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일상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 온라인 교육, 온라인 쇼핑, 재택근무, 화상회의는 더 이상 일시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일반적인 교육과 구매행태, 업무형태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는 라이프사이클, 산업구조, 일의 형태 등 다방면의 거대한 사회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가장 큰 위협은 고용불안이다. 지난 2월 한 달간 음식, 숙박업의 고용은 5만명이나 감소했다. 코로나 고용쇼크가 소규모업체부터 덮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기업, 정부, 경제전문가, 현장의 반응을 종합할 때 당장의 휴업과 휴직이 코로나19 이후에도 극복되지 못하고 경제상황은 매우 혹독하게 전개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구조조정과 대량실업이 쓰나미처럼 몰려올 것이란 두려움이 크다. 코로나19 감염병이 실업에 대한 공포와 장기 경기침체라는 두려움의 바이러스로 둔갑하는 이중의 감염증으로 국민 속에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편 코로나19 대응에서 한국은 ‘성공모델’이라는 국제적 극찬을 받고 있으며, 한국의 방역보고서에서는 한국모델의 일등공신으로 ‘성숙한 시민의식’을 들었다. 성숙한 시민들은 지금 감염 확산을 막고자 ‘사회적 거리두기’를 열심히 실천하고 있다.  

심리적 거리는 가까워져야

‘사회적 거리두기’. 다른 한편에서 몰려오고 있는 고용불안 위기.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될수록 사회적 고립이 심화되고, 고용불안은 현실적 실업으로 나를 덮치지 않을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누구나 안다. 그것은 물리적 거리, 신체적 거리두기이다. 감염병 확산방지를 위한 시민들의 행동수칙이다. 

그런데 정말 사회적 거리를 두어도 좋을까? 사회적 재난상황에서 우리의 심리적 거리는 더욱 가까워져야 하지 않을까? 실제로 상황은 그렇게 전개되었다. 지체 장애인은 자신이 아껴 모은 마스크를 지구대 앞에 몰래 갖다 두었다. 기초생활수급자 80대 할머니는 마스크 대란에 밤새우며 한땀 한땀 손바느질로 만든 마스크를 공무원들에게 전달했다. 신천지발 감염병 확산으로 비상이 걸린 대구로 달려온 타 지역 의료진을 위해 여행사회적기업은 숙박시설을 무료로 제공했다. 방역 소독업 사회적기업들은 아주 바빠진 주중에는 주문요청이 있는 곳으로, 주말에는 지역의 취약시설 자원봉사로 밤낮없이 뛰었다. 각 지역의 사회적기업, 생협, 마을기업, 협동조합들은 ‘대구경북 힘내라’고 마스크와 생필품, 도시락을 지원했다. 작은 사람들간의 따사로운 정은 위기상황에서 더없이 빛났다. 

경제 규모와 사회적 영향력에서 이제 막 기지개를 켜고 있는 사회적경제는 거대한 사회변화와 긴 경제위기의 터널을 어떻게 맞아야 할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전 국민이 코로나19로 고통을 겪는 이 상황에서 사회적경제조직들 또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창업 초기기업일수록 그 고통은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고되는 고용위협, 실업대란에 제일 먼저 반응했다.
 

사회적경제 '고용유지선언'

‘no 고용조정, yes 함께 살림’! 연대의 목소리로 함께 내건 ‘고용유지 선언’! 

작지만 큰 울림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기억하기에 더욱 그렇다. 그때 많은 국민들은 기업들이 앞다투어 강행한 구조조정을, 노동시장 유연화를, 자본과 서비스 시장 개방을 속절없이 받아들여야 했다. 대량실업에 몰린 노동자들은 가족해체의 위기를 함께 겪어야 했다. 고통은 분담되지 않았고 온전히 노동자, 서민들에게 전담되었다. 

출처=사회적경제 코로나19 대응본부

다시 위기다. 세계화에서 장벽의 시대로 갈 것이라 한다. 코로나19 대응에서 세계는 물리적으로는 자국의 경계를 높이면서 방역시스템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이율배반적인가? 코로나19는 사회적경제에 질문을 던진다. 세계화와 지역사회, 물리적 거리와 사회적 연대,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는데 필요한 시장 규모와 거래방식은? 건강과 안전을 위한 공공서비스 체계와 사회적경제의 역할은? 상호신뢰에 기반한 공동체가 유지되고 지역활동을 활성화 하는데 적절한 지역사회의 규모는?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 회복력의 키워드는 지역사회와 연결방식이 아닐까?

사회경제조직들의 ‘고용유지 선언’은 가장 고통받는 곳에서 가장 절박하게 외치는 사회적 연대의 목소리다. 코로나19 이후 사회변화를 맞는 사회적경제의 재구조화를 준비하자.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사회적 연대를 굳건히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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