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스님이 알려주는 절밥 먹으러 수월암 가요!"
[르포] "스님이 알려주는 절밥 먹으러 수월암 가요!"
  • 이로운넷=박유진 기자
  • 승인 2020.07.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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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템플셰프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첫발...10월까지 매달 1회
템플셰프 협동조합 이사장 동원스님표 사과냉면&연근김치
"사찰음식 매개로 현대인 공감·소통 이끈다"
수월암 전경. 사진=사람과사회적경제 불교사회적경제지원센터

구불구불 차를 타고 산길을 오르면서, 어릴 적 49재를 지내러 갔던 큰 절을 기대했다. 택시에서 내려 발견한 건 도심 속 작은 암자. 1층에는 카페, 2층에는 주방, 3층에는 법당이 마련된 이곳은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 있는 ‘수월암’이다. 주변에는 길상사, 칠보사 등 큼지막한 사찰과 대사관저가 모여 있었다.

6월 29일 저녁 서울 성북구 수월암에서 사람과사회적경제 불교사회적경제지원센터가 ‘템플셰프’ 협동조합과 함께 ‘2020 템플셰프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첫 회를 진행했다.

수월암 입구는 사찰음식 문화체험을 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과사회적경제 불교사회적경제지원센터(이하 센터)가 ‘템플셰프’ 협동조합과 함께 기획한 행사 ‘2020 템플셰프와 함께하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이하 소셜다이닝)’이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 사업부와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후원이 뒷받침했다.

템플셰프 협동조합 이사장 동원스님. 평소 충남 서천 천공사에서 지낸다.

템플셰프는 이름 그대로 절 요리사다. 스님 5명이 모이고, 사람과사회적경제 컨설팅 및 지원을 받아 설립됐다. 사찰음식 강사로서 교육 서비스를 진행하는 게 사업 모델이다. 사찰음식을 사업 아이템으로 발굴한 스님 협동조합은 국내 최초다. 발기인 대회는 작년 말, 설립 인가는 올해 2월 받았다. 이사장인 동원스님은 “좋은 일을 지속가능하게 하고 싶었는데, 지인 스님이 협동조합 설립을 권해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수익을 내도 개인에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성북구청 사업으로 노인 대상 음식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할 예정이며, 앞으로도 취약계층 대상 지원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다.

‘단울림 가야금 앙상블’ 연주자인 국악 전공 대학생 4명이 오프닝 공연을 맡았다. 가야금연주자 홍재동 선생의 제자들이다.

오프닝 공연은 절에 어울리는 국악. 관객들은 야외 계단 위 주최 측이 마련한 돗자리에 않았다. 연주는 ‘단울림 가야금 앙상블’이 맡았다. 이해식 선생의 창작곡 ‘흙담,’ 경기민요 ‘오봉산타령’에서 모티브를 얻은 흥겨운 곡, 가수 비틀즈의 잘 알려진 ‘Let It Be’와 ‘Hey Jude,’ 그리고 앵콜곡으로 ‘Ob-La-Di, Ob-La-Da’까지. 관객들은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고, 연주하는 학생들도 어깨로 까딱까딱 리듬을 탔다.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은 가야금과 맞물려 소리를 냈다.

공연을 보면서 템플셰프가 마련한 사과냉면, 오미자에이드, 야채꼬치, 떡을 즐겼다. 사찰음식 요리 방법으로 만든 메뉴로, 오신채와 각종 고기는 재료에 들어가지 않았다. 오신채란 불교에서 금하는 5가지 음식물 마늘·파·부추·달래·흥거다. 템플셰프 이사장을 맡고 있는 동원스님은 “맛이 어떤가요? 냉면에는 설탕을 하나도 안 넣었어요” 라며 행사를 찾은 손님들에게 말을 건다.

수업 참가자들은 동원스님의 시연을 보며 레시피를 담은 종이에 중요한 내용을 받아적었다.

공연과 시식이 끝나고 본격적인 사찰음식 만들기 시간이 왔다. 체험을 신청한 참가자 12명은 2층 주방 ‘문향재’로 몰렸다. ‘음식의 향을 듣는다’는 의미를 지닌다. 오늘의 셰프는 동원스님. 봉녕사 사찰음식교육관 금비라 부원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국대 전통사찰음식연구소 강사로 활동 중이다.

첫 번째 요리는 연근김치. 동원스님은 앞에서 시연하며 식재료에 쇠가 닿을수록 맛이 없어진다며 손으로 끊으라고 제언한다. 수업을 듣는 일일학생들은 중요한 걸 배운 듯 “아!”하고 탄성을 내뱉고 고개를 끄덕인다.

두 번째 요리는 직전에 시식했던 사과냉면이다. 설탕을 넣지 않고, 사과즙을 사용했다. 다른 냉면은 면을 먹는 게 목적이라면 동원스님표 사과냉면은 국물이 핵심이다. 면 위에는 계란 대신 ‘숲속의 버터’ 아보카도가 올라간다. 수박이나 새싹을 올려도 좋단다.

“절에서는 승소냉면, 승소국수라고 불러요. 스님들이 좋아서 웃게 만든다는 의미죠. 밥만 먹다가 어쩌다 한 번 국수가 나오면 ‘억수로’ 많이 먹습니다.(웃음)”

소셜다이닝 메뉴 사과냉면과 연근김치.

이날 광명에서 찾아온 행원 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 황윤서 씨는 “취약계층 대상 도시락 사업을 하는데, 한층 더 건강한 음식을 만들고 싶어 참가했다”며 “배운 내용이 유익해서 도시락 사업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행원 사회적협동조합도 불교계 사회적기업으로, 대한불교조계종 금강정사가 초기 창업을 지원했다. 다른 조합원 김옥남 씨는 “조미료 없이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법을 공부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서 왔다”고 전했다.

참가자들은 다 만든 음식을 직접 먹으며 동원스님과 이야기를 나눴다. 동원스님은 “얼굴을 마주보며 식사하면서 세상사는 이야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종교인 입장에서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동원스님은 사찰음식 강사 15년차다.

소셜다이닝 행사는 10월까지 1달에 1번, 총 5회 열린다. 참가비는 3만원. 첫 순서는 동원스님이 끊었고, 이후 혜범스님(‘보리밥의 추억'), 경헌스님('우엉밥으로 만나는 보약한재'), 진홍스님(‘표고버섯밥의 사찰영양식'), 동화스님('사찰비빔밥의 가을나들이') 순으로 일일강사를 맡는다. 인기가 많아 이번에 정원 12명을 넘겨 신청한 탓에 7월 행사도 벌써 정원의 반 이상이 찼다.

동원스님은 "음식을 만들고 먹는 것도 수행의 종류"라며 "마음의 흐름을 읽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가 30%나 되는 시대잖아요. 각자 어떻게 사는지, 무슨 생각하며 사는지 사찰음식을 매개로 공감하고 소통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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