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경제 활동은 기존 법과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경제 분야에 특화된 법률 전문가가 있다는 건 큰 힘이 된다. 현행 법체계 안에서 사회적경제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바람직한 법제도 개선 방향을 자문하는 법무법인 '더함'의 변호사들. <이로운넷>은 이들 개개인을 조명하는 연속 인터뷰를 기획했다.

"사회적경제조직의 성장에 투자하고 싶어 하는 비영리법인이 늘고 있어요. 다만 현행법상 한계가 있죠. 그동안 대기업에서 경영권을 유지하거나 보장하기 위한 방법으로 비영리법인을 설립하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비영리법인이라는 외향은 같아도, 추구하는 지향성이나 내용은 현저하게 다른데, 똑같은 법률 하에서 똑같은 규제를 받습니다. 법률의 한계죠."

법무법인 더함의 김효선 변호사는 요즘 비영리법인의 투자 이슈에 관심이 많다. 현행법상 비영리법인이 다른 내국법인의 지분을 취득하기가 쉽지 않은데,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이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회적경제 활동은 기존 제도에 부딪힐 때가 많다. 김 변호사는 로스쿨 졸업 후 변호사시험을 통과해 2016년부터 중견 법무법인에 있다가 2018년 말 법무법인 더함에 합류했다. 그가 사회적경제 영역으로 온 이유는 무엇이며, 요즘 다루는 법률 이슈는 뭘까? 지난달 17일, 서울시 중구 명동에 있는 법무법인 더함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6월 17일, 중구 명동 법무법인 더함에서 김효선 변호사를 만났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6월 17일, 중구 명동 법무법인 더함에서 김효선 변호사를 만났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국책 연구원에서 법조인으로

김 변호사는 원래 법학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학부 시절 전공은 사회학, 부전공은 경제학이었다. 석사 학위는 사회학으로 땄다. 그리고 국책 연구기관인 여성정책연구원에서 정규직 연구원으로 4년 동안 근무했다.

연구원 재직 시절 그는 성인지예산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성인지예산제도는 예산편성과 집행과정에서 성차별 없이 남녀 평등하게 배분하는 제도다. 우리나라에서는 2006년 국가재정법이 개정되며 성인지예산제도가 처음으로 법적 근거를 갖췄고, 2009년 공식 도입됐다.

김 변호사는 2009년 연구원으로 입사해 성인지예산제도 정착과정을 함께 했다. 정부의 전 분야에 걸친 재정 활동에 성평등 관점을 적용하는 일이라 정부 부처 공무원, 국회의원 등 다양한 정책 이해관계자와 소통해야 했다. 그는 “지금과 다르게 당시에는 ‘성인지’라는 표현을 두고 ‘성인물’이라고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로 생소한 제도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만큼 꾸준한 설득과 교육, 컨설팅이 중요한 업무였고, 점점 제도가 정착돼가는 모습을 보며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런 그가 연구원에서 2013년 로스쿨에 입학하며 법조인으로 진로를 바꾼 건 현장과 더 가까이 일하고픈 마음 때문이었다.

“국책 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안, 연구하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정책을 거시적으로 개선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장에 밀착해서 당면한 문제를 바로바로 해결하는 일도 해보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걸 배우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소송보다는 자문·연구 업무가 더 많은 사회적경제 영역

변호사 시험 합격 후, 그는 중견 규모 법무법인에 입사했다. 입사하자마자 대기업 경영권 분쟁을 다루는 형사사건을 맡았다. 규모가 큰 건인 만큼 변호사도 여러 명이 달라붙었다. 이후에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을 클라이언트로 하는 업무를 맡았다.

그는 “기업의 생리와 운영 방식을 배울 수 있던 뜻깊은 경험이었다”면서도 “개인적으로 어떤 변호사가 돼야 하는지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평소에 갖고 있던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과 사회문제 관련 지식과 경험 등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방법을 모색하던 중, 더함의 채용 공고가 눈에 띄었다고 설명했다.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것도 아니고, 일하다가 알게 된 것도 아니고. 정말 우연히 눈에 띄었어요. 사회적경제조직을 고객으로 하는 법무법인이 있다는 걸 보고 놀랐죠. 그렇게 입사해서 지금도 일하고 있어요.”

‘변호사’ 하면 흔히 소송절차에서 피고를 변호하는 일을 떠올린다. 사회적경제 영역에는 소송보다는 자문 업무가 더 많다. 그는 “이미 진행된 병을 낫게 하려고 수술하는 작업이 ‘소송’이라면, ‘자문’은 병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하는 작업”이라고 비유해 설명했다. 규모가 큰 조직은 내부에 법 전문가를 둘 여유가 있어 소송 자체를 막을 수 있는데, 사회적경제조직은 대부분 영세해 법률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구하기조차 쉽지 않다. 더함 소속 변호사들은 이런 조직들에 자문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적경제 관련 연구 업무 비중도 크다. 올해는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하위법령이나 법률 정합성에 관한 연구와 사회적금융 제도 연구를 한다. 김 변호사는 “이미 사회적경제조직 생태계는 구축돼있고, 이 경제조직들을 묶어서 법률적으로 설명하고 지위를 인정해줄 근거가 필요하다”며 사회적경제기본법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김효선 변호사의 관심 분야는 비영리법인, 개인정보 보호 등이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김효선 변호사의 관심 분야는 비영리법인, 개인정보 보호 등이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요즘 관심 이슈는 비영리법인의 ‘투자’

김 변호사의 관심 분야 중 하나는 비영리법인이다. 더함이 한국사회투자, 사회가치연대기금, 카카오임팩트 등 여러 비영리법인의 자문을 맡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 분야가 됐다.

요즘은 비영리법인의 투자 이슈가 고민 사항이다. 예를 들어 비영리재단이 외부에서 기부를 받아 다른 사회적경제조직에 투자하고 싶어도, 기부금품법에 걸릴 수 있다. 또, 비영리법인은 공인법인법이나 민법에서는 주식 취득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지만,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제한된 범위 안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그는 “정말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조직의 성장을 위해서 투자하고 싶은 비영리법인이 주변에 많은데, ‘비영리법인’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같은 규제를 받다 보니 생기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투자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비영리법인과 그렇지 못한 비영리법인을 법률로 나누는 것도 어려운 일이다.

김 변호사에게 ‘사회적경제 전문 변호사로서 포부’를 물었다. 돌아온 답은 “그러한 포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는 것. 우리 사회에 다른 방식의 경제를 추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더함으로 왔을 뿐, 원대한 꿈이나 기대를 품고 일하는 건 아니다. 그는 “변호사로서 의뢰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구축하고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적가치를 실현하면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담대한 도전을 응원합니다. 정기 건강검진처럼, 법률이슈에 대한 상시 점검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유념했으면 해요. 사회적경제 관련 개별법이 많고, 혁신적인 사업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다양한 법률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법률이슈를 초기에 파악해야 적은 비용으로 예측하기 어려운 손해를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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