 늘어나는 성장세를 보이기도 했다.

공유미용실 유진 원장이 시술 전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공유미용실 유진 원장이 시술 전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헤어디자이너 당사자도 마찬가지다. 로위에서 지난 7월부터 일하기 시작한 유진 원장(헤어디자이너)은 “기존 미용실에서 근무할 때는 갇혀있다는 느낌도 받고, 위계구조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지금은 개인 공간에서 자유롭고 편하게 일할 수 있어서 좋다”며 “고객님들 역시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는 1대1 시술환경이 마음에 든다고 말하곤 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규제완화로 날개달아... "5년내 100개 매장낼 것"

벤틀스페이스는 더 큰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유미용실 서비스가 정부의 규제샌드박스를 통과하면서, 여러 명의 헤어디자이너가 미용실을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유미용실’ 서비스가 법적으로 가능해진 것이다. 벤틀스페이스 등 공유미용실 기업 3곳이 실증특례를 신청하면서 이뤄낸 쾌거다.

양 대표는 “지금은 각 원장님들이 사업자로 등록할 수 없는 구조지만, 이제 개별 사업자등록이 가능해졌다”며 “오는 11월에 새로 오픈할 합정역 3호점에서 모든 헤어디자이너분들을 사업자로 등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달에는 스트롱벤처스, 프라이머 등으로부터 프리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기도 하는 등 승승장구하고 있다.

양 대표는 포부를 묻는 질문에 “5년내에 100개의 매장을 내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며 “로위 서비스를 통해 미용산업의 높은 폐업률 문제를 해결하는 등 지속가능한 미용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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