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문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과거와 단절하고 획기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기후위기 문제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과거와 단절하고 획기적인 실천이 필요하다는 데 있다.

이로운넷 = 남기창 기자

제22대 총선이 한달여 남은 가운데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의 기득권싸움, 선거법 개정 논란, 공천 잡음 등으로 혼란으로 중요한 정책 이슈들이 외면 받고 있다.

이로운넷은 각 당이 이번 22개 총선에서 내놓은 기우휘기 대응 정책을 지난 1부 기후위기 이슈로 본 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①   에 이어 2부에서 짚어보기로 한다.

최근 여야 대표만이 아니라 웬만한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이제 한 번쯤은 '기후'란 단어를 입에 올린다. 하지만 '기후위기야말로 정치적 이슈'라고, '정당끼리 경쟁해야 한다'는 게 환경 전문가들의 일관된 제언이다.

하지만 소수의 정당들만 기후위기와 환경 이슈를 비중있는 정책으로 내놓는 게 현실이다. 양당체제가 제대로 된 기후위기 대응 정책에 장애요인이 된다는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진보 성향의 정당들이 국회로 진출해 원내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지만 한국은 다양한 정당이 원내에 진입할 수 있는 선거제도로 막혀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이번 총선에서 밝힌 정책들을 짚어봐야 하는 아쉬움이 그만큼 크게 다가온다. 

◆ 국민의힘 "RE100모르면 어떻냐…전입금 확대, SMR추진, 수소 공급망 강조"

여당인 국민의힘은 뒤늦게 기후위기 대응 정책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근 들어 진보 보수 성향을 떠나 다양한 계층과 청년층에서도 기후 환경 문제가 중요하다고 꼽고 있는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7일 문재인 정부 때 만든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를 2배로 확대하는 내용 등이 담긴 기후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대선 때 비판을 받았던 '탈원전'을 뒤로 빼고 '에너지 전환 정책'이라는 용어를 강조했다.  여야가 원자력발전 대 신재생에너지라는 대결 구도를 벗어나 기후 변화라는 정책 무대에서 함께 경쟁에 나선 것이다. 

기후 변화가 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외교·고용 등을 비롯해 유권자들의 표심까지 영향을 미치는 '블루 오션'으로 떠올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마지막 총선 공약으로 '기후 미래'를 거론하며 "RE100(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알면 어떻고 모르면 어떠냐. 그 문제가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RE100을 알고 있느냐'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물음에 답하지 못하자 이를 비판했던 민주당을 지적한 셈이지만 글로벌 추세를 무시한 인식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기후위기 대응 재원 확보를 위한 로드맵을 소개했다. 우선 교통·에너지·환경세에서 기후기금으로 전입(轉入)되는 비중(7%)을 늘려 일반회계 전입금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탄소중립법에 따라 정부는 매년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의 7%에 해당하는 금액을 일반회계로부터 기금에 전입해야 한다.

여당은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 안정화 등의 방법을 활용해 기금 규모를 늘리는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며 22대 국회에서 기후위기 특별대응위원회를 상설화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원자력발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공약도 발표했다. 우선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 SMR은 증기 발생기·냉각재 펌프 등 주요 기기를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한 300MW 이하 소형 원자로다. 

발전 용량이 대형 원전의 20~30%지만, 위험성 문제·지역주민 반대 등에 부딪히는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정적이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다만 미국 등에서는 안전성 경제성 측면에서 외면하고 있는 기술이라는 지적도 있다.

또 원전·풍력 등 무탄소 전원(電源)에 유리하게 전기요금체계 개편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독려 차원에서 해상풍력 계획 입지 절차와 인허가 제도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또 수소 공급망을 늘리기 위해 그린수소 해외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청정수소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린수소는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하는 수소로, 탄소 배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2030년까지 해외에서 연 100만t, 국내에서 100만t의 수소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온실가스 감축 공약도 내놓았다. 국민의힘은 제4차 계획기간(2026년~2030년)의 산업별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감축목표를 국가가 설정한 목표보다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가 제3차 계획기간(2021년~2025년)에 개별 기업에 할당한 배출 감축목표보다 강화하겠다는 뜻이다.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도 키우겠다고 밝혔다. 현재 정부가 기업에 판매하는 온실가스 배출권은 무상할당 비율이 90%, 유상할당이 10%다.

대신 국민의힘은 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탄소차액계약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투자 비용이 배출권 가격보다 큰 경우 그 차액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환경친화적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 마련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인 ‘녹색채권’ 지원 금리도 높이겠다고 밝혔다. 

