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문제 해소와 혁신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창업을 장려하는 요즘, 정부에서도 신성장의 핵심동력을 혁신창업 활성화에서 찾고자 혁신창업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각계에서는 이 흐름이 ‘제2의 벤처 붐’으로 이어져 한국의 혁신성장에 기여할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는 △기업가 △정부조직 △민간조직과 함께 혁신창업생태계를 이루는 4가지 요소 중 하나로 손꼽힌다. 초기창업자 등의 선발 및 투자, 전문보육을 주된 업무로 하는 액셀러레이터는 국내에선 중소벤처기업부 인가 하에 활동한다. 

박완성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 이사장

박완성 이사장은 대형 회계법인 소속 M&A 전문가로 활동하다 ㈜벤처포트를 인수해 액셀러레이터로 변신했다. 그는 얼마 전 개최된 ‘2019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스타트업 토크콘서트에 연사로 참여하는 등 주목받는 인사다.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은 박 이사장이 민간 액셀러레이터로 활동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고민한 결과다. 개별적 활동으론 대규모의 투자가 필요하거나, 중장기적 계획이 필요한 분야에 접근하기 어려웠다. 이에 올해 3월부터 동료 액셀러레이터들을 모아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등 관계를 구축해왔고, 액셀러레이터 5명을 중심으로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5명의 이사 외에도 전문투자자, 벤처캐피탈 등 15명의 조합원도 함께 시작했다. 한국서 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으로는 최초다. 

우연 또는 운명, 한국 ‘최초의’ 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 되다

‘최초’라는 타이틀을 얻은 건 우연이었다. ‘중소기업 액셀러레이터를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가능하도록 할 것’은 협동조합 10대 제도개선 과제 중 하나였다. 박 이사장은 “지난 6월에 법이 개정되고 우리 협동조합은 7월에 설립했다. 마치 누가 알려준 것 같을 정도지만 완전히 우연이었다”고 밝혔다.

액셀러레이터가 협동해야 한다는 필요를 느낀 게 시의적절했던 걸까. 그렇게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은 ‘최초’의 타이틀을 얻었다. 

▶액셀러레이터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어떤 일을 하나?
서로 정의가 달라 조심스럽다. 개인적 경험으로는 창업아이이템을 가진 예비창업자의 성장 과정을 함께 하는 일이다. 예비창업자들을 모집해 보육 및 육성을 한다. 데모데이를 열어 추후 스케일업까지 돕는다.
액셀러레이터 역시 투자회수가 필요하지만, 회수를 위해 창업기관을 보육하는 기능도 주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점이 일반 벤처캐피탈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11월 기준 중기부 인가를 받은 약 200여개 엑셀러레이터가 활동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액셀러레이터를 모아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는?
최근 한국의 미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노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혁신창업생태계’ 구축이라 할 수 있다. 혁신창업생태계는 크게 △창업가(기업인) △엑셀러레이터(투자자, 육성기관 등) △정부조직(창업기관 등) △민간조직(은행, 기업 등) 으로 구성돼 있다. 

혁신창업생태계가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하는 데에 기여하고, 민간 액셀러레이터로서 직면한 도전과제를 협동조합으로 풀어가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다. 지난 3월부터 동료들과 만나면서 서로의 목표 및 애로사항을 공유하는 과정을 거쳤다.

평화경제 기반 창업 등 미래적으로 중요한 중장기적 플랜이 필요한 부분, 또는 정부의 혁신창업생태계 육성정책 평가 등 개별 엑셀러레이터들이 담당할 수 없지만 공익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을 조합원들과 함께 준비하고 발굴하고자 한다.

▶액셀러레이터들에게 협동의 필요가 있었나 보다.
어떻게 소식을 알고 연락이 와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에 함께하고싶다는 뜻을 내비치는 연락이 오기도 한다. 협동의 필요가 있었나 보다. 대부분 더 큰 일을 위해 협력이 필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다.

“투명성 보장과 공익 위한 목소리..협동조합이면 가능할 것”

▶협동조합 형태를 선택한 이유는?
보통 시장경제 조직은 ‘협회’ 활동이 보편적이다. 하지만 이런 다수의 기성조직이 자기 조직의 이익만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사회적으로 문제시돼왔다. 혁신창업생태계를 만드는 일은 국가적으로도 중요한 사안이기에, 이와 관련된 활동은 공동협력 정신과 사회적 공익을 지향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협동조합의 1인 1표 의결권, 공동운영 등 민주적이고 자발적인 시스템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만약 내가 대주주라면 언젠가는 마음대로 조직을 꾸려가고 싶을지도 모른다(웃음). ‘물 흐르듯이’ 조직이 순환돼야 건강해질 거라고 생각한다.

또한 바람직한 혁신창업생태계 조성을 위한 조언도 협동조합을 통해서는 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혁신창업생태계를 만드는 데엔 공공과 민간 모두 역할이 있는데, 혹여나 공공에서 민간을 예속화시키는 형태로 나아간다면 이를 견제하는 기능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장기적으로 바람직한 혁신창업생태계를 만들어가는 데 기여할 것이다. 액셀러레이터의 경우 투자 후에 분기마다 중기부에 신고를 해야 하기에 투명한 조합 운영에도 용이할 것이다. 

