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기업은 지역주민들이 마을을 기반으로 생활환경 개선과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활동을 한다. 이를 통해 주요 사회적경제기업으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모든 회원이 법인출자를 하고, 5인 이하는 100%, 6인 이상은 70% 이상의 지역주민 출자자로 구성 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지역의 문제를 공동체의 시각으로 해결하고 소득 증대와 주민을 위한 일자리 만드는 등의 활동을 한다. 마을에서 수확한 농산물로 만든 식품을 판매하거나, 지역주민들이 모여 만든 카페 등이 그 예다. <이로운넷>은 행정안전부가 선정한 2021년 지정마을기업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정가람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이하 아이야) 대표는 결혼을 하고 나서 문화 사각지대를 실감했다. 극작가로 일하며 결혼하지 않았을 때는 대학로에 가는 일이 쉬웠다. 내키는대로 갔다. 서울 내부에 있으면 어디에서 살아도 상관없다고 여겼다. “아이를 기르며 내가 사는 ‘지역’이 문화에서 소외된 곳임을 알았다” 정가람 대표가 말했다. 아이를 동반하고 ‘중심가’로 이동하는 건 버거웠다. 가까운 곳의 문화 공연은 드물었다. 구내 아트센터가 있었지만 수요를 온전히 채우기엔 부족했다.

“내 문제만이 아니었다. 사회적 문제라고 느꼈다. 그래서 ‘아이야’를 만들었다” 정가람 대표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을 다수 만났다. 문화 예술업에 종사했던 인물들 대부분이 결혼하며 시내로 이동하는 일을 힘들어했다. 경력이 단절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는 “공공극장, 대학로로 갈 필요 없이 ‘내가 사는 곳’에서 공연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첫 공연은 2013년 ‘함께크는우리’ 도서관에서 열렸다. 성황이었다. 슬리퍼 신고 온 관객도 종종 보여 기뻤다. 동네에서 누릴만한 문화를 만들었다는 증명이었다. 이후에도 아이야는 ‘모두가 즐기는 마을문화’를 소셜 미션으로 삼고 마을에서 공연을 올렸다.

지난 23일 암사동 내 위치한 '아이야' 사무실에서 정가람 대표를 만났다.
지난 23일 암사동 내 위치한 '아이야' 사무실에서 정가람 대표를 만났다.

공동체 구성 위해 ‘기억’ 환기한다

정가람 대표가 거주하는 강동구는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 중이다. 대단지가 생기고 몇만 명의 주민이 새로 유입됐다. 마을공동체 구성도 달라졌다. 살아온 맥락이 다른 개인들이 모였는데, 공동체가 꾸려질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생겼다. 정가람 대표는 그 우려를 해소하고 싶었다고 했다. 

지난 2016년 재건축을 다룬 그림책 프로젝트 ‘안녕?안녕!안녕...’을 진행했다. 당시는 고덕주공아파트의 재건축 계획이 발표된 때였다. 지역예술가, 어린이와 함께 사라지는 아파트의 모습을 글·사진·미술 등으로 기록했다. “개발은 어떤 풍경을 사라지게 한다. 그 때문에 떠나거나 새로 오는 이들이 생긴다. 그러나 (풍경을) 기억으로 만들고, 환기하면 그것을 바탕으로 공동체가 꾸려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가람 대표가 말했다. 

지난해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강동 02, 마을을 잇다-신나는 예술여행’을 선보였다. 2번 마을버스 노선을 훑으며 거기 담긴 역사·문화 이야기를 체험하는 행사다. 살아온 지역은 다르지만, 도시에서 나고 자란 주민이라면 공통으로 느낄만한 기억을 환기하고자 했다. ‘그들’과 ‘우리’의 거리감을 극복하겠다는 취지다. 

행사는 코로나19로 직접 체험 형태의 실행이 어려웠다. 정가람 대표는 “비대면 체험 키트 형식으로 돌릴 수 밖에 없었다. 직접 경험했다면 주민 사이 공통의 기억이 생길텐데, 아쉬웠다”고 밝혔다. 아이야는 앞으로도 도시재생, 동네 풍경을 다룬 행사를 펼칠 계획이다. 

상하관계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협동조합

아이야는 2015년까지 마을공동체였다. 공동체보다 공식 조직이 되고 싶었다. 단원들과 논의 후 협동조합이 가장 적합하다고 결론지었다. 2016년 강동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의 6개월 인큐베이팅을 통과하고 2017년에는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 7기’에 선정됐다. 그해 3월 창립총회를 열어 협동조합 등록을 마쳤다. 2018년에는 마을기업으로 지정됐다.

정가람 아이야 대표의 모습.
정가람 아이야 대표의 모습.

협동조합을 선택한 까닭은 예술계의 상하관계를 답습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보통의 극단은 제작자와 스태프, 주연과 조연의 위계·차이가 심하다. 임금에서부터 지위 모두 다 해당된다. 개인사업자가 극단을 소유한 형태라서 그렇다. 소유자의 이익에 복무할 수밖에 없고, 위계는 구조화된다. 정가람 대표는 “엄연히 ‘소셜미션’이 있는 조직이라면 방식 역시 달라야한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동등한 지위인 시스템을 이루고 싶었다. 협동조합은 ‘나’의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만드는 조직형태였다.”라고 설명했다. 

중간에 내홍을 겪었다. 본격적으로 극단의 형태를 갖춰나가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고 싶은 예술과 아이야에서 추구하는 예술이 달라 고민하는 이도 있었다. 5명이었던 창립이사는 2017년 하반기에 3명으로 줄었다.

남은 이들이 각자 네트워크를 발휘해 진통을 추스렸다. 아이야의 정체성이 포함된 공연·행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색깔이 있는 곳’이란 입소문이 나면서 규모를 키울 수 있었다. 현재 조합원은 21명에 달한다. 2019년 매출은 2억원을 넘었다.

“지원사업 비중 높지만, ‘투 트랙’으로 극복할 것”

“정부 지원사업의 비중이 좀 더 많다” 매출구조를 묻자 정가람 대표가 말했다. 비율로 치면 6대4 정도다. 일한 만큼 가져가는 구조의 정착이 아직 요원하다. 그는 “조합원들의 헌신으로 메우는 부분이 여전히 있다”고 언급했다.

아이야는 이를 ‘투 트랙’ 전략을 극복하고자 한다. 극장에서 하는 큰 규모의 공연과 지역에서 지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연·행사로 사업을 나눴다. 당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방식이 대중화됐으니 온라인 스트리밍 공연 및 체험 키트 제공 사업을 육성할 계획이다. 정가람 대표는 “오히려 비대면이 밖으로 나올 수 없는 이들의 문화 사각지대를 해소하는데 기여할 것”이라며 “굿즈 제작등 사업 모델을 다양한 방식으로 재편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아이야가 공연한 '수상한외갓집'/출처;=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올해 아이야가 공연한 '수상한외갓집'/출처;=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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