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로 '사회적경제법센터'라는 이름을 내걸고 활동하는 법무법인 '더함'. 소송과 법률자문뿐만 아니라 제도개선 및 입법지원, 법률 교육에 이르기까지 사회적경제기업들의 고민을 '더불어 함께' 해결해 나간다.

더함의 역사는 사법연수원 37기 동기 3명(김효정·양동수·이경호)의 '술토크'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법연수원 시절 셋이 호프집에 모여 그런 얘기를 했어요. '연수원 수료하고, 각자 하고 싶은 일 하다가 경력 쌓이면 같이 로펌 만들어보자'고요. 농담 반 진담 반이었는데, 진짜 이뤄져서 신기하네요.(웃음)"

이들이 더함으로 뭉친 계기는 무엇이며, 창업 후 약 6년 동안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을까. 법무법인을 떠나 지금은 커뮤니티 플랫폼 사업을 하는 양동수 변호사(사회혁신기업 더함 대표)를 제외하고, 이경호 대표 변호사와 김효정 파트너 변호사를 지난 3일 만났다.

지난 8월 3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김효정·이경호 변호사를 만났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지난 8월 3일, 서울 중구 페이지 명동에서 김효정·이경호 변호사를 만났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프로보노 활동으로 만난 사회적경제, 전문 로펌 창업으로 이어져

법학을 전공했지만, 답답한 공부가 싫었다는 이 변호사. 그는 졸업 후 광고 회사에 취직해 1년 넘게 광고기획자로 일했다. 출퇴근하던 지하철에서 법학 서적을 들여다보다 법 공부를 다시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퇴사 후 사법고시 준비에 뛰어들었다.

이 변호사는 합격 후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업 자문과 인수합병(M&A) 등의 업무를 맡았다. "대기업의 말을 대신해주는 사람으로 일했는데, 점점 '나는 어떤 변호사가 돼야 하나' 고민이 생겼다"는 그. 프로보노 활동으로 사회적경제기업을 처음 접했다. 그때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돈을 버는 기업이 있다는 걸 알았고, 이들을 위한 전문적인 법률 서비스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다. 동천에서 공익 변호사로 일하던 양동수 변호사와 의기투합해 창업한 이유다.

"재미있는 분야 같았어요. 영리와 비영리 사이라고들 하잖아요. 전통적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주체에 국가, 시장, 비영리단체가 있었다면, 각자 조금씩 부족했던 점을 채워주는 영역으로써 사회적경제가 의미 있겠다 싶었어요. 양동수 변호사는 공익법률지원을 전문으로 했고, 저는 영리 기업 대상으로 변호 활동을 했으니 둘을 잘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이경호 변호사는 더함 구성원들을 "다른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 정의했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이경호 변호사는 더함 구성원들을 "다른 길을 함께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 정의했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그렇게 둘은 2015년 법률사무소를 창업했다. 이후 내부에서 사회적경제법센터와 사회적부동산센터를 운영하다 전자는 '법무법인 더함'으로, 후자는 사회적기업인 '사회혁신기업 더함'으로 분리했다.

2018년 합류한 김 변호사는 콘텐츠 기반 소셜벤처와 지식재산권 등이 주요 관심 분야다.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에도 관심이 많다. 과거 엔터테인먼트법학회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자발적으로 회원으로 가입했고, 프로야구선수협회 최초로 소속 변호사가 되기도 했으며, 게임 회사에서도 일했다.

최근에 개정된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대해서는 "소셜벤처를 지원할 근거가 마련됐으니, 지원·육성 정책과 구체적인 권리·혜택에 대한 조항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6년간 생태계 성장 체감해...사회적경제 '대언인' 역할 계속할 것"

더함은 공익법인이 아니라 영리법인이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면서 기업 활동을 한다는 개념은 여전히 생소하다. 이 변호사는 "창업 초기만 해도 자문료가 있다고 하면 실망하는 고객들이 간혹 있었다"고 회상했다. '사회에 기여하는 일,' '좋은 일'을 하면 수임료가 없거나 저렴해야 한다는 선입견 때문이었다.

적정 비용을 내야 사회 가치 창출도 지속가능하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느낀다는 이 변호사. 지난 6년간 더함과 함께 성장하는 사회적경제기업도 보면서 생태계가 자라는 걸 체감한다.

"더함과 비슷한 시기에 설립된 사회적기업이 있어요. 법률자문을 받고 싶다며 창업 초기에 저희를 찾아왔죠.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해서 자문료를 저렴하게 받았어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저희에게 자문료를 3~4번째로 많이 기여한 기업이 될 만큼 컸어요. 뿌듯하죠."

왜 더함에 입사했냐는 질문에 김효정 변호사는 "10여년 전 사법연수원 시절 했던 약속도 있었고, 가치와 혁신성을 함께 추구하면서 성장하는 기업들과 일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왜 더함에 입사했냐는 질문에 김효정 변호사는 "10여년 전 사법연수원 시절 했던 약속도 있었고, 가치와 혁신성을 함께 추구하면서 성장하는 기업들과 일해보고 싶었다"고 답했다./사진=김주연 인턴기자

사회적경제기업 종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김 변호사는 "법적으로 어렵다는 말에 바로 수긍하지 말아달라"고 전했다. 무슨 말일까. 그는 "변호사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조언을 할 수밖에 없어도, 끈질기게 방법을 모색하려는 기업들과는 어떻게든 새로운 길을 찾게 된다"고 부연했다. 혁신적인 사업 모델이라 기존 제도에 부딪힐 수밖에 없지만, 개척할 수 있다는 거다.

더함은 개별 기업의 이슈를 해결하는 일개 로펌 그 이상이다. 지난 3월 ‘제21대 국회 사회적경제 입법동향 이슈페이퍼’를 낸 이유다. 사회적경제 정책과 관련된 국회 계류 제정안과 개정안을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사회적경제 분야 종사자들이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 법률안을 쉽게 찾아보고, 주요 내용을 알 수 있도록 정리해봐야겠다 판단해 내놓은 자료”라고 설명했다.

생태계가 커진 만큼 사회적경제기본법 제정 필요성도 커졌다. 사회적경제조직마다 다양한 배경과 연원을 갖고 있어 공동의 영역에 속한다는 의식이 크지 않다. 이 변호사는 "기본법 통과로 공동의 정체성을 부여받는다면 연대와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소송과 자문 등 법률 전문가가 필요한 경우가 많죠. 앞으로도 생태계가 커지며 더 많이 생길 겁니다. 저희도 그동안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 형사 고소 건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고, 승소율도 높아요. 앞으로도 사회적경제기업들의 말을 대신해주는 동반자로 역할 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이로운넷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