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호리 리버마켓./사진제공=문호리 리버마켓

매달 셋째주 토요일이면 양평 문호리 남한강변에서는 커다란 장이 열린다. 강변을 따라 1km나 되는 기다란 장터이다. 문호리 리버마켓이다. 1000여 명의 농부와 작가들이 셀러로 참여한다. 참여자 중 농부가 60%, 작가가 40%이며, 지역민이 60%, 타지에서 온 참여자가 40%를 차지한다. 

리버마켓이 처음 장을 연 것은 2014년 4월, 올해가 7년째다. 오랜기간 동안 우여곡절을 거쳐 지금은 꽤 유명해졌다. 뭔가를 팔러 나온 참여자들은(장터 참여자들은 스스로 상인 또는 셀러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참여자라고 한다) 자신이 직접 재배한 농산물과 가공식품, 또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만을 가지고 나온다. 손님들은 리버마켓을 보러 두 세시간이나 되는 긴 차량행렬을 참고 기다린다. 

처음부터 리버마켓이 성황을 이루었던 것은 아니다. 7년 전 처음 열린 장에 참여한 사람은 겨우 10여 명. 작은 파라솔과 테이블 하나, 도자기, 그림, 목공 등을 하는 예술가들이 내놓은 작품과 붕어빵 가게가 그 시작이었다. 작가들은 50~60대에 접어들면서 서울서 가까운 문호리에 하나둘씩 새로운 둥지를 마련했다. 농촌지역에 터를 잡으며 농부들과 자연스레 어울리고 싶었지만 어색했다.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싶었고, 농부들과 소통하며 도움도 되고 싶었다. 지역사회의 일원이 되어 뭔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장터라는 공동행동으로 옮겨진 것은 과거 예술무대감독으로 유명세를 떨치던 안모 감독이 합류하면서부터다. 

사회적경제 가치와 철학이 담긴 문호리 리버마켓

문호리 리버마켓의 탄생과 성장은 사회적경제가 지향하는 가치와 철학을 담고 있다. 우선 리버마켓에는 자발적 참여와 자율조절시스템이 작동한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이나 작가들이 직접 만든 제품만 참여할 수 있다. 직접 만들었다는 것을 어떻게 선별할까? 그 판단은 손님이 한다. 손님들은 부스에 나온 참여자가 단순 유통 상인인지, 가짜농 부인지 몇 마디 대화로 금세 알아챈다. 가짜 농부의 부스엔 손님이 끊긴다. 손님들에 의한 자동퇴출시스템이 작동하는 셈이다. 부스설치와 운영 등 마켓의 시작부터 끝까지 참여자들의 자발적 참여와 책임 하에 이루어진다. 수수료는 없으며, 참여자와 손님간의 직거래만 있다. 마켓 운영에 필요한 모든 비용도 참여자의 부담이고 장터 마무리 청소까지 참여자 몫이다. 

리버마켓은 참여자의 학습장이다. 참여자들은 자신들이 가지고 나온 물건이 왜 안팔리는지 다른 참여자와 손님들의 피드백을 통해 학습해간다. 품질, 가격, 디자인, 태도, 복장 등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를 선배나 동료 참여자로부터, 손님들로부터 배운다. 마켓을 마친 다음 날 열리는 토론에서 장터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이 논의되고 상호학습이 이루어진다. 열린토론은 참여자와 손님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공동학습장이고 마켓은 그래서 협동과 연대의 장이 된다. 

문호리 리버마켓./사진제공=문호리 리버마켓

자립 원칙과 가치존중으로 탄생한 문호리 리버마켓

리버마켓은 철저히 자립 원칙을 지키고 있다. 마켓 운영에 필요한 그 어떤 것도 참여자들이 스스로 해결한다. 가끔씩 패션쇼와 같은 이벤트 행사가 열리곤 하는데, 무대설치. 소품, 패션 작품, 심지어 패션모델조차 참여자들이 해결한다. 

정부 지원은 없다. 정부 지원을 받으면 마켓은 망한다는 게 리버마켓을 끌어가는 참여자들의 굳은 신념이다. 지방정부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은 것은 아니다. 양평군은 마켓이 열리는 강변 공터의 용도를 변경해 마켓 운영이 합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행정조치를 취해주었다. 지역 방문자가 많아지니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고, 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행정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준 것이다. 지역상인들과의 마찰과 갈등도 음료, 푸드트럭을 부스에서 제외시키는 방식으로 상생을 도모했다. 음식물 쓰레기가 없어 마켓은 청결하게 유지될 수 있고, 손님들은 마켓을 오가는 길에 지역의 식당에 들러 가족과 연인과 즐거운 식사를 즐길 터이다.

마켓이 가장 중요하게 내걸고 있는 정신은 자신의 가치에 대한 존중이다. 농부건 작가건 생산자로서의 자신의 가치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스스로 그 가치를 드러내게 하자는 것이다. 당당하게 손님을 맞이하고 당당할수록 손님들은 그 가치를 알아본다는 신념이 있다. 생산자의 가치, 그 가치를 알아보는 손님들에 대한 신뢰야말로 리버마켓의 핵심가치이자 동력이다.

리버마켓은 유명세를 타면서 다른 지역의 관심과 요청을 받고 있다. 양양, 철원, 자라, 곤지암으로 리버마켓은 확장 운영되고 있다. 리버마켓이 열리는 곳은 모두 그 지역에서도 활성화가 되지 않은 곳들이다. 새로운 지역에서 리버마켓은 기본정신을 살려 그 지역의 농부와 작가, 청년들의 공생을 통해 지역 활성화를 돕고 있다. 

최근 문호리 리버마켓에 관심을 가지는 지자체가 많다고 한다. 그러나 리버마켓은 예산으로 만들어질 수 없다. 그것은 자신의 가치를 존중하고 그 가치를 알아보는 손님들이 만들어가는 협동과 연대이고, 시간의 축적을 통해 진가를 보일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문호리 리버마켓에는 정부예산으로는 절대 흉내낼 수 없는 것이 있다. 긴 호흡으로 사람 중심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안모 감독같은 사회적기업가의 존재야말로 리버마켓을 성공으로 이끌고 있는 핵심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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