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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평구 불광동에 위치한 바늘한땀협동조합(이하 바늘한땀). 큰 창에 전시되어 있는 한복을 보면, 멀리서도 바늘한땀을 찾을 수 있다. 전통과 현대를 잇는 디자인을 개발하고 손 끝의 바느질을 통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전통 공예품을 제작하는 곽경희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바늘한땀의 입구./촬영=전수빈 청년기자
바늘한땀의 입구./촬영=전수빈 청년기자

고등학교 졸업 후 입사한 회사에서 여성 동료들의 출산으로 인한 휴직과 퇴직을 보며 회사에 오래 몸담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들어 퇴사했다. 이후 한복을 입은 친구의 모습에 빠져 한복의 아름다움과 오방색을 널리 알리고자 한복을 배우기 시작했다. 

바늘한땀을 설립하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곽 대표는 “일반 한복 매장을 30년 운영하다 보니, 한복이 점차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웠다”며 “이 기술을 혼자 갖는 것이 아니라 마을에 공유하면 일자리도 창출하고 한복을 더 널리 알릴 수 있을 것 같아  2013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라고 답했다.

한복을 더 배우고자 42살의 나이에 배화여자대학교 전통의상학과에 입학했다. 이후 대학원까지 졸업하며 마을기업이자 협동조합인 바늘한땀을 세우게 됐다.

바늘한땀의 포르젝트 현수막./촬영=전수빈 청년기자
바늘한땀의 포르젝트 현수막./촬영=전수빈 청년기자

항상 마을에 어려운 일이 무엇인가, 이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바느질이 도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왔다. 지난 2020년 2월, 한복 앞치마와 랩스커트만 판매하던 스토어에 새롭게 마스크를 추가했다. 

코로나로 인해 모임이 불가능하자 직접 동네에 나선 곽 대표는 많은 어르신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것을 보게 됐다. 마스크 대란이 일어났던 코로나 초기,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 착용하지 못한 어르신들을 보고 마스크 만들기에 도전했다.

곽 대표는 “바늘한땀이 마을기업으로서 마을과 함께 성장했으니 마을에 사랑을 나누는 일도 당연한 일”이라며 직접 도안을 만들었다. 이후 필터를 구매해 완전한 마스크를 제작했고, 약 3000장의 면 마스크가 은평구 곳곳으로 전달됐다. 바늘한땀은 코로나라는 상황에도 면 마스크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더 많은 어르신을 만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으로 곽 대표는 ‘공부와 봉사’를 꼽았다. ‘품+품다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에 40년 동안 은평구에서 한복매장과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많은 주민들이 이용해주고 아이들이 잘 자라준 것에 감사해 마을에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수의 봉사로 시작했습니다. 종류가 20가지가 넘기 때문에 평생 할 수 있을까 싶었던 수의 봉사를 시작한지 어느덧 25년이 됐습니다. 이후 미혼모에게 배냇저고리 교육을 하게 되면서, 입양아에게 배냇저고리를 만들어주는 봉사를 생각했습니다. 속싸개, 애착인형까지 세트를 만들어주기 시작했고, 20년째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의 봉사 및 배냇저고리 봉사 사진./제공=바늘한땀 곽경희 대표
수의 봉사 및 배냇저고리 봉사 사진./제공=바늘한땀 곽경희 대표

곽 대표는 쌀이 떨어지는 것은 걱정이 안되지만, 배냇저고리가 떨어지는 건 걱정이 된다며 언제든 필요한 아이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배냇저고리를 만들어 두고 있다고 밝혔다. 

실과 바늘로 마을을 잇고 있는 곽 대표는 마을기업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답했다.

“비록 코로나로 인해 현재 교육의 장이 멈췄지만 마을공예학교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코로나 이전에는 이 공간에서 마을 어르신들이 교육을 받고, 에코백을 만들어 갔었습니다. 마을 주민들이 원한다면 언제든지 와서 배울 수 있도록 교육 자료도 열심히 준비해 뒀습니다.”

대한민국 장인, 명장 임명 수여식 /제공=곽경희 대표
대한민국 장인, 명장 임명 수여식 /제공=곽경희 대표

곽 대표는 행정안전부로부터 직접 승인 받아 진행중인 대한민국 장인 명장 프로젝트를 통해 소상공인 장인 명장으로 임명되기도 했다. 그는 “교육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복을 더 널리 알릴 수 있는 자료들을 남기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정통복식문화연구원장 이상은 교수님과 함께 왕의 옷이 무엇인지 공부하고 전통에 따라 정식으로 궁중복을 입은 패션쇼를 진행했다. 내년에는 튀르키예에서 전시회를 참여할 예정이다.

청년들이 큰 한복을 만들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느껴 60cm 인형에 전통복식을 그대로 재현해 도식화하는 것을 준비하며, 한복을 입은 인형이 전세계로 퍼져 한복이 더 널리 퍼지기를 꿈꾸고 있다.

패션쇼 진행 모습./제공=곽경희 대표
패션쇼 진행 모습./제공=곽경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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