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김용진 법무법인 더함 변호사

“공익변호사는 감수성이 최대의 동력이에요. 인권감수성, 공익감수성이 예민할수록 어떤 사안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바라볼 수 있어요. 작은 일이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라는 시각이 필요해요. 감수성이 있는 사람들은 소송 발굴도 잘하고 조사, 제도개선 업무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요.”

김용진 변호사는 법무법인 더함에서 협동조합 업무를 담당한다. 이전에는 사단법인 두루에서 근무하며 협동조합과 공익인권 등을 주로 다뤘다. 그는 사춘기를 넘으며 '개인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불운은 어디까지인가', '그 불운이 사회나 제도로부터 연유된 것은 아닌가',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국가와 사회의 역할은 무엇인가'라는 고민들을 이어왔다. 그러던 중 조영래 변호사가 인권과 공익을 위해 활동했던 발자취를 보고 ‘저런 삶이 멋진 삶’이라는 생각이 들어 공익변호사를 꿈꾸게 됐다. 

가슴 한 켠에 공익변호사의 꿈을 품은 뒤 그들의 노고와 신념을 존경해 왔다. 그래서 더욱 이 직업을 선택할 용기가 나지 않기도 했다. 채용공고가 많지 않았지만 지원을 고민하는 일도 많았다. 먼저 다양한 경험을 쌓자는 생각으로 대기업 카드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공익변호사를 꿈꿨던 그에겐 업무가 마냥 즐겁고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결국 1년 만에 회사를 그만두고 공익변호사의 길로 들어섰다. 그는 “공익변호사는 업무를 하며 보람을 느끼기 좋은 직업”이라며 “협동조합의 다양한 사례가 흥미로웠고 조직들이 잘 성장하면 우리사회 전반의 모습이 달라 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하며 협동조합에 애정을 느끼는 이유를 설명했다. 

협동조합, 보다 나은 사회 만들 것이라 기대

“사회적약자나 취약계층이 좀 더 존중받는 사회를 바래요. 협동조합은 사회 구성원들이 보다 평등하고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데 역할을 할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협동조합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에요. 저의 또 다른 관심사인 공익인권과도 연결 돼 있기도 하고요.”

우연한 기회로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커리어가 시작됐지만 협동조합에 대해 알아갈수록 애정이 생겼다. 그는 “기업의 형태와 구조로 기업문화와 분위기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며 “경영자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진 주식회사의 경우 오너의 갑질 등 근로환경에 대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고 협동조합이 가진 성격과 그에 대한 기대를 내비쳤다. 그는 협동조합을 설립·운영 하려는 사람들에게 법률 자문을 진행한다. 협동조합은 협동조합 기본법에 따라 설립하고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상법과 그에 대한 해석기술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의 주 업무는 애매한 법률 규정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일이다. 1차적으로 중간지원조직이 협동조합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 업무 진행에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협동조합 기본법 해석의 차이에 따라 기본적인 사항을 지키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는 “대부분 운영을 잘하고 있지만 협동조합의 정신과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해 이를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용진 변호사(당시 사단법인 두루 재직)와 이경호 더함 법무법인 대표가 2017년 진행된 인스파이어드 행사에 참여한 모습/출처=김용진 변호사 제공
김용진 변호사(당시 사단법인 두루 재직)와 이경호 더함 법무법인 대표가 2017년 진행된 인스파이어드 행사에 참여한 모습/출처=김용진 변호사 제공

공백이 커 아쉬운 협동조합 기본법

“협동조합의 경우 민주적인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기 쉬워요. 그렇기 때문에 그걸 조율 해 줄 수 있는 법률의 역할이 더 중요합니다. 협동조합 기본법의 가장 큰 문제는 법이 추상적이라는 거에요. 준용에 있어서도 너무 포괄적입니다. 이 때문에 운영이나 설립에서 공백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요.”

그는 협동조합에 관한 애정이 큰 만큼 아쉬움도 많다. 하나의 법이 모든 것을 규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때문에 법안에는 다른 법률의 기준을 빌려쓰는 준용이 적용되는 경우가 있다. 협동조합의 경우 민법과 상법이 준용된다. 그는 “협동조합 기본법은 경우에 따라 상법상 유한책임회사와 민법상 사단법인에 대한 조항을 준용하지만 유한책임회사와 사단법인은 기본적으로 협동조합과는 다르다”며 “상법의 5가지의 형태 중 가장 비슷한 것이 유한책임회사긴 하지만 한편으로 ‘깊이 고민하지 않은 입법이 아니었나’라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유한책임회사의 상법은 벤처기업 위주로 구성돼 기관에 관한 규정이 없으며 총회나 이사회에 관한 규정을 하고 있지 않다”며 해당 법안 준용시 발생하게 되는 공백을 지적했다. 

“헌법재판소도 공백으로 발생한 위헌여부를 결정하며 ICA의 규범을 판단 근거로 삼기도 했어요. 공백이 있을 때 가장 중요한 규범은 협동조합의 원칙이라고 생각합니다. 협동조합이라면 오히려 이 원칙을 기본법보다 상위의 기준으로 삼아야 해요.”

협동조합이 원칙에 집중할 수 있는 법제환경 만들고파

그는 기본법 협동조합, 개별법 협동조합들이 공백 없는 법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지금도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만 좀 더 심도 있는 업무에 대한 욕심이 있다. 외국과 한국의 법제를 비교하고 한국에 필요한 규범을 고민하기도 한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스페인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이용을 구분한다.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본질적으로 다르게 본다. 조합원의 이용은 법인세가 감면돼 조합원과 비조합원 간 세제상 분리도 가능하다. 이에 반해 한국은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이용을 구분하고 있지 않다.

그는 “타 국가의 협동조합 관련 법을 살피면 우리나라보다 잘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완벽한 법을 만든 나라는 아직까진 없었다”며 “이와 관련해 국제적으로도 많은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국제협동법저널이 생기는 등 법률가들의 노력이 시작되는 단계여서 이 시류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한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협동조합 기본법은 매우 중요한 규범이에요. 중요성에 비해 고려되지 못한 부분들이 아직 많아요. 개별법 협동조합, 기본법 협동조합 등 모든 협동조합들이 원칙에 집중할 수 있는 법제환경을 만들어 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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