녹색채권은 기본 지원 기간이 1년으로, 공공기관 금리는 0.2%에서 0.4%로, 중소·중견기업 금리는 0.4%에서 1.0%까지 올린다. 기업당 지원 한도는 현행 3억원에서 5억원으로 늘린다.

◆ 기후·환경전문가 영입한 민주당··· R&D 예산의 시급한 복원, RE100 지원 강화

더불어민주당은 기후와 환경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잃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국회 연설에서 "제11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기존 계획보다 재생에너지를 3배 이상 확대하고, 관련 예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1호 영입' 인재로 기후·환경 전문가인 박지혜 변호사를 내세웠다.

지난 대선 때 송영길 당시 민주당 대표는 2021년 11월 "신고리 5, 6호기가 완공되면 최소 2080년까지 원전이 가동되는데, 탈원전이라기보다는 에너지 전환 정책이 맞는다"라며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이라는 프레임을 적극적으로 정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민주당 영입인재들은 윤석열 정부에서의 R&D예산 축소와 RE100 정책 중단을 비판하고 22대 국회에서 R&D 정책과 재생에너지 정책에 대한 활동 계획을 밝혔다.

영입인재들은 지난달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New 민주당 정책제안'의 두 번째 순서인 '혁신성장 개혁과제 : R&D와 RE100'을 주제로 제안했다.

한국천문연구원 출신의 황정아 예비후보(유성구을), 기후싱크탱크 플랜 1.5 전 공동대표 박지혜 변호사, 공영운 전 현대자동차 사장, 국제보건의료 및 미래 혁신 전문가인 차지호 KAIST 교수는 각자의 전문성에 기반해 한국의 미래를 위한 R&D 정책과 기후에너지정책에 대한 구상을 발표했다.

황 예비후보는 "올해 R&D예산이 4조 6000억 원이나 감축되는 바람에 젊은 연구원들이 현장을 떠나고 있다"라며 "그동안 해오던 연구를 수행하는 것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생계까지 어려워져서 연구현장을 떠나는 걸 고민하고 있는데, 10여년 넘게 연구해 온 연구자를 잃는 것은 국가에 큰 타격"이라고 R&D 예산의 시급한 복원을 강조했다. 

이어 "필수 R&D 사업의 중단을 막기 위해 2024년 예산의 65% 이상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고 부족분에 대해서는 추경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외에도 ▲사전계획없는 R&D예산 감축을 제한하는 법률 개정 ▲정부출연연구기관 PBS제도 개선 ▲지역 자율 R&D예산 확보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공공기관 해제에 따른 국가 R&D 혁신 방안 등을 제안했다. 

민주당 영입인재 1호인 박 변호사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의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재생에너지 100% 사용(RE100)을 선언했다"며 "이제 RE100은 기업 생존의 필요조건으로 정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의 재생에너지 공급목표 축소와 태양광발전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와 감사로 인해 국내의 태양광 신규 설치용량은 국제 추세와는 반대로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한국의 수출기업들이 RE100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재생에너지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 전 사장 역시 "국내 기업들이 RE100 거래조건을 위해 해외로 나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지역 RE100 클러스터를 만들어야 한다"라며 "포항, 부산, 울산, 창원, 여수, 광주, 새만금, 당진, 평택, 강원, 인천 등 전국 각 지역의 산업단지를 우선적으로 RE100 산단으로 전환하고 입주 기업들에게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할 것"을 제안했다. 

차 교수는 "민주당이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대변하는 정당이 돼야 한다"며 민주당의 혁신을 강조했다. 

민주당 혁신위원을 역임했던 그는 "민주당이 R&D, RE100, 전기차, AI 등 미래 산업의 성장과 이에 따르는 우리 사회와 경제, 그리고 민주주의에 미치는 영향, 해외의 관련 산업과 정책의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 분석하고 대응 정책과 입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미래성장위원회(가칭)'를 민주당 내에 설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의 플래시몹/ 자료사진=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의 플래시몹/ 자료사진=광주기후위기비상행동 제공

시민환경단체에선 이번 총선이 이른바 '기후총선'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거대양당이 국회를 점하고 있는 이상, 기후환경 이슈가 대세를 몰아갈 여지는 부족해 보인다.

녹색정의당이 좀더 세력이 크고, 진보정당이 원내교섭 단체 정도를 차지한다면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무시하진 못한다.

이번 4·10 총선에서 민주당이 비례정당의 경우 이른바 준위성정당을 진보성향의 정당이나 시민사회와 연합해 만들어 연합정치를 한다고 하지만 정책이 진보적으로 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거애 양당이 총선을 앞두고 '기후위기에 대응하겠다, RE100 가겠다, 예산을 늘려보겠다' 등등은 구두선(口頭禪)에 불과해 보인다. 각 당의 정책을 주시해 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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