▶협동조합은 민주적인 구조를 유지해야 한다. 투자 개념이 중요한 액셀러레이터라면 더 민감할 것 같은데?
조합원 모두 기존에 집중하던 투자 분야가 있다. 개별 액셀러레이팅은 원래대로 수행하면서 창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은 협동조합을 통해서 하면 된다. 조합 내에서도 투자 리스크를 분산하기 위해선 조합 내에서 투자조합을 만들어 선택한 이들이 책임을 부담하도록 할 수 있다. 조합 내에서 협동조합으로의 운영이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다가오는 평화 시대를 대비한다, ‘통일창업스쿨’

협동조합을 결성한 데에는 평화경제 흐름에 대한 통찰이 있었다. 평화경제시대를 대비하는 산업의 성장 가능성과 규모는 가늠하기 어렵다. 가능성이 높은 분야이기도 하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에서 활동하기도 했다는 박 이사장 개인으로선 “life goal”이기도 했다.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은 얼마 전 ‘통일창업스쿨’ 파일럿 프로그램을 성황리에 마쳤다. 만족도는 최상, 진행도 매끄럽다. 박 이사장은 전문가의 눈으로 “느낌이 온다”고 전했다.

“교육을 통해 북한 인재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노하우를 쌓고 싶다”는 그는 평화경제에 대비하는 일을 민간회사가 아닌 협동조합으로, 민주적 운영 조직체가 진행한다면 단단하고 오래 갈 수 있을 거라 전망한다. 그게 “기본적으로 신나지 않나”라는 명쾌하고도 간결한 답변도 덧붙였다.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은 평화경제 시대에 대비한 탈북민 대상 창업교육을 진행하고 있다./사진=한국액셀러레이터협동조합.

▶‘통일창업스쿨’에 대해 설명해 달라.
통일창업스쿨은 평화경제에 대비한 탈북민 대상 창업교육 사업으로, 지난 10월부터 8주간 진행했다. 현재 탈북청년 10명, 남한청년 8명이 참여하고, 남북한 청년을 고루 매칭해 5팀이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우리 조합원들이 강사로 활동하는데, 시작 단계이다 보니 조합원들이 개인 시간을 내어 무료로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교육만족도가 높아 여러 탈북민 단체에서 이 프로그램이 정규 교육프로그램으로 전환되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서울시에서도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탈북민대상 전문프로그램으로 지원신청(공모)을 제출해 놓은 상태이며, 빠르면 12월부터 정식 교육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을 예정이다.

현장 중심적 교육이라 만족도가 높다. 이번 프로젝트도 잘되면 6~7개의 예비창업팀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그중에서도 실제 창업 가능한 팀은 교육을 통해 아이템을 발전시켜 필요하면 투자도 진행할 의향이 있다.

▶비전 및 목표는?
평화경제시대에 대비하는 산업 분야가 매우 커 앞으로도 이 분야에 집중할 것 같다. 한반도의 평화프로세스가 가시화될 경우, 남북한 평화경제에 기반한 창업아이템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평화경제창업스쿨’은 사회주의경제가 익숙한 탈북민에게 우리 경제에서의 창업경험을 제공해 추후에는 평화경제에 크게 기여할 거다. 또한 교육을 진행하는 우리 또한 새로운 경험을 축적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가령, 개성에 ‘기술교육센터’나 ‘창업지원센터’가 설치될 수도 있지 않나? 그때도 우리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국내 혁신창업생태계 활성화와 관련해서도, 내년에는 정책토론회 등에서의 활동과 조합원 공동투자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협동조합으로 모이니, 시너지 up!

인터뷰 당일엔 오광진 한국액셀러레이터협동조합 상무이사도 함께했다. 오 이사는 지금 진행하는 ‘통일창업스쿨’의 실무를 담당하고 있다. 오랜 사회운동 경험으로 박 이사장과는 다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춰 조합 운영의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협동조합을 통해 창업생태계 현장 관점에서 국내 창업지원정책을 평가하는 구상도 그의 아이디어다. 그는 “혁신창업생태계 조성에 정책자금이 몰리고 있다. 실효성과 성과 등에 대해 교수 등 학계 전문가들도 많은 논의를 하지만, 현장에서 보는 시각은 다를 수도 있다”며 “개별기업이 진행하기 어렵고 돈도 안되는(웃음) 일이니, 협동조합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박 이사장은 “공적인 부분에서 의미있는 일이다. 나는 그런 데에선 아이디어가 안나온다(웃음)”며 “협동조합을 통해 이런 식으로 서로 상호보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액셀러레이터 협동조합 설립에는 서울시협동조합지원센터의 도움도 있었다.

박 이사장은 “기업가들에게 협동조합 설립은 새로운 경험, 외부의 도움없이 모든 설립절차를 직접 진행했는데, 서울시 협동조합지원센터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최근 성과였던 ‘통일창업스쿨’을 마무리하는 데도 센터 팀장이 직접 방문해 교육생에게 자본투자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 등을 설명해줬다"며 "교육생들이 '탈북민 입장에서 유익한 시간이었다‘는 반을을 보였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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